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자주 먹는데…" 잘못 보관하면 온 집안 다 태울 수도 있는 '이 가루'

별도의 열원 없이 자연 발화할 수 있는 '들깻가루'
들깻가루는 고소한 맛과 향을 가졌지만, 보관에 유의해야 한다. / sungsu han-shutterstock.com

고소한 향과 깊은 맛을 더해주는 들깻가루는 찌개, 국, 나물무침 등 한식 조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식재료다. 고소한 풍미 덕분에 국물 맛을 부드럽게 만들고, 영양적으로도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해 몸에 좋은 식재료로도 여겨진다.

이런 들깻가루는 고춧가루처럼 냉장고에 보관하는 경우가 많다. 더 오래 두고 쓰기 위해 냉동 보관을 선택하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여기엔 잘 알려지지 않은 위험이 숨어 있다. 냉동 보관한 들깻가루를 꺼내 상온에 해동할 때, 열을 가하지 않았는데도 불이 날 수 있는 '자연 발화'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가루 형태의 식재료가 불꽃 없이 타오르는 현상은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실제로 발생한 사례도 적지 않다. 들깻가루의 위험성과 올바른 보관법에 대해 알아본다.

스스로 불타는 들깻가루… 그 이유는

들깨씨 자료사진. / YOOONIE-shutterstock.com

들깻가루에 갑자기 불이 붙는 이유는 들깻가루에 포함된 식물성 기름 때문이다. 이 기름은 공기 중 산소와 결합하며 산화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열이 발생한다.

그런데 들깻가루가 덩어리 형태로 뭉쳐 있을 경우, 내부에 갇힌 열은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고 점점 축적된다. 그렇게 축적된 열이 발화점을 넘기면 불꽃 없이 천천히 타오르는 자연 발화가 일어난다.

여기에 종이나 섬유, 먼지 등이 접촉해 있으면 산화 속도가 더 빨라진다. 해동 장소 근처에 가스레인지나 뜨거운 조리기구가 있다면 위험은 더욱 커진다.

냉동 상태에서 꺼낸 들깻가루는 산화 외에도 또 다른 위험 요소도 존재한다. 바로 수분이다. 차가운 가루가 따뜻한 공기와 만나면서 표면에 습기가 생기는데, 이 습한 환경은 산화로 인한 열이 더 빠르게 쌓이게 만든다.

덩어리진 상태의 들깻가루는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내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한다. 특히 여름철에는 실내 온도와 습도가 높기 때문에 자연 발화 확률도 함께 올라간다.

실제로 한국화재보험협회 자료에 따르면, 매년 여름 들깻가루의 자연 발화로 인한 화재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2011년 경기 광명시에서 들깻가루의 자연 발화로 인한 화재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에는 불씨가 없었고 전기 기구도 없었기 때문에 자연 발화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들깻가루를 냉동해 보관하던 중 상온에 꺼내 해동하는 과정에서 불이 났다는 것이다.

2024년 대구에서도 들깻가루의 자연 발화로 인해 방앗간에 화재가 발생한 사례가 있다. 이 불로 방앗간 내부가 타고, 방앗간 기계도 불타 약 148만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상온 보관도 안전하지 않다. 2018년 한국화재보험협회 웹진에 소개된 사례에 따르면, 공장 화물대 위에 쌓아뒀던 들깻가루가 자연 발화해 화재가 발생한 일이 있었다.

이 당시 화재 현장은 밀폐 공간이 아니었음에도 들깻가루 속 식물성 기름의 산화 반응이 빠르게 일어나 불길로 번졌다.

들깻가루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방법

들깻가루 자료사진. / sungsu han-shutterstock.com

들깻가루 보관 시 가장 중요한 것은 덩어리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가능하면 얇게 펼쳐 공기와 접촉면을 넓게 만들어야 열 축적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일반 가정에서는 이처럼 넓게 보관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습도와 온도가 낮고 통풍이 원활한 장소를 찾는 것이 최선이다. 불가피하게 냉장 보관해야 할 경우에는 반드시 밀폐 용기를 이용해 산소 유입을 차단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그래야 들깻가루 속 기름 성분의 산화 반응을 억제할 수 있다.

이미 냉동된 들깻가루를 꺼내야 한다면 해동 중 반드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국화재보험협회에 따르면 보통 해동 3~4시간 뒤부터 발화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들깻가루를 꺼낸 직후부터 서서히 내부 온도가 올라가고, 습도와 산화가 동시에 진행되며 열이 축적된다. 특히 냉동 상태에서 해동할 때는 들깻가루를 작은 덩어리로 잘게 부수고, 해동 중 주변을 절대 비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발화 초기에는 연기나 불꽃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눈으로 계속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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