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 발행어음 인가…9개사 고객 유치전 '본격화'

메리츠증권 신사옥. /사진 제공=메리츠증권

메리츠증권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았다. 이달 초 삼성증권에 이어 메리츠증권까지 사업에 합류하면서 국내 발행어음 사업자는 9곳으로 늘었다. 사업자가 1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4곳에서 9곳으로 급증한 만큼 한정된 고객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증권사 간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2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위는 23일 제16차 정례회의에서 메리츠증권을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로 지정하고 단기금융업 인가안을 의결했다. 종투사는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증권사에 기업 신용공여 등 기업금융 업무를 허용하는 제도다. 종투사 가운데서도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만 발행어음을 취급할 수 있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금융상품이다. 예금자보호 대상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은행 정기예금보다 금리가 높아 증권사판 예금으로 불린다.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최대 200%까지 발행할 수 있어 발행어음은 대형 증권사의 주요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인가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7월 인가를 신청했지만, 이화전기 신주인수권부사채 관련 검찰 수사와 금융감독원 검사로 심사가 지연됐다. 이달 심사가 재개된 뒤 지난 16일 증권선물위원회 심사를 통과했고, 이번에 금융위 의결까지 마쳤다.

발행어음 사업자는 지난해부터 빠르게 늘었다. 기존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4곳에 지난해 11월 키움증권이 합류했다. 이어 12월에는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이 인가를 받았다. 이달 삼성증권이 8번째 사업자가 된 데 이어 메리츠증권이 9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증권사 간 경쟁은 이미 금리 인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21일 첫 발행어음 상품을 출시하면서 신규·소액 고객을 대상으로 2~90일 만기 상품에 세전 연 5.5%의 특별판매 금리를 적용했다. 종합계좌 고객을 대상으로 한 1년 만기 상품은 연 4.3% 금리를 제시했는데, 한도 1000억원이 출시 이틀 반 만에 모두 소진됐다.

키움증권은 생애 최초 계좌 개설 고객에게 1년 만기 상품을 연 5% 금리로 제공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신규 자금을 대상으로 1년 만기 상품에 연 4.9%의 특별판매 금리를 적용한 바 있다.

메리츠증권은 그동안 개인 고객 기반도 꾸준히 넓혀왔다. 국내외 주식 거래 수수료 무료를 내건 온라인 계좌 'Super365'를 통해 고객을 끌어모았고, 이달 초에는 인공지능 투자 플랫폼 'MOUM'을 선보였다. 업계에서는 메리츠증권이 발행어음을 이들 온라인 채널의 고객 유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고금리 특별판매 상품은 수익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발행어음 금리가 높아질수록 자금 조달 비용이 커져 운용 수익과의 차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발행어음 사업자는 2028년까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의 25%를 중소·벤처기업 투자 등 모험자본으로 공급해야 한다. 조달 규모가 커질수록 자금 운용 부담도 함께 커질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메리츠증권 인가로 단기금융업을 영위할 수 있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모두 9곳으로 늘었다"며 "모험자본 공급을 비롯해 기업의 다양한 자금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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