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세 사상가 김형석 교수의 "인생은 무엇인가"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양구에서 강연 눈길
한 세기 넘게 살아 온 철학가가 전하는 지혜
소명의식으로 1년 150회 넘게 전국 순회 강연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100년을 넘게 살아오며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생생히 기억해 전하는 인물이 있다.
교과서에서나 마주할 수 있는 윤동주 시인과 평양 숭실중 동기동창이며 황순원 소설가의 2년 후배인 104세의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김태길·안병욱 선생과 함께 한국의 1세대 철학가의 길을 걸어온 그는 10여년 전 '안병욱·김형석 철학의 집' 건립을 제안한 양구군과의 인연을 계기로 매년 양구에서 인문학 강의를 하고 있다. 지난 20일 양구문예회관에서 '인문학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강연 자리에서 한 세기를 넘게 살아온 김 교수로부터 삶의 지혜를 직접 들었다.
아직도 1년에 150회 안팎의 전국 순회 강연을 할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는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인생을 성공했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했다. 이에 대해 "내가 내 인생을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는 것으로부터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사실 타고난 건강체질로 보일 수 있겠지만, 김 교수는 어린 시절 허약체질이었고 당시 열의 아홉은 중학교 진학 이전에 숨을 거두거나 뇌사상태에 빠진다는 희귀병도 앓았다고 한다. 하지만 14세 때 "건강을 주시면 어른이 되어 하나님의 일을 하겠다"고 기도한 것이 받아들여진 것일까. 기독교인인 그는 100년이 넘게 살면서 단 한 번도 건강검진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 비결로 소명의식을 갖고 '일'과 함께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중3 시절 윤동주 시인과 함께 신사참배에 반대했던 유일한 2명으로 알려진 김 교수는 만주로 간 윤동주와 달리 학교를 자퇴한 뒤 1년 동안 독서에 심취했다. 그 때 마하트마 간디의 자서전에서 '정직'과 '사랑'을 배웠고,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서 역사, 예술, 인생을 깨달았다고 했다. 신사참배 거부가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또 하나의 기회로 연결된 셈이다. 결국 자연스럽게 철학과 신학도 함께 공부하게 됐고,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마지막 설교를 들으며 교육의 중요성도 체득했다.
아직도 '학교교육'과 '독서교육'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김 교수는 "양구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독서를 많이 하는 곳이 됐으면 한다"는 소망을 비추기도 했다.
김 교수는 끝으로 "인문학은 '무슨 사상으로 어떻게 사느냐'를 탐구하는 것이며, 정치, 기업, 우리 사회 모든 곳에서 필요하다"면서 "독서를 통해 성장하면 대한민국도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행복하고 즐겁게 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무헌기자 trustme@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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