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대 부동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의 경영권 매각 본입찰을 앞두고 한화생명과 흥국생명이 인수적격후보(쇼트리스트)에 포함됐다. 부동산업은 장기적으로 안정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이에 보험 업황이 침체하면서 고정적인 수익을 내는 부동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으려는 보험사들의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운용의 매각을 맡은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최근 한화생명과 흥국생명에 쇼트리스트 선정 사실을 통보했다. 본입찰은 이르면 다음 달에 시작되며, 연내 매각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지스운용은 올해 6월 말 기준 부동산펀드 운용자산(AUM) 약 67조원을 기록해 업계 1위에 올라 있다. 시장점유율은 14.54%, 순자산총액은 31조1345억원에 달했다. AUM은 자산운용사가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펀드·투자신탁 등의 형태로 운용·관리하는 자산의 설정 당시 평가금액이다.
이번 매각 대상은 창업주인 고(故) 김대영 회장의 배우자 손화자 씨가 보유한 지분 12.4%와 주요 재무적투자자(FI)의 지분을 합쳐 약 66.6%다. 6월 말 기준 이지스운용의 주요주주는 △지에프인베스트먼트(9.90%) △대신증권(9.13%) △우미글로벌(9.08%) △금성백조주택(8.59%) △현대차증권(6.59%) △한국토지신탁(5.31%) △조갑주 전 이지스운용 신사업추진단장(1.99%) 등이다.
이처럼 단일 대주주가 없는 만큼 매각주관사는 지분을 최대한 모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동반매도참여권(태그얼롱) 보유 현황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매각 대상이 66.6%에 이르는 만큼 다수의 FI가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태그얼롱은 최대주주가 유리한 조건으로 지분을 팔 때 다른 주주도 동일 조건의 지분 매각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업계는 이지스운용의 전체 지분가치를 약 8000억원으로 추산한다. 이에 따라 매각 대상인 지분 66%의 가치는 약 5300억원 수준이다. 쇼트리스트에 포함된 한화생명과 흥국생명 모두 8000억원대의 기업가치 평가를 바탕으로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화생명은 이지스운용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인수준비 과정에서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와 뱅크오브아메리카를 자문사로 선정해 철저하게 준비해왔다. 한화생명이 인수전에 뛰어든 배경에는 악화된 보험 업황이 자리 잡고 있다. 한화생명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461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0.3% 줄었으며, 보험 손익은 35.9% 감소한 1760억원을 나타냈다.
한화생명은 현재 한화자산운용과 한화리츠 등 자산운용 계열사를 가지고 있지만, 대체투자 역량이 약하다는 평을 받는다. 하지만 이지스운용을 인수할 경우 업계 1위 부동산운용사로 도약할 수 있고, 30조원대의 부동산 개발 자산을 확보하게 된다.
흥국생명은 모회사인 태광그룹의 적극적인 인수합병(M&A) 움직임과 맞물려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태광그룹은 최근 애경산업, 메리어트남대문호텔 인수전 등에도 나서며 사업 확장에 공격적이다. 태광그룹은 이미 흥국생명 외에 흥국자산운용, 흥국리츠운용을 가진 만큼 이지스운용을 더하면 부동산과 대체투자 부문에서 큰 시너지가 기대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업은 변화 속도가 느리지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어 보험사들이 매력을 느끼는 분야"라며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보험사로서는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안정적 수익 확보 차원에서 이지스운용 인수가 큰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이어 "한화생명과 흥국생명 모두 비슷한 인수가격을 제시한 만큼, 매도자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쪽이 최종 승자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현욱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