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항공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회사 AKIS 지분 전량을 AK홀딩스에 매각한다. 외부 투자 유치가 아닌 지주사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항공 부문인 제주항공의 재무 부담이 그룹 지주사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지주사로 되돌아간 자회사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AKIS 주식 780만주(지분 100%)를 AK홀딩스에 432억9000만원에 처분하기로 했다. 처분 목적은 ‘유동성 확보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며, 비상장주식 장외처분 방식으로 오는 4월10일 거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AKIS는 애경그룹의 IT 서비스 계열사로, 당초 지주사인 AK홀딩스가 보유하던 자산이다. 그룹 차원의 IT 역량 강화를 위해 육성돼 왔으며 2023년 항공·여행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을 명분으로 제주항공에 넘겨졌다. 항공 예약·운영 시스템 고도화 등을 통해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3년 만에 AKIS는 다시 AK홀딩스 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제주항공의 재무 여력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자회사를 통한 사업 시너지보다 현금 확보가 우선 과제로 떠오른 결과다. 그룹 내부에서 지분 거래를 통해 자회사를 이동시키며 유동성을 조정하는 구조다.
일각에서는 AKIS 매출의 상당 부분이 그룹 계열사에서 발생하는 구조라는 점도 내부 거래의 배경으로 거론한다. 외부 매각 시 사업 연속성이나 고객 기반 측면에서 제약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내부거래를 통해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특수관계인 간 자산 이전이 반복되는 점도 시장에서 주목하는 대목이다. AKIS는 2023년 시너지 명분으로 제주항공에 편입됐다가 3년 만에 다시 지주사로 돌아가게 됐다. 사업 전략의 일관성보다는 재무 대응이 우선된 결정으로 읽힐 경우 일반 주주들이 자산 이전의 필요성과 적정성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경과 제주항공의 여력
제주항공의 재무 부담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회사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1조5799억원, 영업손실 1109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1436억원으로 집계됐다. 2025년 말 기준 부채총계는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비율도 904.7%로 전년 대비300% 넘게 급등한 상태다.
문제는 지주사 역시 재무 여력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이다. AK홀딩스는 2025년 연결 기준 영업손실 1467억원, 당기순손실 191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지주사가 자회사 리스크를 흡수하는 완충 장치 역할을 해야 하는 구조지만, 자체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는 지원 여력에도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애경그룹은 애경산업 지분 63.13%를 태광그룹에 매각하며 약 47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 시장에서는 해당 자금이 그룹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핵심 계열사인 제주항공의 유동성 보강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지주사 역시 적자 상태인 만큼 제주항공 지원이 장기화될 경우 그룹 전체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주사와 계열사 간 자산을 이동시키는 방식은 단기 유동성 대응 차원에서는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근본적인 재무 개선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AK홀딩스 역시 적자 상태인 상황에서 내부거래만으로 부담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부 매각처럼 실제 자금이 유입되는 구조가 병행되지 않으면 지원이 반복될수록 그룹 전체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석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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