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순환까지 분석…AI, 협심증 고위험군 콕 집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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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영의 즐거운 건강
지난 주말 경주에서 대한심장학회(Korean Society of Cardiology, KSC)의 춘계 심혈관통합학술대회가 있었다. 특히 미국심장학회(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ACC)와 공동 주최여서, 국내외의 많은 심장전문가의 열띤 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오랜만에 진료실을 벗어나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을 만나서 보고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번 학회에서 인상 깊었던 두 가지인 심장 치료 분야에서 인공지능(AI), 심장·혈관 질환을 예방을 위한 여러 가지 노력, 특히 정책 분야에 대한 논의를 다루려고 한다.

초음파의 경우 다른 검사와 달리 시행을 하는 사람의 숙련도와 전문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검사간 편차가 심하다. AI를 활용하면 초음파 영상을 얻는 과정, 측정의 정확도, 판독 과정 등 전 영역에서 크게 향상돼 재현성과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관상동맥 CT도 관상동맥 혈관의 내경, 혈관을 막고 있는 동맥경화반의 정도를 영상분석해 질환의 정도를 평가해왔는데, AI를 활용하면 혈역학적 정보까지 포함해서 분석할 수 있어 협심증의 고위험군 환자를 찾는데 훨씬 효과적이라고 한다.
얼마전 의대생들에게 강의할 때 “나는 30년 전 배웠던 내용과 비슷한 걸 지금 강의하고 있는데 앞으로 30년 뒤 여러분들이 학생들에게 강의할 땐 완전히 다른 걸 가르칠 것 같다”고 말했다. AI 사용이 이미 의료 분야에서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심장 정책분야 세션에서는 심장·혈관 질환의 예방 및 관리를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만큼이나 국가 차원의 정책이 중요하다는 걸 절감했다. 미국에서는 2010년부터 ‘밀리언 하츠(Million Hearts®, 5년 안에 100만 건의 심장마비·뇌졸중 감소)’라는 국가주도의 체계적인 정책이 있고 호주는 2015년부터 ‘심혈관 건강 미션(Cardiovascular Health Mission)’에 2억2000호주달러(약 2조3000억원)를 투입, 심뇌혈관 질환의 연구, 진료에 국가 주도로 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도 2018년부터 순환기병 대책 기본법을 통해 국가 주도 심장질환 예방·치료·재활까지 아우르는 전 주기 관리체계를 구축했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 고혈압 관리는 세계적 수준이긴 하다. 지난해 9월 세계보건기구(WHO)가 2025 고혈압 글로벌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를 고혈압 관리의 선도 국가로 지목하며 그 성공 비결을 집중 조명했었다. 1990년 우리 인구의 혈압 조절률은 5% 수준이었는데 2022년 56%를 기록하며 11배 이상 상승했고, 1990년 16%였던 고혈압 치료율은 2022년 74%로 약 5배 증가했다. 식습관 개선 측면에서도 2005년부터 2022년 사이 나트륨 섭취량이 44%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를 통해 연령 표준화 심혈관 질환 사망률은 과거 대비 74% 하락했다. WHO는 그 원인을 정책 및 보건 의료 체계(전국민의료보험)와 같은 시스템 도입과 정책적 개입에 있다고 봤다. 실제 우리 정부가 국민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기 위한 규제를 도입하고, 정기적인 혈압 검진을 의무화해 조기 진단과 치료의 연속성을 확보했다.
심장질환 관련, 법령과 재원에선 그러나 아직 미진한 부분이 있다. 2016년에 제정된 ‘심뇌혈관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심뇌혈관질환법)’이 국가가 심뇌혈관질환의 예방·진료·재활 및 연구 등에 관한 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립·시행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심장질환, 중증·난치성 심장질환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었고 중증·난치성 심장질환에 관한 의료보장은 취약하다. 심장질환 전문인력 및 인프라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를 보완할 후속 개정 논의는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재원도 새로 편성될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연 1조원 이상)의 일부가 사용될 수 있다는 정도다.
AI 이용 효율적인 국민건강 관리 기대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AI도 국가 정책도 중요하다는 걸 절감했다. AI가 의료 곳곳에 들어오면 효율적인 국민건강 관리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심근경색·심부전·부정맥·심장판막증·심근염·폐고혈압 등을 포함한 심뇌혈관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정부와 지자체의 체계적인 전략이 수립되고 의료보장이 확대되고 전문인력 확충이 돼 국민이 더 건강해지게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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