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카 사람들은 소리가 어떤 식으로 전달되는지 이해했으며, 관련 지식을 활용해 건물을 지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UCSF) 연구팀은 13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지난달 말 UCSF 홈페이지에 먼저 소개됐다.
잉카제국은 마추픽추와 쿠스코로 대표되는 정교한 석조 건축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일부 유구 안에는 시각만으로는 알아보기 힘든 장치가 숨어 있어 학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대표적인 건물은 페루 남부 화이타라에 자리한 카르파 와시(Carpa Uasi)다. 벽체 4개 중 한쪽 면만 뻥 뚫린 구조로 위에서 보면 디귿(ㄷ)자다. 스페인 통치 시기에 지어진 산 후안 바우티스타 교회가 이 건물을 토대로 지어진 관계로 현재는 잉카인이 축조한 벽은 바깥쪽에서 덮였다. 상부에도 새로운 지붕이 올라갔다. 교회가 비바람을 막아준 덕에 카르파 와시는 무려 600년간 거의 원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지금껏 여러 학자가 카르파 와시의 정확한 용도를 알아내려 했으나 가설만 세웠을 뿐 결정적 증거는 잡지 못했다. 연구팀은 잉카문명이 소리를 중시했다는 점에 착안, 해당 건물이 소리를 보다 멀리 보내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봤다.
조사를 주도한 UCSF 스텔라 네어 연구원은 “카르파 와시의 형상은 북소리 같은 저주파를 멀리 퍼뜨리는 구조”라며 “3개 벽체에 반사된 소리가 열린 쪽을 향해 빠짐으로써 의식 등에서 연주된 소리를 주위에 보다 멀리, 크게 퍼뜨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잉카문명의 의식은 북과 관악기가 큰 역할을 했고, 소리가 울리고 퍼지는 방식을 잉카인은 깊이 이해한 듯하다”며 “즉 카르파 와시는 의식용 음향을 의도적으로 증폭하기 위해 머리를 써서 축조한 건축물”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우리가 고대 문명을 조사할 때, 시각에 너무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처럼 소리를 포함한 다양한 감각을 단서로 역사를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잉카제국은 15세기부터 16세기 초에 걸쳐 안데스 지역에서 번영했다. 현재의 에콰도르에서 칠레까지 남북 약 4000㎞에 달하는 광활한 영역을 지배했다. 수도 쿠스코를 중심으로 고도의 도로망과 행정제도를 정비했고 석재를 정밀 가공해 틈이 없는 건축물을 만들었다. 잉카인의 이런 뛰어난 기술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고대도시 마추픽추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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