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적 의혹 해소하는 것도 수사기관이 할 일”

지도부 비공개 회의서 발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 왼쪽은 김재원 최고위원.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지도부 비공개 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국민적 의혹에 대해 해소하는 것도 수사기관이 할 일이고, 그동안 검찰도 이런 사건을 최대한 빨리 수사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전 사전모임에서 친윤석열계 김재원 최고위원으로부터 최근 명태균씨와 날선 ‘설전’을 벌이고 있는 사정 등을 전해 듣다가 이런 말을 했다고 복수의 관계자들이 한겨레에 전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오는 명씨의 폭로로, 김 여사의 국정 개입 의혹 등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 대표가 명씨 관련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는 발언이다.

다만 회의에 참석한 지도부 관계자는 “김 최고위원이 명씨와의 사이에서 벌어진 그간의 공방을 설명하자, (한 대표가) 과거 검찰 시절 경험을 전한 것일 뿐 특별히 명씨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한 것처럼 읽히진 않았다”고 말했다.

명씨가 ‘김 최고위원이 사과할 때까지 김 여사와 관련된 폭로를 이어가겠다’고 말한 것 등을 두고, 한 대표가 김 최고위원에게 ‘명씨와 아는 사이냐’, ‘왜 싸우냐’고 물었고, 김 최고위원이 그간의 공방을 설명하자 지나가듯 이 말을 했을 뿐이란 취지다.

하지만 한 대표가 이날 공개 회의에서 김 여사를 향해 ‘적절치 못한 행동으로 민심을 악화시킨 측면이 있다’며 “제기되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가 있다면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말한 것과 이 발언이 맞물리며, 묘한 해석을 낳았다. 한 대표는 그간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서는 비판적 발언을 이어왔지만, 명씨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그간 일정 정도의 거리를 둬왔기 때문이다. 명씨의 폭로로 김 여사의 국정 개입 가능성이 확연해보이는 ‘결정적 한방’이 나오면, 다른 입장을 취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 게 아니냐는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은 2021년 9월 대선 경선 당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명씨 쪽에 불법적으로 유출돼,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하는 데 사용됐다는 의혹에 대해 당무감사위원회 조사에 감사에 들어간 상황이다. 서범수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해 “당무감사위에서 보고 의혹이 깊고 문제가 있으면 수사(의뢰)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친한동훈계 박정훈 의원은 명씨가 연루된 의혹이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여론조사 조작 의혹’으로까지 번지자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여론조사기관을 퇴출하는 명태균 방지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고 나섰다.

박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에서도 굵직한 정치인들이 정치 브로커에게 휘둘린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혁신하지 않고는 우리 정치가 한발도 나갈 수 없다는 점을 국민 여러분도 공감하고 계실 것”이라며 “발의 전 한 대표와 충분히 상의했다”고 덧붙였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