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정 다 망했는데, 30년 만에 걸려온 첫사랑 전화

▲ 영화 <하우치> ⓒ (주)제이씨엔터웍스

[영화 알려줌] <하우치> (Hauchi, 2024)

인생 막다른 길에 선 중년 남성에게 찾아온 30년 전 첫사랑의 전화 한 통.

그리고 시작된 1987년과 2024년을 오가는 시간 여행.

지난 11월 13일 개봉한 영화 <하우치>는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모두의 첫사랑과 청춘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김명균 감독은 "시나리오 초고를 읽는 순간 중년 남녀의 첫사랑 이야기가 너무 공감돼 내가 감독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주인공 '재학'(지대한)은 50대 중반의 나이에 사업 실패와 가정 붕괴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인생의 밑바닥을 치고 있다.

의리 있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겨우 하루하루를 버티던 그에게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전화가 걸려 온다.

30여 년 전 헤어진 첫사랑 '경화'(손지나)의 소식이었다.

이를 계기로 영화는 1987년과 현재를 오가며 '재학'의 찬란했던 시절과 첫사랑의 순간들을 섬세하게 펼쳐 보인다.

해군사관고등학교에 다니던 '어린 재학'(오재무)은 동네 불량배들을 피해 도망치다 우연히 만둣집에서 일하는 '경화'(유라)를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매일 만둣집을 찾아가 '경화'의 주변을 맴돌며 순수하고 풋풋한 사랑을 이어가던 두 사람.

하지만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인해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재개봉 예정인 <해바라기>(2006년)에서 죽기 싫으면 나가야 했던 '김병진'을 맡는 등 90여 편의 굵직한 작품에서, 주로 거칠고 투박한 이미지로 알려진 지대한은 <하우치>에서 첫사랑을 그리워하는 중년 남성의 애틋한 감성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그는 "기존과는 다른 캐릭터이지만, 감독님의 믿음에 힘입어 첫사랑을 그리워하는 절절한 마음을 가진 연기를 할 수 있었다. 눈에 힘을 풀고 연기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김영균 감독도 "실패의 연속인 삶을 살아온 50대 남자 '재학' 역에 지대한 배우의 투박하고 날 것 같은 이미지가 잘 어울렸다"라고 전했다.

<더 글로리>(2022년)에서 '연진'(임지연)의 어머니 '영애'를 맡아 강인한 모성을 보여준 손지나가 이번엔 30년이라는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담아낸 '경화' 역을 맡아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손지나는 "'연진이 엄마' 캐릭터와는 달리 '경화'는 모든 것을 품어내는 바다 같은 마음을 가졌다. 유연하게 부드럽지만, 깊이가 있는 캐릭터"라고 전했다.

이어 유라는 "'어린 경화'는 1980년대를 사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옛날 부산 사투리를 연기해야 했다. 부산에 사는 어르신들에게 물어보며 연구를 많이 했다"라고 밝혔다.

오재무 또한 지대한과 같은 '재학'을 연기하기 위해 "선배님의 특징이나 버릇을 많이 연구하며 비슷한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하우치>의 제작진은 1980년대 부산의 정서를 생생하게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영화는 실제 부산 영도구와 중구 일대에서 촬영되었으며, 옛 조선소 거리와 만덕고개 등 부산의 상징적인 장소들이 등장한다.

특히 '재학'과 '경화'가 처음 만나는 만둣집 세트는 1980년대 부산의 골목 풍경을 완벽하게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의상과 소품 역시 세세한 고증을 거쳤는데, 해군사관고등학교 교복부터 당시 유행하던 청바지와 야구 점퍼까지, 디테일한 부분에서 시대성이 묻어난다.

여기에 신해철의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이문세의 '붉은 노을' 등 1980년대를 대표하는 음악들이 더해져 향수를 자극한다.

<하우치>가 주목할 만한 점은 영화가 관객들과의 소통을 위해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는 것이다.

제작자로도 참여한 지대한은 영화 상영 기간 내내 티켓 가격을 만 원으로 책정했다.

"<하우치>는 첫사랑이 선물처럼 다가온 영화이다. 우리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어떤 선물을 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추억을 선물해 보자는 마음으로 만 원 한 장으로 영화를 보실 수 있도록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가을비 내리는 늦가을, <하우치>가 던지는 메시지는 더욱 깊은 울림을 준다.

청년 실업과 중년의 고독이라는 현실 속에서, 영화는 과거로의 도피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힘으로서의 추억을 이야기한다.

젊은 세대의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문화부터 중장년층의 '재혼' 트렌드까지, 각 세대가 마주한 다양한 '사랑'의 형태 속에서 이 영화는 순수했던 첫사랑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김명균 감독은 "따뜻한 영화를 만들려 노력했다. <하우치>는 잃어버린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잃어버린 것을 찾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작품의 의미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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