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사실에 몰래 숨어들던 소년이 있었습니다. 필름을 만지며 세상을 배운 그 아이는 어른이 되어 고향을 떠났고, 오랜 시간이 흘러 부고 한 통에 다시 돌아옵니다. 국내 개봉 35년이 지나 세 번째 재개봉까지 이뤄진 영화, 시네마 천국입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가운데 가장 자주 언급되는 고전이기도 합니다. 필름이 사라진 시대에 보면 오히려 더 깊게 다가오는 작품입니다.
시칠리아의 작은 극장
배경은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작은 마을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이는 유일한 공간이 바로 영화관 시네마 파라디소였습니다. 영사기사 알프레도와 개구쟁이 소년 토토가 그곳에서 쌓아 올린 우정은,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남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스크린 앞에서 함께 울고 웃는 장면은 영화관이라는 공간의 의미를 새삼 떠올리게 합니다.

세계 영화제 26회 수상
시네마 천국은 제42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시작으로 제62회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제47회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까지 받았습니다.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받은 상만 총 26회에 이릅니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흔치 않은 사례입니다.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은 이 작품으로 단숨에 세계적인 이름이 됐습니다.

마지막 장면이 남기는 것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지막 장면을 잊지 못합니다. 알프레도가 남긴 필름 한 통에 담긴 것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하는 순간, 극장 안은 조용해집니다. 잘려 나간 장면들을 모아 둔다는 설정 하나로 사랑과 기억, 그리고 세월을 동시에 이야기한 연출이었습니다. 러닝타임 내내 쌓아 온 감정이 마지막 몇 분에 한꺼번에 터지는 구성이 압권입니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선율
영화만큼 유명한 것이 음악입니다. 엔니오 모리코네가 만든 주제 선율은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어디선가 들어 봤을 만큼 널리 퍼졌습니다. 화면과 음악이 맞물리는 순간의 힘 덕분에, 많은 관객이 이 작품을 인생 영화로 꼽습니다. 필립 누아레가 연기한 알프레도의 대사들도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세대를 건너 다시 극장으로
국내에서만 세 차례 재개봉이 이뤄졌고, 가장 최근 재개봉에서도 감동은 그대로였다는 평이 이어졌습니다. 명작은 시대를 가리지 않는다는 말을 이 영화만큼 잘 증명하는 작품도 드뭅니다. 아직 못 보셨다면, 가능한 한 조용한 환경에서 온전히 집중해 보시길 권합니다.

Copyright © 그 시절 우리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