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능선이 가장 단정해지는 산
겨울에 걷는 치악산 부곡–비로봉 코스

차령산맥의 한봉우리인 치악산국립공원 은 겨울로 접어들수록 산의 윤곽이 또렷해지는 곳입니다.
최고봉 비로봉(1,288m)을 중심으로 삼봉, 향로봉, 남대봉, 천지봉 등 1,000m급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남북으로 이어지며, 치악 능선만 해도 14km에 이릅니다.
눈이 깊게 쌓이기 전인 12월은 치악산을 가장 차분하게 만날 수 있는 시기입니다 나뭇잎이 모두 떨어진 숲, 능선 위에만 살짝 내려앉은 서설, 맑아진 공기 덕분에 산의 구조와 길의 흐름이 또렷하게 느껴집니다.
동악 명산,
역사와 전설이 겹겹이 쌓인 산

치악산은 예부터 ‘동악의 명산’으로 불려 왔습니다. 신라 천 년의 시간이 깃든 구룡사, 상원사 같은 고찰을 비롯해 영원산성, 해미산성 등 전란의 흔적도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산 이름 역시 전설에서 비롯됩니다. 예전에는 적악산으로 불리던 이 산이 꿩의 보은 설화와 연결되며 지금의 ‘치악산’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지요. 웅장한 기암괴석과 울창한 산림, 그리고 오랜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진 산이라는 점이 치악산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부곡에서 시작하는 가장 부드러운
비로봉 오름길

치악산에는 여러 탐방로가 있지만, 초겨울에 특히 걷기 좋은 코스는 부곡탐방지원센터에서 비로봉으로 오르는 코스입니다. 원주 반대편인 횡성군 강림면 부곡리에서 시작해 곧은재를 거쳐 능선으로 올라 비로봉에 이르는 길로, 전체 길이는 8.9km, 평균 소요 시간은 약 3시간입니다.
이 코스의 가장 큰 장점은 초반 구간의 완만함입니다. 부곡탐방지원센터에서 곧은재 정상까지 약 4.1km는 경사가 완만하고 탐방로 옆으로 계곡이 이어져, 겨울에도 부담 없이 걷기 좋습니다. 얼음이 생기기 전 시기에는 계곡 물소리와 함께 산책하듯 산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곧은재 이후, 치악산의 주 능선을 걷다

곧은재 정상부터는 치악산의 주 능선 구간으로 접어듭니다. 이 구간은 오르내림이 반복되지만 길이 잘 정비되어 있고, 시야가 점점 트이면서 능선 특유의 개방감이 살아납니다.
약 3.5km를 이동하면 황골 코스와 합류하고, 이후 비로봉 정상에 닿게 됩니다. 겨울 초입의 비로봉은 눈 덮인 장관보다는, 차분한 능선과 멀리 이어지는 산줄기를 감상하기에 좋은 시기입니다. 날이 맑은 날에는 남대봉 방향으로 뻗은 치악 능선의 흐름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부곡지구는 단순한 산행 시작점이 아니라, 역사 이야기를 함께 만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산행 도중에는 태종과 그의 스승 운곡 원천석 선생과 관련된 태종대, 노고소, 변암 등의 유적이 남아 있어, 걷는 동안 자연스럽게 역사 이야기를 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코스는 ‘힘들지 않은 산행’이면서 동시에 ‘이야기가 있는 길’이라는 점에서 겨울 산행지로 특히 잘 어울립니다.
치악산 기본 정보

탐방코스 : 부곡탐방지원센터 → 곧은재 → 비로봉
거리 / 시간 : 8.9km / 약 3시간
난이도 : 쉬움 ~ 보통
시점 주소 : 강원도 횡성군 강림면 태종로 부곡 6길 141
주차 : 별도 주차장 없음
대중교통 : 원주 → 부곡 시내버스 일 4회 운행 (사전 시간표 확인 필수)
주의사항 : 겨울철 일몰 빠름, 하산 코스 사전 계획 필수
겨울에는 해가 빨리 지기 때문에 오후 늦은 하산은 피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치악산은 사계절 모두 인상적인 산이지만, 겨울에는 그 본모습이 가장 단정하게 드러납니다.
화려한 설경과 능선의 흐름과 숲의 구조, 계곡의 소리가 또렷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부곡에서 시작해 비로봉으로 오르는 이 길은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치악산의 깊이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코스입니다.
겨울 산행이 처음이거나, 조용한 능선길을 걷고 싶을 때 치악산 부곡 코스를 천천히 걸어보셔도 좋겠습니다. 차분한 산의 표정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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