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 버스’ 타던 김도영의 실책 ‘퉁치기’

SBS Sports / TVING 중계화면

갑자기 불려 간 홈런 타자

3회 말이다. 스코어 3-1이다. (15일 광주 KIA 챔피언스 필드, KIA 타이거즈 – 두산 베어스 14차전)

홈 팀이 앞선다. 겨우 2점 차다. 그래서 뒤가 따갑다. 멀리 달아나고 싶다.

그런 상황이다. 마침 클린업이 나올 차례다. 1사 후 3번 타자의 타석이다. 왠지 모를 부글거림이 느껴진다. 눈빛이 유난히 결연하다.

카운트는 꽉 찼다. 3-2에서 7구째가 온다. 142km짜리 포심이다. 목표 지점은 몸 쪽이다. 바짝 붙이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살짝 몰렸다. 가운데, 높게 걸친다.

용서할 리 없다. 타자는 ‘그저 그런 선수’가 아니다. 리그 최고의 레벨이다. 홈런 1위를 달리는 ‘슈퍼 스타’다.

순간 배트에서 불꽃이 튀긴다. ‘번쩍’ 하는 섬광이다. 완벽한 스윙에 걸린 타구다. 광주 북구 하늘에 까마득히 하얀 점이 된다. 어느 틈에 펜스 너머로 사라진다.

스코어 보드의 숫자가 바뀐다. ‘3-1’은 ‘4-1’이 된다. 팬들이 열광한다.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덕아웃도 난리가 난다. 하이파이브가 쏟아진다. 특유의 두루치기 세리머니도 펼쳐진다.

그런데 이상하다. 한참 달아오를 때다. 갑자기 분위기가 묘하게 변한다. 주인공이 갑자기 어디론가 ‘불려 간’ 탓이다.

현장은 덕아웃 바로 옆이다. 방금 전까지 영웅이던 타자다. 돌연 ‘급공손’ 모드가 된다. 살짝 열중쉬어 자세처럼 보이기도 한다.

호출의 당사자는 대투수다. 글러브로 입을 가린다. 그리고 뭐라고 몇 마디를 건넨다.
다행이다. 험한 얘기는 아닌 것 같다. 짧은 미팅이 끝난다. 주먹 키스가 교환된다. 화기애애, 해피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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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팀의 친절한 A/S

뭐지? 무슨 상황이야?

현장의 2만 500명만이 아니다. 이 장면은 TV 화면에 고스란히 담겼다. 물음표가 전국을 뒤덮는다.

실황은 SBS Sports가 맡았다. 친절한 애프터서비스(A/S)가 제공된다.

정우영 캐스터 “양현종 선수가 어떤 얘기를 했는지, 저희 카메라 감독이 그 상황을 취재했다고 한다.”

이순철 해설 “ㅎㅎㅎㅎ”

정우영 “이걸 그대로 말씀드려야 하는지, 아니면 순화해서 전해야 하는지….”

이순철 “그냥 진실을 얘기해야 하지 않겠나.”

캐스터가 머뭇거린 이유가 있다. 방송용 멘트가 아닌 탓이다.

정우영 “양현종 선수의 워딩 그대로 옮겨드리면 이렇다. ‘아.까. 에.러.한. 것. 퉁. 치. 자.’라고 했다고 한다.”

중계석이 빵 터진다. 시청자도 마찬가지다. 난데없는 콩트다. 치열한 승부를 잠시 잊게 만든다.

그러니까 직전 4회 초 얘기다.

홈 팀이 위기를 맞았다. 1사 1루에서 나온 실책 때문이다.

타구는 빗맞았다. 3루 쪽으로 데굴데굴 구른다. 그런데 타자가 빠르다. 이유찬이다. 따라서 수비는 마음이 급하다. 얼른 잡아서 러닝 스로우를 해야 했다.

하지만 이게 빗나갔다. 1루수 뒤로 한참을 빠졌다. 졸지에 1사 2, 3루의 위기가 초래됐다. 그 원인 제공자가 바로 김도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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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스럽던 세리머니의 이유

미안함, 민망함이 오죽하겠나. 몸 둘 바를 모른다. 괜히 모자를 벗고, 하늘을 본다. 슬쩍 곁눈질로 덕아웃도 살핀다.

그러나 가장 신경 쓰이는 곳은 따로 있다. 바로 몇 미터 옆이다. 마운드에 있는 투수 양현종이다.

따로 소통이 있었던 것 같다. 아마 이닝이 끝난 직후였던 것 같다. 대투수의 인터뷰 중이다. 그런 대목이 언급된다.

“(김) 도영이가 공격만 열심히 하는 친구는 아니다. 수비에도 무척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그 실책이 마음에 많이 걸렸던 것 같다. 이닝을 마친 후에도 거듭 미안하다는 표현을 하더라.”

정리하면 이런 줄거리다.

실책 때문에 큰 곤경을 겪었다. 그런데 무사히 위기를 넘겼다. 그래도 후배 마음은 편치 않다. 공수 교대 이후에 바로 사과한다. ‘본인 때문이다.’ ‘괜히 투구수만 늘었다.’ 하는 미안함은 어쩔 수 없다.

그런 마음으로 타석에 섰다. 천만다행으로 홈런이 나왔다. 조금이나마 무거움을 덜 수 있게 됐다.

얼마나 끌탕을 했을까. 세리머니만 봐도 알 것 같다. 끝내기가 아니다. 결승 홈런도 아니다. 사실 그렇게 화려할 이유는 없다. 평소의 스타일과도 다르다.

배트를 시원하게 집어던진다. 커다란 포효를 터트린다. 뭔가 응어리가 있었던 것이다. 실책의 미안함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척하면 척이다. 속내를 모를 리 없다. 곧바로 선배가 부른다. 그리고 ‘퉁 치자’라는 한마디로 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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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폐 끼치지 않으려고”

이 대목은 어제(15일) 경기의 백미였다.

하지만 얘기의 전부는 아니다. 한 가지가 더 있다. <…구라다>가 주목하는 부분이다.

이 질문을 해야 한다. ‘그때, 양현종은 왜 거기에 있었을까.’ 하는 물음이다. 그러니까, ‘왜 덕아웃 옆에 있었나’, ‘왜 글러브를 끼고 있었나’. 하는 의문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답이 있다. ‘다음 이닝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물론 맞다. 선발 투수다. 당연히 5회 초를 대비해야 한다.

그런데 정리해 보자. (4회 말) 1사 후였다. 주자는 없었다. 선두 타자 (2번) 김선빈은 2구 만에 물러났다(우익수 플라이 아웃).

다음이 김도영 타석이다. 이때부터 양현종은 몸을 풀고 있었다. 이건 무척 이례적인 장면이다. 보통이라면 쉬고 있어야 할 타이밍이다.

그러다가 투 아웃 이후가 시점이다. 그제야 캐치볼을 시작한다. 그게 일반적인 루틴이다. (물론 아시아권에서만 그런다. MLB는 이것도 하지 않는다.)

올해 38세다. 체력, 이닝, 투구수 등의 이슈가 늘 언급된다. 게다가 이런 더위에는 더 힘들다.

그럼에도 아랑곳 않는다. 오히려 더 애를 쓴다. 더 일찍 준비하고, 더 많이 마음을 쓴다.

이날 경기 후 인터뷰 중의 한 대목이다.

“(양현종이라는 이름값의 부담감에 대해) 그건 내가 유니폼을 벗는 날까지 가지고 있어야 되는 것이다. 내가 등판할 때마다, 다른 선수들이 더 신경을 쓰고, 집중한다고 생각한다.”

그의 말은 이어진다.

“선수들의 그런 눈빛이나 마음을 보면 항상 고맙다는 생각을 갖는다. 거기에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

김도영 타석 때 이미 몸을 풀고 있던 양현종. SBS Sports / TVING 중계화면
유튜브 채널 SBS Sports

에필로그 – 양현종 버스

양현종(38)과 김도영(22)은 15~16년 차이다. 광주 동성중고 동문이기도 하다.

이 학교 야구부는 전용 버스가 있다. 대투수가 2017년에 기증한 것이다.

때문에 그는 “김도영도 내가 키운 것이나 다름없다”는 농담도 한다.

사진 = 동성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