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살지만 결혼은 No”…우리도 프랑스처럼, 동거혼에 쿨해질 수 있을까 [나기자의 데이터로 세상읽기]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2024. 9. 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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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장래가구추계 발표
2041년 2437만 가구로 정점
현재 대비 219만 가구 증가
미혼 가구만 200만 늘어나
사별가구 증가분은 비중 작아
젊은이 1%는 동거 커플될 듯
정부·정치권 동거혼 인정 논의
미혼 젊은층 혼인·동거 유도 필요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가구추계. 2041년까지 가구수가 증가한 뒤에 점점 가구수가 감소하게 된다. <통계청>
통계청이 최근 ‘장래가구추계’를 발표했습니다. 미래 가구수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려주는 통계인데요.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1인가구·노인가구가 급증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많은 국내 언론이 <30년 후 절반이 노인가구> <2037년 4집 중 3집이 1·2인 가구> 등의 내용을 보도했죠.

고령화·노인 이외에는 어떤 키워드를 추가적으로 도출할 수 있을까요? 통계를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사별보단 미혼이 가구수 증가 원인
사회 통념상 ‘가구수 증가 = 1인 가구 급증 = 고령화로 인한 사별가구 증가’가 공식처럼 여겨졌습니다. 노부부가 살다가 한 분이 돌아가시면, 나머지 한 분만 남는 1인 가구가 증가할 것이라 생각했죠.

하지만 이번 통계는 해당 통념을 깼습니다.

우선 통계청은 2041년까지 가구수가 증가한다고 밝혔습니다. 2024년 2218만 가구서 2041년 2437만 가구로약 219만 가구가 증가합니다.

이를 혼인 형태로 살펴보겠습니다.

앞으로 17년간(2024~2041년) 219만 가구가 증가하는데, 미혼 가구가 200만 가구, 사별 가구는 19만 가구가 증가합니다. 젊은층 미혼가구 증가가 가구수 증가의 압도적인 원인인 셈입니다.

또한 앞으로 17년간(2024~2041년) 유배우 가구는 98만 가구가 줄어드는 반면, 이혼 가구는 98만 가구가 늘어납니다.

혼인형태별 장래가구 추계 증감분. 미혼·이혼가구가 주로 증가하고, 유배우 가구가 대폭 감소하게 된다. <통계청·Canva로 작업>
즉, 다음과 같은 결론이 도출됩니다.

가구수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젊은이들이 혼인을 안해서’입니다. 또한 앞으로도 이혼가구 증가세는 계속 이어질 전망입니다.

젊은이들은? 60% 혼인·25% 비혼·0.5% 동거
현재 30대 주민등록인구는 약 660만명입니다. 10년으로 나누면 약 66만명이 있는 거죠.

매년 혼인 건수가 약 19만 건인 것을 고려하면 대략 57%(38만명 / 66만명)가 결혼합니다. 약 60%죠. (이는 30대가 주로 혼인한다고 가정하고 계산한 건입니다)

통계청은 앞으로 17년간 미혼 가구가 총 200만 가구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요. 앞으로 3년간 미혼 가구는 연평균 15만 가구가 늘어나고, 그 이후 7년은 연평균 12만 가구가 늘어나게 됩니다.

[사진 출처=픽사베이]
66만명을 기준으로 봤을 때 미혼가구 15만 가구 증가분은 약 22%를 차지합니다. 즉 혼인 57%, 미혼 22%로 약 80%를 채우게 되는 셈이죠. (참고로 고령층 미혼가구의 사망 건까지 계산한다면, 2030 미혼가구 증가분이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나머지 20%는 부모님하고 계속 살거나, 이성 혹은 동성과 동거하게 됩니다.

후자를 ‘비친족가구’라고 하는데, 통계청은 앞으로 10년간 비친족가구가 매년 2만~3만명씩 늘어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이 중 30대 비중은 20%가 살짝 넘는 것을 고려하면, 매년 젊은층에서 4000~5000 가구 이상의 동거커플이 탄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의 논의를 종합하면 대략 젊은이들의 60%가 혼인, 25%가 비혼(미혼), 0.7%가 동거를 선택합니다. 젊은이들의 동거 비율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월세 사는 동거커플 ··· “동거혼 인정해야”
통계청의 2021년 동남권 비친족가구 보고서를 보면, 비친족가구의 대략적인 특성을 알 수 있습니다.

첫째, 비친족가구는 주로 2명이 합친 가구입니다. 비친족가구의 90%가 2인 가구입니다.

둘째, 비친족가구는 30대 비중(21.7%)과, 여성 가구주 비중(42.2%)이 친족가구에 비해 2배가 높습니다.

셋째, 비친족가구는 자가보다는 주로 월세를 삽니다. 비친족가구 자가 비중은 23.3%로 친족가구 자가 비중(74.7%)에 비해 현저히 낮습니다.

넷째, 비친족가구는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에 주로 거주하며, 가구주 평균 연소득도 친족가구에 비해 낮습니다.

2024년 기준 비친족가구는 57만 가구. 전체 가구수의 2.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41년 가구수가 정점이 될 때 비친족가구는 85만 가구까지 늘어날 예정입니다. 전체 가구수의 3.5%를 차지하게 됩니다.

비친족가구 중 젊은층, 2040대 비중은 50%가 넘습니다. 향후 17년간 비친족가구 증가분(약 30만 가구)의 절반 이상은 젊은층일 예정입니다. 17년간 약 15만 가구로 매년 약 1만 가구에 해당됩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남녀 동거커플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2012년 5월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된 프랑수아 올랑드와 동거녀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 <AP연합뉴스>
이 때문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동거 커플의 법적 지위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김태흠 충남지사가 지난 10일 전국 시도지사 12명이 모인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 콘퍼런스에서 ‘프랑스식 등록 동거혼 제도’ 도입을 제안한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프랑스는 1999년 저출생 대책으로 비혼 동거를 인정하는 제도인 시민연대계약(PACS·팍스)을 제정하고 18세 이상 성인 2명이 동거 계약을 체결한 뒤 거주지 관할 시청에 신고하면 법적으로 혼인한 부부와 유사한 출산·육아·세금 혜택을 받게끔 했습니다.

동거혼 인정은 진보진영의 아젠다였지만 김태흠 충남지사는 국민의힘 소속 보수진영 인사입니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 문제는 보수·진보가 나뉠 게 없다는 것을 보여쥐는 사례입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출산위)가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동거하는 남녀에게도 가족 지위를 인정해 법적·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등록 동거혼’ 도입을 추진한다는 보도도 지난해 있었습니다.

이번 통계청의 장래가구 추계는 여러 함의를 줍니다.

이대로 가다간 젊은층 미혼비중이 높아집니다. 이왕 동거커플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동거커플에게도 혼법적인 혼인과 동일한 혜택을 준다면? 향후 비친족가구(동거커플)가 늘어나면서 동시에 이들 중 일부는 혼인까지 나아갈 수도 있을 겁니다. 출산율 제고에도 일정 부분 도움이 될테고요. 정책 우선순위를 ‘젊은층의 비혼(미혼)을 줄이자’로 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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