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르쉐 '타이칸'은 2019년 첫 출시된 포르쉐 최초의 순수 전기 스포츠 세단이다. 포르쉐 전동화의 핵심 모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최근 시승한 차는 사륜구동인 '타이칸 4S'로 후륜 모터만 장착된 기본형과 상위인 터보의 중간 트림이다. 판매 가격은 1억5570만원부터 시작한다.
타이칸이 '4도어 전기차'라는 사실은 꽤 매력적이다. 실용적이고 친환경차이면서 고성능 스포츠카 성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타이칸은 생각보다 편안한 자동차다. 14방향 앞좌석 컴포트 시트는 몸을 단단히 감싸면서도 편안했고, 다양한 방식으로 조절할 수 있어 완벽한 운전 자세를 취할 수 있었다.
차체가 매우 낮고 깊이 파인 버킷 시트 때문에 타고 내리는 일이 일반 세단보다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운전자가 탑승하려고 문을 열거나 시동을 끄고 내리기 위해 문을 열면 차체 높이가 자동으로 살짝 올라가는 기능이 있다. 마치 주인을 위해 그 불편함을 조금이라도 줄여주는 듯했다.

크기는 길이 4963mm/너비 1966mm/높이 1379mm이며 공차중량은 2340kg이다. 휠베이스는 2900mm로 2열 공간이 좋은 편이다. 성인 남성이 앉아도 충분히 넉넉하다. 다만 뒷좌석 루프라인이 경사지기 때문에 헤드룸은 여유가 별로 없다. 또 '2+1'이라고는 하지만 시트 가운데 바닥에 돌출 부위가 있어 3명이 앉기는 힘들고 2인용이 적합하다.
트렁크 공간은 407L이고 앞쪽(프렁크)에 84L가 있다. 뒷좌석을 접으면 더 널찍한 적재공간을 만들 수 있다.

실내 인테리어는 전체적으로 고급스럽고 럭셔리하다. 소재와 마감 품질이 탁월하다.
1열에는 운전석 계기판, 중앙 터치스크린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보조용 센터 콘솔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있다. 동승자용 10.9인치 터치스크린까지 더하면 모니터가 4개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깔끔하고 읽기 쉬운 그래픽으로 잘 구성돼 있다. 중앙 디스플레이가 작지만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있고 보조용 센터 콘솔 디스플레이에도 주요 기능이 있어 익숙해지면 큰 불편은 못 느낀다.


음성 명령은 스티어링 휠 버튼을 누르거나 '헤이, 포르쉐'라고 말하면 활성화된다. 발음을 아주 까다롭게 따지지는 않았지만 자연어 명령 인식은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
타이칸은 일부 불편한 요소들이 있지만 막상 힘껏 몰아붙이면 그런 불편함들은 머릿속에서 모두 사라져버린다.
타이칸 4S는 최고출력 598마력(오버 부스트 작동시), 최대토크 72.4kg.m의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불과 3.5초만에 도달하고 최고속도는 시속 250km다.

드라이브 모드는 노멀,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세가지가 있다. 일상 운전에서는 노멀로도 넘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더 강력한 성능을 맛볼 수 있다.
몸이 뒤로 젖혀질 정도의 가속도 충분히 재미있지만 코너링 능력은 훨씬 더 인상적이었다.
타이칸은 액티브 에어 서스펜션, 낮은 무게 중심, 포르쉐 특유의 섀시 기술이 결합돼 연속 코너들조차 평범한 도로처럼 쉽게 질주했다. 스티어링과 차체 전반의 반응을 통해 운전자와 차가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줬다. "포르쉐 답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타이칸은 일반적인 전기차와 달리 속도를 빠르게 줄이려면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 포르쉐는 원페달 드라이빙이나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자동으로 속도가 많이 줄어드는 강력한 회생 제동을 추구하지 않는다. 이는 일반 전기차에 익숙한 운전자들이라면 처음에 다소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다.
스마트 리프트 기능은 편리했다. 차체가 너무 낮아 혹시 과속 방지턱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운전대 뒤에 있는 해당 버튼을 누르면 차체가 높아져 웬만한 방지턱은 문제 없이 넘어가고 일정 속도가 되면 원상태가 됐다.

포르쉐 대부분 모델이 그렇듯 하체가 단단하지만 에어 서스펜션 덕분에 승차감은 의외로 부드럽고 편안했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진동을 마지막 순간에 살짝 고급스럽게 걸러주기도 했다.
일렉트릭 스포츠 사운드 기능을 켜고 달리면 내연기관 같은 엔진음도 들려줬다. 인공음이었지만 크게 거부감이 들 정도는 아니었다.
배터리 용량은 105kWh다. 1회 충전시 주행 가능거리가 복합 477km로 경쟁차종들과 비교해 상위권에 속한다. 10~80% 충전시간도 18분으로 상당히 빠르다.

공인 전비는 복합 4.1km/kWh(도심 4.1, 고속도로 4.1)다. 적절히 드라이빙을 즐기며 일상 주행을 한 이틀간의 시승 후 최종 전비는 5.2km/kWh로 공인 전비보다 잘 나왔다.
'포르쉐가 만든 전기 스포츠 세단'인 타이칸은 단순한 친환경 전기차가 아니었다. 포르쉐 고유의 강력한 퍼포먼스와 럭셔리 세단의 실용성을 동시에 담아냈다.
물론 '내연기관 포르쉐'의 감성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이나 와인딩 도로를 달릴 때는 전기차를 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운전 즐거움' 자체는 여전했기 때문이다.
/지피코리아 경창환 기자 kikizenith@gpkorea.com, 사진=지피코리아·포르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