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몰리는 경기 청년…이탈 '가속화' [경기도 청년에게, 이곳은①]
경제활동 축소·인프라 약화 우려... 인구 이탈 반복땐 지역 소멸 위험
"경기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청년입니다. 이곳 경기도를 좋아하지만 앞으로도 경기도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 미래는 그려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왜 경기도를 떠나 서울로 향할 수밖에 없을까요."
올해 설 연휴 직후 경기일보로 한 통의 연락이 왔습니다. 청년들이 경기도에서 밀려나는 이유와 현실을 알려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문제의식을 함께 고민하기로 한 경기일보는 5개월여간 아주대학교 재학생 4명으로 구성된 팀 ADDRESS와 함께 기획·취재·작성하며 고군분투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7차례에 걸쳐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① “우리에게 서울행은 불가피한 선택”
'왜 우리는 길바닥에서 이렇게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할까'
이번 취재는 경기도에 거주하는 청년들이 일상에서 겪는 의문에서 시작됐습니다.
일터도, 학교도, 문화시설도 부족한 것 없는 경기도지만 서울행을 택하는 청년들은 줄어들지 않는 현실에서 문제의 원인과 대책을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여느 날과 다르지 않던 지난 3월 평일 오전 7시 무렵 수원역. 서울역으로 향하는 세 대의 무궁화호는 전부 '매진'이었습니다.
승강장에서 만난 현승호씨(26)는 '어디 가느냐'는 물음에 "서울"이라고 답했습니다.
'서울은 왜 가느냐'고 묻자 현씨는 "출근길"이라며 "9시까지 회사에 도착해야 하는데 집에서 수원역까지의 거리도 있다 보니 늦어도 오전 7시엔 출발한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시간 서울 소재 대학교에 재학 중인 곽예원씨(23)는 등교를 위해 1호선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가 학교 수업을 끝내고 다시 수원에 도착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총 13시간 30분. 이 중 3시간이 이동 시간입니다.
곽씨는 “1교시 학교 수업을 들으려면 이 시간에는 집을 나서야 한다. 오후 6시 수업 끝나고 수원역에 돌아오면 8시쯤 된다”며 “딱 학교 일정만 소화하는 데도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서울에서 보낸다”고 했습니다.
주말도 다르지 않습니다.
친구와 함께 서울행 광역버스에 몸을 실은 이서유 씨(20)를 수원역 인근에서 만났습니다. 그는 “성수동에서 친구들과 전시를 관람한 후 주변 팝업 스토어를 둘러볼 예정”이라며 “유명 전시와 팝업스토어가 모두 서울에서 진행되다 보니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해 이동하는 시간도 아깝고, 금전적인 비용들도 부담이 크다”고 전했습니다.
서울로 가고 있는 경기도 청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지표는 '주간인구지수'입니다. 낮 시간대 경기도에 인구가 얼마나 있는지를 볼 수 있는 자료입니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발표된 '2022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경기도의 주간인구지수는 94.5로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아래에서 3등을 기록했습니다. 주간인구지수가 100을 넘으면 낮 시간대 인구가 순유입한다는 의미인데, 경기도는 통근·통학 등 이유로 순유출하는 인구가 더 많다는 뜻입니다.
특히 ▲20~24세 91.6 ▲25~29세 89.0 ▲30~34세 89.2 등 '청년' 인구의 주간인구지수가 전국 평균보다 낮았습니다. 낮 시간대 청년들이 경기도 밖으로 활발히 이동하는 셈입니다.
결국 경기도 청년들은 이동 과정에서 많은 시간을 허비할 수밖에 없습니다.
통계청이 5년마다 시행하는 인구주택총조사의 가장 최근 자료(2020년 기준)만 봐도 통근·통학 인구가 ‘120분 이상’ 걸린다고 응답한 인구는 전국에서 경기도가 가장 많았습니다.
또, 경기지역 청년층의 노동조합인 경기청년유니온의 ‘경기도 청년 시간, 소득 빈곤 실태조사’(2017년)에 따르면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 20~30대 청년들이 하루 평균 밖에서 보내는 시간은 14시간 36분으로 집계됐습니다. 한국인 평균 수면시간(7시간 49분)을 제외하면 퇴근 후 경기도에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1시간 35분 뿐입니다.
청년들이 떠나면 지역의 경제활동은 축소됩니다. 특히 기업의 동태성(기업이 생성되고 소멸하는 정도) 감소에 치명적입니다.
김정호 아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생활 인구 감소는 소비 규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는 기업의 투자가 축소되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위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청년층은 상대적으로 업력이 짧은 기업에서 더 많이 일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젊은 기업은 경제 전체 기업의 동태성을 높이는데 기여한다”며 “따라서 청년층의 유출은 기업의 동태성을 감소시켜 경제 전체의 활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나아가 청년 유출은 지역 내의 생산기반 및 인프라를 약화시키기도 합니다. 지속 가능한 지역의 이상적인 모습은 주거·생산·소비·생활 등의 통합적인 인프라가 구축된 모습인데, 주간에 인구가 빠져나가는 현상은 이를 충족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한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박경숙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인구의 주간 이탈 문제는 경제적 자립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이는 지역 고유의 생산 기반에 대한 문제와도 긴밀하게 연결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인구 유출 문제는 문화나 복지, 교통 인프라 등의 약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면 그 지역은 소멸의 위험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연우·조주현기자, 아주대 ADDRESS팀(경제학과 윤주선, 경영학과 임승재, 사회학과 이자민·정민규)
이연우 기자 27y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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