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명의 아내와 세명의 남편의 사랑 이야기 담은 넷플릭스 1위 한국영화

넷플릭스 '남편들' 리뷰: 설정의 아이러니를 스펙터클로 치환하는 박규태식 소동극의 확장과 한계

박규태 감독은 늘 ‘집단의 충돌’이 만들어내는 기수학적 웃음에 능한 연출가였다. 불합리한 상황에 내던져진 인물들이 궁여지책으로 손을 잡을 때 발생하는 스파크, 그것이 그가 '달마야 놀자'(각본)부터 전작 '육사오(6/45)'까지 일관되게 고수해 온 코미디의 뼈대다. 신작 '남편들' 역시 이 연장선에 있다. 한 여자(강한나)를 공유(?)했던 전남편 충식(진선규)과 현남편 민석(공명)이 납치된 아내를 구하기 위해 얼떨결에 카풀을 하게 된다는 설정은 그 자체로 명징한 아이러니를 확보한다.

전작 '육사오'가 남북한 군인들이 로또 한 장을 두고 벌이는 제한된 공간에서의 '말맛'과 서스펜스에 집중했다면, '남편들'은 공간을 도심과 대자연으로 넓히며 육해공을 넘나드는 블록버스터급 소동극을 지향한다. '육사오'의 묘미가 남과 북이라는 거대한 이데올로기의 벽을 '말장난'과 '상황의 전복'으로 무력화하는 소소함에 있었다면, '남편들'은 마약반 형사인 전남편의 공권력적 기술과 수의사인 현남편의 민간인 스펙을 충돌시키며 액션의 타격감을 키웠다.

특히 전작에서 보여준 '적과의 동침' 모티프는 이번엔 혈연과 치정이 미묘하게 얽힌 가족극의 형태로 변주된다. 딸의 영어 웅변대회 좌석을 두고 쪼졸하게 으르렁거리던 두 남자가 혜란(이다희)과 용강(윤경호)이 설계한 범죄의 늪에 빠져들며 서서히 서로의 ‘쓸모’를 인정해 가는 과정은 박규태 감독 특유의 인간미 섞인 버디 무비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이 영화를 지탱하는 가장 큰 재미는 단연 캐릭터들의 불협화음이다. 진선규가 연기하는 형사 충식은 마약 범죄자들 앞에서는 거친 형사지만 전처 앞에서는 작아지는 충식의 헐렁한 카리스마를 본능적인 신체 연기로 소화한다. 공명은 번듯한 외모와 달리 위기 상황에서 튀어나오는 수의사 특유의 직업병적 모먼트가 진선규의 열량 높은 연기와 부딪히며 기묘한 싱크로율을 만든다.

영화는 두 남편이 서로를 향해 쏟아내는 유치한 자존심 싸움을 카 체이스와 총격전이라는 장르적 쾌감 사이에 영리하게 배치한다. 심각한 범죄 스릴러의 구도를 취하면서도, 인물들이 처한 사적인 관계의 민망함 때문에 관객이 긴장을 유지할 만하면 웃음이 터지게 만드는 완급 조절이 돋보인다. 이다희가 연기한 조직의 브레인 혜란이 보여주는 의외의 순애보적 반전이나, 사태를 더 꼬이게 만드는 기자 아라(전소민)의 가세 역시 소동극의 풍성함을 더하는 양념이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커지는 액션의 스케일에 비해 서사의 밀도가 성겨지는 지점은 아쉽다. 전남편과 현남편이라는 상극의 구도가 지닌 신선함이 중반 이후 익숙한 공조 액션의 문법으로 함몰되면서, 전작 '육사오'가 끝까지 유지했던 촘촘한 앙상블의 아기자기한 맛은 다소 흐릿해진다. 일부 납작하게 소모되는 주변부 캐릭터들의 기시감 짙은 활용 역시 박규태식 코미디의 전형성이라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말 저녁, 가벼운 마음으로 브라운관 앞에서 키득거리기엔 모자람이 없는 K-코미디의 미덕을 갖췄다. 배우들의 헌신적인 티키타카가 서사의 빈틈을 메우는, 전형적이지만 볼만한 킬링 타임용 작품이다.

평점:★★☆

damovie2019@gmail.com(오타 신고/제보 및 보도자료)
저작권자 ⓒ 필더무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