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가 바라는 것 [한국의 창(窓)]
청년층 목소리의 본질은 '공정과 형평성'
포퓰리즘 아닌 대안 마련과 실천 필요해

선거는 끝났다. 민주당의 압승을 예상하였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누구도 웃지 못할 상황이 되었다. 선거 결과에 나타난 민심은 언제나 '견제와 균형'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제는 선거를 통해 나타난 국민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분석하고 좋은 정치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할 때다.
그런데 생산적 담론보다는 '2030세대 보수화'가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말들이 많다. "서울 2030세대, 절반 넘게 오세훈을 찍었다", "2030세대의 급격한 보수화가 눈에 띈다", "원인은 불평등을 극복할 수 없다는 패배감, 자산을 장악하고 있는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이다"라는 글이 넘쳐난다. 더 나아가 "청년의 극우화, 일베화, 우경화" 등이 원인이라니 기가 차다.
나를 비롯한 기성세대가 과연 비판할 자격이 있는가. 흑백요리사 경연처럼 일도양단으로 재단해서야 2030세대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겠는가. 청년들은 거창하게 포장된 파인 다이닝의 고급 요리를 바란 것이 아니다. 노력하면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어 일자리를 얻고, 내 손으로 따뜻한 주거 공간을 마련하며,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희망을 주는 사람, 내 마음을 채워줄 '따듯한 밥 한 끼' 같은 공약을 원했을 뿐이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정당과 후보자들의 모습은 그 바람과 거리가 멀었다. 청년 대책이라는 형식적 공약만 남발했을 뿐, 그들의 미래를 가슴으로 걱정하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반대 세력에 대한 정치적 공격에만 급급했다. 내란 청산, 스타벅스 광고 논란, 공소 취소 특검 논란 등 청년의 삶에 도움도 안 되는 정치적 의제만이 휩쓸었다.
그러고도 선거가 끝나자마자 그들이 정치적으로 보수화된 것이 문제라고 말하는 것은 본질을 외면하는 처사다. 청년들에게 검찰 개혁, 내란 청산은 가장 중요한 관심사가 아니다. 20대 대학생이 쓴 글이라며 SNS를 휩쓴 글에서는 "20대의 시대정신은 망해가는 대한민국에서 나의 인생을 지키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물론 그 주장이 다 옳거나 한 가지 방향으로 수렴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기성세대 잣대로 섣부른 충고나 이념적 선동을 하는 것은 그들에게 무력감과 배신감만을 안겨줄 뿐이다. 청년의 우경화·일베화는 국정원 심리전담팀의 기획이라거나, 해체하고 축출해야 할 대상이라는 식의 이야기가 나도는 것은 참으로 개탄스럽다.
지금은 2년 후 다가올 총선, 대선에서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적 공약을 설계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마련할 때다. 청년들의 주장이 특정 정치 세력의 이해와 결과적으로 맞닿아 있을지 모르나, 그들이 말하려는 핵심은 '공정과 형평성'이다. 이를 흔들리지 않는 중심축으로 삼아 청년들의 미래를 담은 정치적 어젠다를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지속적인 성과를 창출함으로써 '망해가는 대한민국'이 아닌 '미래가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희망이 청년의 마음속에 자라도록 해야 한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중략) 그들은 피가 더운지라 실현에 대한 자신과 용기가 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이상의 보배를 능히 품으며, 그들의 이상은 아름답고 소담스러운 열매를 맺어, 우리 인생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다."
민태원의 '청춘 예찬'에 나오는 구절이다. 청춘, 청년의 이상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의무가 우리 기성세대에 있다.

김후곤 변호사·전 서울고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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