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 낙하산들을 박제한다 [세상읽기]
김준일 | 시사평론가
다른 곳도 많지만 특히 언론계에는 낙하산 인사가 가득하다. 특정 단체를 중심으로 한 사적 인연으로 얽혀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 중심에는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가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설립된 이 단체를 그냥 보수 성향 언론단체라고 부른다면 보수에 대한 결례라고 본다. 윤석열 정부의 잘못은 무조건적으로 감싸고 이를 지적하는 언론(인)을 좌편향됐다며 지적하고 괴롭히는 단체다. 공언련 외에 바른언론시민행동, 자유미디어국민행동, 새미래포럼, 가짜뉴스뿌리뽑기범국민운동본부 등이 비슷한 성격의 단체며 이들의 멤버는 대체로 겹친다.
대표적으로 공언련 출신 중 언론사 혹은 언론 유관기관 주요 직책에 진출한 사람을 살펴보자.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은 공언련과 그 전신인 국민언론감시연대에 모두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방송(KBS) 피디 출신인 최철호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은 공언련 대표를 역임했다. 최철호는 국민의힘 추천으로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위) 위원이 됐다. 공언련 2기 이사장을 역임한 권재홍 전 문화방송(MBC) 앵커는 공언련 추천으로 선방심위 위원으로 활동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공언련 출신이 대부분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엔 정화섭 평가위원, 와이티엔(YTN)엔 김백 사장, 김현우 기획조정실장 등이 공언련 출신으로 거쳐 갔다.
그중 최철호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을 살펴보자. 선방심위 위원으로 활동하던 지난 4월 최철호는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다룬 문화방송 ‘스트레이트’에 법정제재를 의결하며 “아버지 인연 때문에 거절하기 민망해 받은 것을 놓고 갑자기 (최재영 목사가) 방송에 나와 그 아주머니 청탁성 뇌물을 받았다고 떠드는 것”이라며 명품 가방이 가정주부에 대한 선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앞선 2월 선방심위는 김건희 특검에 ‘여사’를 붙이지 않았다며 에스비에스(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 대해 행정지도를 권고했다. 당시 최철호는 ‘김건희 특검’이 아니라 ‘김건희 여사 특검’이라고 호칭해야 한다고 방송사들에 사실상 강요를 했다. 이후 두달 만에 김건희 ‘여사’가 김건희 ‘아주머니’가 됐지만 그는 아무런 부끄러움도 모순도 느끼질 못하는 것 같다. 이에 대한 대가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그를 취임 하루 만에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으로 임명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취임 당일인 7월31일 한국방송 이사와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선임을 강행했다. 이진숙이 임명한 한국방송 이사 7명 중 2명, 방문진 이사 6명 중 2명이 위에 언급한 단체 출신이다. 이인철 한국방송 이사는 공언련 발기인, 바른언론시민행동 법률지원단, 자유미디어국민행동 운영위원이며 허엽 이사도 바른언론시민행동 이사를 역임했다. 방문진 윤길용 이사는 새미래포럼 발기인, 가짜뉴스뿌리뽑기범국민운동본부에서 활동했고 이우용 이사는 자유민주시민연대에서 과거에 활동했다.
낙하산으로 분류되는 민영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장은 언론인 출신이 아니기에 이들 단체에 직접적으로 가입해 활동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진숙 위원장이 직무정지 직전 최철호 이사장과 함께 급하게 임명했던 2명 중 한명이다. 민 사장은 지난 대선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국민통합특보를 지냈으며 본인이 구독자 28만여명의 보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윤 대통령 내외를 칭송해왔다. 이미 정치권과 언론계에는 민 사장이 ‘김건희 라인’이라서 사장에 임명됐다는 얘기가 파다해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질의가 나왔다. 민 사장은 가짜뉴스라며 부인했다. 민 사장은 지난 5월 코바코 사장 후보 모집 당시 지원 서류에 관련 분야 실적, 주요 업적 등을 빈칸으로 제출했음에도 4 대 1 경쟁률을 뚫고 사장에 뽑혔다.
위에 언급된 전부가 낙하산인지는 모르겠다. 이들이 무능한지 유능한지도 정보가 부족해 판단하기 어렵다. 자기들끼리 밀어주고 끌어준 것이 이번 정권에서만 있는 일이냐며 항변할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그 어떤 정권과 비교해봐도 이들의 최고 권력자에 대한 감싸기와 용비어천가가 노골적이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을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압박했으며 그 대가로 좋은 자리를 받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자리는 유한하지만 이름은 영원히 남는다. 언론계 치욕의 낙하산을 박제하는 차원에서 이 칼럼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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