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세 사상가 김형석 교수의 "인생은 무엇인가"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양구에서 강연 눈길
한 세기 넘게 살아 온 철학가가 전하는 지혜
소명의식으로 1년 150회 넘게 전국 순회 강연

◇올해 104세의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 20일 양구문예회관에서 인문학강연을 마친 후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이무헌기자
◇올해 104세의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 20일 양구문예회관에서 인문학강연을 마친 후 수강생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무헌기자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100년을 넘게 살아오며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생생히 기억해 전하는 인물이 있다.

교과서에서나 마주할 수 있는 윤동주 시인과 평양 숭실중 동기동창이며 황순원 소설가의 2년 후배인 104세의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김태길·안병욱 선생과 함께 한국의 1세대 철학가의 길을 걸어온 그는 10여년 전 '안병욱·김형석 철학의 집' 건립을 제안한 양구군과의 인연을 계기로 매년 양구에서 인문학 강의를 하고 있다. 지난 20일 양구문예회관에서 '인문학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강연 자리에서 한 세기를 넘게 살아온 김 교수로부터 삶의 지혜를 직접 들었다.

아직도 1년에 150회 안팎의 전국 순회 강연을 할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는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인생을 성공했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했다. 이에 대해 "내가 내 인생을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는 것으로부터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사실 타고난 건강체질로 보일 수 있겠지만, 김 교수는 어린 시절 허약체질이었고 당시 열의 아홉은 중학교 진학 이전에 숨을 거두거나 뇌사상태에 빠진다는 희귀병도 앓았다고 한다. 하지만 14세 때 "건강을 주시면 어른이 되어 하나님의 일을 하겠다"고 기도한 것이 받아들여진 것일까. 기독교인인 그는 100년이 넘게 살면서 단 한 번도 건강검진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 비결로 소명의식을 갖고 '일'과 함께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중3 시절 윤동주 시인과 함께 신사참배에 반대했던 유일한 2명으로 알려진 김 교수는 만주로 간 윤동주와 달리 학교를 자퇴한 뒤 1년 동안 독서에 심취했다. 그 때 마하트마 간디의 자서전에서 '정직'과 '사랑'을 배웠고,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서 역사, 예술, 인생을 깨달았다고 했다. 신사참배 거부가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또 하나의 기회로 연결된 셈이다. 결국 자연스럽게 철학과 신학도 함께 공부하게 됐고,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마지막 설교를 들으며 교육의 중요성도 체득했다.

아직도 '학교교육'과 '독서교육'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김 교수는 "양구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독서를 많이 하는 곳이 됐으면 한다"는 소망을 비추기도 했다.

김 교수는 끝으로 "인문학은 '무슨 사상으로 어떻게 사느냐'를 탐구하는 것이며, 정치, 기업, 우리 사회 모든 곳에서 필요하다"면서 "독서를 통해 성장하면 대한민국도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행복하고 즐겁게 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무헌기자 trustme@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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