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서 더는 못살겠다”…남북 긴장에 용산 달려간 시민들

김채운 기자 2024. 10. 15.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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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습니다. 불안에 떨지 않고 사람답게, 평화롭게 살다 죽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도."

인천 강화도에서 포도 농사를 짓는 함경숙씨의 목소리가 떨렸다.

인천 강화도 주민 함경숙씨는 "강화도는 접경지역이라 반공정신이 정말 투철하다. 그런데도 주민들이 '이래선 안 되겠다'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며 "국회 국방위원회, 인천시장도 마을회관을 찾았지만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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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강화도 접경지역 포도 농사꾼 함경숙(오른쪽)씨가 다른 접경지역 주민 및 시민단체들과 함께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일촉즉발의 남북 충돌 위기를 막아야 합니다. 대북전단 살포를 우선 멈춰야 합니다’ 기자회견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무섭습니다. 불안에 떨지 않고 사람답게, 평화롭게 살다 죽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도.”

인천 강화도에서 포도 농사를 짓는 함경숙씨의 목소리가 떨렸다. 고향 하늘에 대북전단과 오물 풍선이 오가기 시작한 뒤로, 마을엔 사이렌 소리와 군부대 움직임이 부쩍 잦아졌다고 했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 모인 접경지역 주민들이 뒤이어 한목소리로 외쳤다. “불안해서 더 이상 못 살겠다” “평화로운 세상에서 사람답게 살고 싶다”

악화일로로 치닫는 남북갈등 속에 북한이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한 15일 오후, 평화와 연대를 위한 접경지역 주민·종교·시민사회연석회의, 자주통일평화연대 등 시민단체는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정문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에 “대북 강경 대응 기조를 멈출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인천 강화군, 경기 파주시·연천군 등 접경지역 주민들도 나와 최근 빠르게 악화하는 남북관계가 일상에 미친 불안을 호소했다.

주민들은 저마다 당장 피부에 와 닿는 공포와 생계 문제를 호소했다. 인천 강화도 주민 함경숙씨는 “강화도는 접경지역이라 반공정신이 정말 투철하다. 그런데도 주민들이 ‘이래선 안 되겠다’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며 “국회 국방위원회, 인천시장도 마을회관을 찾았지만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경기 파주 임진각 앞에서 민박을 운영하는 윤설현씨는 “오늘도 외국 관광객이 ‘오전에 디엠지(DMZ) 관광 취소 안내 문자를 받았다’며 방문 예약을 취소했다. 대북전단 살포로 인한 긴장 고조로 디엠지 평화관광은 예고 없는 중단과 취소를 거듭하고 있다”며 “생계의 문제를 넘어 생존을 걱정하는 절박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경기 파주시 임진각 앞 민박집 주인 윤설현씨가 다른 접경지역 주민 및 시민단체들과 함께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일촉즉발의 남북 충돌 위기를 막아야 합니다. 대북전단 살포를 우선 멈춰야 합니다’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이들은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 등 북한을 자극하는 일체의 대응을 멈추도록 조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복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은 “무인기가 타국 영공으로 침범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 정전협정 위반이다. 대북전단 살포는 현행 항공안전법 위반이 명백하다”면서 “정부가 마땅히 파악하고 통제해야 할 일임에도 이를 차단하지도, 사후 처벌하지도 않았다. 사실상 정권 차원에서의 집행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짚었다.

최수산나 한반도평화행동 공동집행위원장도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황금률은 ‘내가 원하는 대로 (남에게) 해주라’다. 최소한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예의를 갖추는 것이야말로 국제사회에서 평화를 이루는 첫 단추”라며 “윤석열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 대북 확성기, 무인기 침투, 이런 행동을 제발 멈추라”고 호소했다.

접경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오는 19일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에서 시민들과 함께 평화행동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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