파업에 멈춘 학교 급식…군부대처럼 '위탁 급식' 논의될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전 지역 일부 학교에서 조리원 파업과 인력난으로 급식이 잇따라 중단되면서 ‘직영’ 중심 학교 급식 체제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운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안으로 과거 폐지됐던 민간 위탁 도입을 일부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는 최근 군 급식에서 위탁 운영이 확대되는 흐름에 주목하며 학교 급식 구조 개편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소속 조리원들이 파업에 돌입하면서 대전 둔산여고는 2일부터 석식 제공이 중단됐고, 글꽃중학교는 14일부터 중식을 대체식(도시락)으로 운영하고 있다. 학비노조는 조리원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세 차례 단체교섭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해 결국 쟁의에 돌입했다. 학비노조 관계자는 “조리 업무는 고강도·저임금 구조인데 인력 충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조리원들의 안전과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조리원들이 과중한 업무와 열악한 처우로 인해 현장을 떠나면서 학교 급식 운영의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다. 정혜경 의원실과 학교비정규직노조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급식 조리실무사의 정년 전 자발적 퇴사율은 60.4%에 달했다. 조리사 1인당 식수 인원은 서울 214명, 대전 173명으로 공공기관 평균의 약 3배에 해당한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대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신규 채용 인원이 부족해 인력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직영 체제로 운영 중인 학교 급식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2006년 CJ푸드시스템(현 CJ프레시웨이)이 운영하던 위탁 급식에서 집단 식중독 사고가 발생한 뒤, 2010년 법 개정을 통해 전국 국공립 초·중·고교에는 직영 급식이 의무화됐다. 단, 사립학교는 학교 자율에 따라 위탁 운영이 가능하다.

그러나 직영 체제는 조리원 파업 등 외부 변수에 취약해 급식이 중단될 경우 마땅한 대안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다. 실제 둔산여고는 석식 시간 연장, 배달 음식 허용, 매점 운영 확대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일시적인 방편에 불과하다. 급식 공백 사태가 다른 학교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직영과 위탁 방식을 병행하는 혼합형 운영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영양사 A씨는 “조리원 인력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민간 업체에 급식을 위탁하면 대량 구매를 통해 식재료 단가를 낮출 수 있고, 학교 입장에서도 인력 운영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위탁급식은 영리사업이기 때문에 같은 식단이라도 재료의 품질이나 원산지에 차이가 날 수 있어 직영과 위탁을 공존시키는 방식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논의가 향후 법 개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경쟁 입찰이 재도입되면 아워홈, 삼성웰스토리, CJ프레시웨이 등 급식 전문 업체들에게 학교 급식 시장 진입의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은 이미 사립학교에 위탁 방식으로 급식을 운영하고 있어 시장이 확대되더라도 큰 무리 없이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립학교에 급식을 공급 중인 한 관계자는 “고객이 다를 뿐 운영 방식은 이미 검증된 시스템이기 때문에 큰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군부대도 급식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 위탁 방식을 늘리고 있다. 팬데믹 시기 불거진 부실 급식 논란을 계기로 병력 감소와 조리병 부족, 숙련도 저하 등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위탁 운영 부대는 2022년 23곳에서 올해 49곳으로 늘어날 계획이며 전체 급식 인원의 약 15% 수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문 조리원이 투입되면서 조리 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됐고 군 내에서 제공되기 어려운 메뉴를 선보여 20대 장병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다만 학교 급식 시장이 일부 민간에 개방되더라도 업계의 진입 유인이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공립 학교의 식단가는 군부대나 기업 급식보다 낮고, 민원 발생 가능성은 높아 수익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 급식 업체 관계자는 “자녀 수 감소로 학부모들의 관심과 민감도가 높아졌고 급식에 대한 반응도 매우 예민해졌다”며 “입찰 과정에 학부모가 직접 참여해 평가하는 경우도 많아 업체 입장에서는 운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과거 위탁 운영 당시에도 학생 및 학부모들의 다양한 입맛을 모두 만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현재 사립학교에는 진입이 가능하지만 민간 업체들이 선뜻 나서지 않는 것도 이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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