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환, 박해민…또 한번의 ‘후불제 병역특례’

WBC 출전 명단 발표의 긴장감

어제(4일) 서울 도곡동이다. 야구회관에 긴장감이 팽팽하다. 숨 막히는 엄숙함이다. 마치 국가 대사를 논하는 자리 같다. 진지하기 이를 데 없다. 몇몇 방송사는 라이브 중계를 편성했다. 겨우(?) 엔트리 발표다. 30명 명단 알리는 자리를 말이다.

왜 아니겠나. KBO가 심혈을 기울인다. 아니, 야구계 전체가 그렇다. 인기가 하락세다. 세계 랭킹도 마찬가지다. 3위에서 4위로 내려갔다. ‘올해가 반등의 기회다. 아니면 한동안 어렵다.’ 그런 위기감이 짙다.

불과 하루 전이다. 허구연 총재의 신년사에도 드러난다. “2023년은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9월 아시안게임, 11월 APBC 대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국제대회가 예정됐다. 우수한 선수를 발굴하고, 철저한 전력분석으로 좋은 성적을 내도록 지원하겠다.”

이미 몇 개월 전부터 시끄러웠다. 엔트리 문제는 첨예한 논쟁거리였다. 안우진을 넣느냐/마느냐. 메이저리그 출신은 누굴 포함시키냐. 민감한 이슈들이 다뤄졌다. 이강철 감독, 조범현 기술위원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했다.

누군가 목표를 물었다. 이 감독이 멋진 답변을 내놨다. “목표를 말하면 잘 안되는 편이다. 몇 위라는 것보다 일본은 벗어나고 싶다. 멀리 한 번 가보고 싶다.”

어느 커뮤니티의 논쟁 “김하성과 오지환 누가 수비 잘하냐”

어느 커뮤니티 게시판이다. 논쟁이 벌어졌다. 온도가 제법 뜨겁다. WBC 대표팀과 관련한 토론이었다. 의제가 흥미롭다. 유격수에 대한 질문이다. ‘김하성과 오지환 중 누가 낫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김하성이 워낙 타격에서 뛰어나서 그렇지 수비는 본래 오지환이 낫다.’

‘크보 시절에는 김하성 수비가 오지환보다 아래였다.’

‘김하성은 어려서부터 수비 잘했다. 고척에서 그 정도 하는 유격수 없다.’

‘리그 차이가 넘사벽이다. 김하성이 ML 가서 엄청 늘었다.’

‘생각해 봐라. 당신이 감독이면 누굴 쓰겠나.’

‘김하성이 3루로 가고, 유격수는 오지환이 보면 된다.’

‘3루에는 최정이 있는데, 오지환이 어떻게 김하성을 밀어내냐.’

어쨌든 대략 가닥은 잡혔다. 몇몇 댓글러들이 내야라인을 정리했다(?). ▶1루수=박병호, 최지만(플래툰) ▶ 2루수=토미 에드먼 ▶3루수=최정 ▶유격수=김하성. 이렇게 되면 김혜성, 오지환, 강백호는 백업으로 분류된다. 이강철 감독만 모르고 있을 뿐이다.

한국 야구의 아픈 기억 ‘오지환법’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2018년 가을의 일이다. 청와대에 청원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대강 이런 내용들이다. ‘야구선수들의 병역기피 통로인 아시안게임 무임승차를 방지하기 위한 입법이 필요하다.’ ‘이미 확정된 야구선수들의 병역특례를 취소시켜야 한다.’

덩달아 국회도 바빠졌다. 검토해야 할 법안 하나가 제출됐다. 대표 발의자는 자유한국당 김재원 의원이다. 병역법 개정안이다. 예술·체육분야 특례에 누적점수제(마일리지)를 도입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김 의원은 이렇게 설명했다. “현행 제도는 한방에 병역문제를 해결하는 로또 특례다. 선수들의 꾸준한 경기력 향상과 국위선양을 위한 기여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각종 세계대회의 입상 성적을 수차례 골고루 반영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듬해 개선안이 확정됐다. 적용 대회가 재조정되고, 단체 경기 출전 조항도 수정됐다. BTS 탓에 뜨거운 관심거리였다. 그러나 몇몇 매체는 이를 ‘오지환법’이라고 불렀다.

그만큼 2018년 아시안게임의 상처가 컸다. 오지환을 비롯해 박해민, 나지완 등이 신랄한 비판의 대상이었다. 국회 청문회까지 열렸다. 선동열 전 감독이 증언대에 섰다. 정운찬 전 KBO총재도 마찬가지 신세였다. 금메달의 영예는 사라졌다.

태극마크를 위해 ‘후불’은 영원한 의무다

공교롭다. 그 때 그들이 다시 포함됐다. 오지환과 박해민이 예비 엔트리 30명에 들었다. 내/외야의 어엿한 대표 멤버로 선정됐다. 불과 4년 전이다. 당시는 집중 포화의 대상이었다. ‘성적이 안된다’ ‘낄 자리가 없다’ ‘자격이 의심스럽다’ 그런 비판이 쏟아졌다. 심지어 모종의 의혹까지 제기됐다.

물론 대회 성격이 다르다. 어디는 아마추어, 어디는 프로가 나서는 불균형은 없다. 출전국 모두 베스트로 구성된다. 전력 투구하는 국가대항전이다. 당시처럼 병역특례와 직접 연관성도 없다. 불합리함도 있을 리 없다.

둘은 2021년에도 태극마크를 달았다. 도쿄올림픽 때다. 비록 4위에 그쳤다. 그러나 둘은 괜찮은 활약을 보였다. 박해민은 25타수 11안타(0.440)을 기록했다. 7경기에서 모두 출루하는 기록을 세웠다. 포지션별 베스트 라인업에도 포함됐다(한국 선수 중 김현수와 2명).

오지환도 반짝였다. 이스라엘과 첫 경기에서 맹타를 터트렸다. 홈런 포함해 3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두번째 대결서도 홈런을 추가했다. ‘요코하마의 영웅’으로 불렸다. 담담한 소감을 밝혔다. “예전에 많은 얘기가 있었다. 이젠 그런 말 듣고 싶지 않다. 힘든 걸 티 내기도 싫다. 대표팀다운 선수가 되고, 승리에 필요한 선수가 되고 싶었다. 어떤 상황이든 최선을 다하겠다. 그런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그 때 어떤 팬이 이런 표현을 남겼다. ‘후불제 병역특례.’ 그를 가장 힘들고 아프게 만들었던 곳이다. 그의 가족들이 상처받았던 곳이다. 바로 그 댓글창에 기발함으로 위로를 건넸다. 그리고 또 한번이다. 3월 도쿄에서 다시 필요하다. 태극마크를 위해서다. ‘후불’은 영원한 의무로 남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