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 담당자로 20년 가까이 일해오다가, 최근 2년간 조직과 경영 연구에 몰두하게 되었다. 특히 포용적 조직문화와 리더십에 관한 깊은 고민이 나를 이끌었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권력의 균형을 유지하며, 지속 가능한 조직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탐구하던 중, 티모시 스나이더의 《폭정》은 내게 예상치 못한 깊은 통찰을 선물했다.
이 책은 단순히 과거의 역사적 사례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붕괴가 조직과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경고하며, 우리가 어떻게 이를 방지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제시한다. 읽어내려가며 나는 '폭정(tyranny)'이 단지 국가 차원의 정치적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독재는 특정한 권력 구조 속에서 태동하며, 이는 기업과 조직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된다.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되고, 의사 결정 과정에서 다양성이 배제되며,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억눌린 조직은 '작은 폭정'의 형태를 띠게 된다. 이런 환경은 개인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질식시키고, 결국 조직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씨앗이 된다.

민주주의와 조직문화의 공통점: 견제와 균형의 필요성
《폭정》에서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부분은 권위주의적 리더십이 점진적으로 강화되는 과정에 대한 분석이었다. 스나이더는 히틀러, 스탈린, 푸틴 등의 사례를 통해, 독재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 제도를 교묘히 악용하고, 점진적으로 견제 장치를 무너뜨리며, 시민들의 저항 심리를 서서히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한다.
이는 조직 내에서도 놀랍도록 유사한 패턴으로 나타난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조직 내에서 견제와 균형(balance of power)이 무너질 때 리더는 독단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환경에서 구성원들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기 어려워지며, 창의적 아이디어보다는 상사의 의중을 맞추는 문화가 자리 잡게 된다.
실제로 많은 조직이 '수평적 문화'라는 현대적 가면 아래 권위주의적 리더십을 유지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겉으로는 자유로운 토론을 장려하지만, 실상은 리더의 결정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암묵적으로 금기시되는 조직 문화가 형성된다. 이런 조직은 단기적으로는 효율성을 보여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구성원들의 몰입도와 혁신성이 급격히 감소한다. 결국 이는 조직의 경쟁력을 서서히 갉아먹는 요인이 된다.
이런 맥락에서 스나이더가 강조한 제도를 수호하고,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며, 진실을 기반으로 한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교훈은 조직 운영에서도 핵심적인 원칙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포용적 리더십과 '진실을 지키는 일'
책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은 부분 중 하나는 진실을 지키는 것이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핵심이라는 메시지였다. 스나이더는 '거짓말을 일상화하는 권력'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한다고 주장하며, 개인이 진실을 수호하고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것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나는 이 원칙이 포용적 리더십(inclusive leadership)과 깊은 연관성을 지닌다고 생각한다. 포용적 리더는 조직 내에서 '진실'을 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다양한 인종과 성별을 존중하는 차원을 넘어, 구성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조직 내에서 비판적 사고를 촉진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많은 조직에서 '진실을 말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상급자가 듣기 꺼려하는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조직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토양이 필요하며, 이는 리더가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할 책임이다.
예로 들자면, 한 기업에서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을 강화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다. 조직 내에서 구성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무명 회의(anonymous meeting)'를 시도했는데, 놀랍게도 많은 구성원이 처음으로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공유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조직의 경직된 문화가 주요 문제점으로 드러났고, 리더들은 변화의 필요성을 마침내 인식하게 되었다. 이는 스나이더가 강조한 '진실을 지키는 것'이 조직 내에서도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우리가 실천해야 할 것들: 리더십과 시민의 역할
《폭정》이 강조하는 핵심 메시지는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이 시민의 적극적인 행동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조직 내에서 건강한 문화와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주도적인 역할이 필수적이다.
책에서 제시한 20가지 원칙 중, 조직 문화와 연관 지어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를 재해석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제도를 지키라 → 조직 내에서 공정한 평가와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확립하고 준수하라.
2. 진실을 지켜라 → 구성원들이 솔직한 의견을 말할 수 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성하라.
3. 전문가를 보호하라 → 조직 내에서 특정 의견이 무시되지 않도록 다양한 관점을 존중하라.
4. 언론을 지원하라 → 조직 내에서 투명한 정보 공유와 열린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강화하라.
5. 위험을 감수하라 →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민주주의와 조직 문화가 결코 별개의 영역이 아니라는 사실을 깊이 깨달았다. 민주주의가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시민 개개인의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듯, 조직이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구성원 모두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된다.그리고 그 중심에는 포용적 리더십과 견제의 균형이 필수적으로 자리해야 한다.
《폭정》은 단순한 역사서가 아니라, 우리가 속한 조직과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실천적 지침서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의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권위주의가 점진적으로 강화되듯, 조직에서도 건강한 문화가 약화되면 결국 권위적 리더십이 뿌리내리게 된다.
나는 앞으로도 연구를 이어가며, 조직 내에서 민주적 운영과 포용적 리더십을 강화하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탐구할 것이다. 또한, 코치로서의 삶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리더들이 '진실을 경청하는 태도'를 함양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결국, 좋은 사회와 건강한 조직은 저절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책임감 속에서 비로소 꽃피는 것이다. 《폭정》은 그 소중한 진실을 다시금 일깨워 준 값진 책으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 글쓴이 : 인생여행자 정연
이십 년간 자동차회사에서 HR 매니저로 일해오면서 조직과 사람, 일과 문화, 성과와 성장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몸으로 답하는 시간을 보내왔다. 지층처럼 쌓아두었던 고민의 시간을 글로 담아, H그룹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칼럼을 쓰기도 했다. 11년차 요가수련자이기도 한 그는 자신을 인생여행자라고 부르며, 일상을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글을 짓는다. 현재는 H그룹 미래경영연구센터에서 조직의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며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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