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9개' 201cm 괴물 수비수, 32살에 '인생 역전' 미쳤다!...첫 국대 발탁→'파워 헤더'로 132년 만 최초 우승
[OSEN=고성환 기자] 말 그대로 인간 승리다. 댄 번(33, 뉴캐슬 유나이티드)이 생애 처음으로 잉글랜드 대표팀에 승선한 데 이어 소속팀에 역사상 첫 리그컵 우승까지 안겼다.
뉴캐슬은 17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리그컵(EFL컵) 결승전에서 리버풀을 꺾고 2-1로 우승했다.
이로써 뉴캐슬은 구단 역사상 최초로 리그컵 정상에 오르며 새 역사를 썼다. 뉴캐슬이 리그컵 챔피언이 된 건 1892년 창단 이후 132년 만에 이뤄낸 쾌거다. 자국 대회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도 1955년 FA컵 우승 이후 70년 만이다.
반면 리버풀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리버풀은 지난 12일 안방에서 파리 생제르맹(PSG)과 승부차기 혈투 끝에 패하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에서 탈락했다. 자존심을 구긴 리버풀은 리그컵 우승에 모든 초점을 맞췄지만, 이마저도 실패로 끝났다.
뉴캐슬이 우승할 자격이 충분한 경기였다. 뉴캐슬은 기대 득점(xG)에서도 리버풀을 1.84 대 0.89로 압도했다. 유효 슈팅도 2개 대 6개로 차이가 컸다.
특히 뉴캐슬은 리버풀의 '에이스' 모하메드 살라를 90분 내내 슈팅을 하나도 허용하지 않으며 꽁꽁 묶었다. 살라는 올 시즌 공식전 32골 22도움으로 미친 활약을 펼치고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 침묵하며 고개를 떨궜다.
뉴캐슬로서는 201cm에 달하는 '장신 센터백' 번의 활약이 빛났다. 이날 그는 파비안 셰어와 호흡을 맞추며 살라를 완벽 봉쇄한 것도 모자라 헤더 선제골까지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번은 0-0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던 전반 45분 환상적인 선제골을 뽑아냈다. 키어런 트리피어가 왼쪽에서 높은 궤적의 코너킥을 올렸다. 이를 번이 달려들며 강력한 헤더로 연결, 골문 구석으로 밀어넣었다
기세를 탄 뉴캐슬은 금방 추가골까지 터트렸다. 후반 7분 티노 리브라멘토가 왼쪽에서 길게 크로스했고, 대니 머피가 머리로 공을 떨궈줬다. 이를 알렉산데르 이삭이 정확한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2-0을 만들었다. 불과 1분 전 오프사이드로 득점이 취소됐던 이삭은 관중석 앞 보드 위에 올라서며 뉴캐슬 팬들을 열광케 했다.
뉴캐슬은 한 번 잡은 리드를 놓치지 않았다. 집중력 높은 수비로 리버풀 공격을 번번이 막아내며 승리에 다가갔다. 후반 추가시간 4분 페데리코 키에사에게 한 골 내주긴 했지만, 남은 시간을 잘 버텨내며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종료 휘슬이 불리자 번은 셰어를 끌어안고 그 누구보다 기뻐했다. 그는 뉴캐슬 근교에서 태어나 뉴캐슬 유스팀에서 성장한 '로컬 보이'인 만큼 이번 우승이 더욱 뜻깊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개인 커리어 최초 우승이기도 하다.
번의 인생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그는 어릴 적 뉴캐슬 아카데미에서 방출됐고, 13살엔 반지가 펜스에 걸려 오른쪽 약지가 거의 다 찢겨나가는 사고를 당했다. 16살 시절에는 슈퍼마켓에서 일하며 축구에 대한 꿈을 이어갔다.
그럼에도 번은 포기하지 않았고, 2011년 풀럼에 입단했다. 이후 그는 요빌 타운과 버밍엄 시티 등 3부 리그에서 임대로 경험을 쌓았고, 풀럼에서 잠깐이나마 프리미어리그(PL) 무대를 누비기도 했다. 우여곡절을 겪은 번은 2018년 브라이튼 유니폼을 입으며 다시 PL에 입성했고, 2021년엔 뉴캐슬에 입단하며 고향팀과 인연을 맺었다.
번은 뉴캐슬에서도 단단한 수비를 자랑하며 주전으로 도약했다. 뉴캐슬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PIF)의 지원 아래 여러 선수를 영입해도 번은 항상 자리를 지켰다. 심지어 지난 주엔 토마스 투헬 감독이 이끄는 잉글랜드 대표팀에 발탁되며 생애 최초로 국가대표에 승선하기도 했다. 만 32세의 나이에 최전성기를 맞고 있는 번이다.
영국 '가디언'도 "번은 작년 1월 이후 득점이 없었지만, 완벽한 선제골로 돌파구를 찾았다. 그는 양 팀을 합쳐 유일하게 소속팀 현지에서 태어난 선발 선수였다. 이는 클럽 현대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골이다. 단순한 '댄 번 헤더'가 아니라 '댄 번 파워 헤더'였다"라고 주목했다.
에디 하우 뉴캐슬 감독 역시 번 칭찬을 잊지 않았다. 그는 "번에게는 많지 않은 날이었다. 오늘 그의 수비 활약은 대단했다. 우리는 2주 동안 코너킥을 끊임없이 훈련했다. 번은 먼 거리에서 크로스를 하나 배달받았고, 놀라운 헤더였다. 정말 그에게 딱 맞았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적장' 아르네 슬롯 리버풀 감독까지 칭찬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골대 근처에 강력한 선수 5명을 배치했다"라며 "보통은 공간으로 달려가지만, 번은 예외였다. 내 인생에서 그렇게 멀리서 뛰어온 선수가 그렇게 강하게 먼 구석으로 헤더를 보낸 건 본 적이 없다. 100번 중 99번은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영웅이 된 번은 꿈만 같다고 밝혔다. 그는 "더 나쁜 몇 주를 보냈다. 꿈을 꾸는 것 같고, 모든 게 거짓말이 될 것 같아서 잠들고 싶지 않다. 그간 골을 많이 넣지 못했는데 중요한 경기를 위해 아껴놨다. 기분이 이상하다. 순간 무감각해졌다"라며 "내일 잉글랜드 대표팀 훈련 8시에 가장 먼저 도착할 것"이라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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