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지주가 테라젠헬스 지분을 대일제약에 넘기며 사실상 헬스케어 사업 정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여기에 롯데바이오로직스에서 외부 자금조달 움직임이 맞물리며, 그룹 신성장 전략이 '헬스케어 청산, 바이오 올인' 구도로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헬스케어 철수" vs "단순 지분 처분"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26일부로 테라젠헬스 지분 51%(총 6524주) 전량을 대일제약에 매각했다. 이번 매각으로 테라젠헬스는 롯데지주의 자회사 지위를 잃었고, 대일제약이 새로운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처분가액은 94억원으로, 이는 롯데지주 자산총액 대비 0.11%다. 2년 전 테라젠헬스 지분 인수에 250억원을 투입했던 것을 감안하면 156억원가량을 손해본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거래를 '롯데그룹의 헬스케어 사업 철수'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롯데가 더 이상 헬스케어 영역에서 성장동력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른다. 테라젠헬스는 유전체 분석과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앞세워 출범했지만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사업 매각에도 여러 차례 난항을 겪어왔다.
정리 기류는 지난해 12월 시작된 롯데헬스케어 법인 청산으로 드러난 바 있다. 이번 테라젠헬스 지분 매각까지 이어지면서 그룹이 추진했던 헬스케어 포트폴리오는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평가된다. 롯데지주는 지난해 테라젠헬스 지분 51%를 인수합병(M&A) 매물로 내놨지만 매각이 성사되지 않자 올해 4월 회사를 롯데지주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특히 올해 5월 롯데지주 투자전략팀 팀장을 맡던 정경운 상무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되면서 이번 매각은 오랜 조정 과정을 거친 마무리로 여겨진다. 외국계 컨설팅 회사 출신인 정 상무는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는 그룹의 구조조정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롯데 측은 단순 '지분 처분' 이상의 해석은 피해달라는 입장이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롯데헬스케어 자체 법인은 앞서 정리됐고 이번에는 기존에 남아 있던 테라젠헬스 지분의 청산이 마무리된 것"이라며 "롯데 입장에서는 '지분을 처분했다'는 그 상황으로만 답변을 드리고 싶다"고 짚었다. 이어 "롯데그룹이 헬스케어 사업을 접은 것은 아니다"라면서 "VL르웨스트 등 실버헬스케어 사업은 롯데호텔에서 주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중심 사업 구조 재편 기대

테라젠헬스 매각 소식이 알려진 후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중심으로 한 바이오 사업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헬스케어 부문은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은 여전히 성장성이 크다는 점에서 그룹의 지원이 쏠리는 분위기다. 이번 지분 매각은 단순한 자회사 정리가 아니라 신성장 전략의 무게 중심을 바이오에 두겠다는 신호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최근 포착된 외부 자금조달 움직임은 이 같은 시선에 힘을 싣는 근거가 됐다. 이달 초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자금 대여를 목적으로 한 특수목적법인(SPC) '바이오밸류제일차'를 마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그룹 내부 현금흐름에만 의존하지 않고 외부 자본을 끌어들이려는 기조가 드러났다는 해석이 따른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향후 대규모 설비 투자와 운영자금 확보를 동시에 염두에 둔 행보라고 보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미 인천 송도에 '바이오 캠퍼스'를 건설하며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2030년까지 총 4조6000억원을 투자해 3개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세우고 36만리터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이번 외부 조달 움직임은 이 같은 투자 계획을 현실화하려는 과정으로 연결된다. 1공장은 2026년 말 완공,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어 대규모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실적도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회사는 지난해 실적으로 매출 2344억원, 영업손실 801억원, 당기순손실 897억원을 기록했다. 1년 새 매출은 2286억원에서 2.5% 올랐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적자전환됐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SPC는 금융기관이 자금을 조달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라며 "롯데바이오로직스와 관련 있는 것은 아예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롯데지주와 롯데홀딩스에서 유상증자와 차입을 통해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며 "그런 과정에서 금융기관도 끼여 있다 보니 SPC 기관을 만들어서 자금을 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또 "헬스케어와 바이오는 별개의 사업이며 롯데바이오로직스와 테라젠헬스는 관계 없다"고도 설명했다.
시장 정체에 좌절된 유전자 검사 서비스

테라젠헬스는 2022년 9월 테라젠바이오에서 물적분할로 설립돼 롯데헬스케어가 지분 51%를 확보한 합작 성격의 회사로 출발했다. 롯데헬스케어는 2022년 테라젠헬스에 대한 100억원 이상의 자금 투입을 추진하며 초기 투자에 나섰다. 2023년 9월 들어 과반 지분을 손에 넣으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3자배정 유상증자 지분을 전량 롯데헬스케어가 확보하면서다. 구체적으로는 신주 235억원에 구주 15억원으로 총 250억원이다.
그동안 테라젠헬스는 유전체 분석과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앞세워 사업 확장을 시도해왔다. 인수 당시 시장에서는 롯데헬스케어가 테라젠헬스의 유전체 검사 서비스가 지닌 '간편성'에 집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복잡한 절차 없이 간단히 사용자의 구강상피세포 검체를 통해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테라젠헬스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 19억원, 영업손실 33억원, 당기순손실 36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매출은 9.5% 줄었고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37.5%, 56.5% 확대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늘어났던 개인 건강관리 서비스 수요가 엔데믹 국면으로 다시 둔화된 것이 원인으로 꼽혔다.
사업 부진 속에서 올해 7월에는 전체 주식의 88.9%에 해당하는 10만2459주를 유상감자 방식으로 소각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롯데지주가 보유하던 5만2254주를 주당 12만2000원에 매입해 소각 처리하는 등 재무구조 효율화를 위한 대대적인 정리 절차가 진행됐다. 당시 공시를 통해 내세운 감자 사유도 '재무구조 효율화 및 주주가치 제고'였다.
테라젠헬스의 모회사인 테라젠바이오는 롯데 측의 방침을 인지하면서도 구체적인 답변은 꺼리는 분위기다. 백순명 테라젠바이오 대표는 "롯데가 헬스케어에 손을 떼겠다고 결정을 하는 바람에 테라젠헬스의 지분을 대일제약에서 인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테라젠헬스케어에는 전혀 관여하는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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