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규어, 랜드로버, 애스턴 마틴 등 영국차는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감성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예쁜 고철 덩어리'라는 말과 같이 품질, 신뢰성 면에서는 딱히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영국차는 ‘잘 만든 차’라는 이미지보다는 ‘예쁘고 고장 잘 나는 차’라는 인식이 강한 것이 현실이다.
많은 소비자가 영국차를 고장 잘 나는 차로 인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이는 정도의 차이일 뿐 고급차 브랜드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디자인과 감성에 집중한 나머지 내구성이나 실용성을 간과하고 각종 설계 결함, 잔고장에 시달리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소비자들이 신뢰를 잃는 원인이 된다.


장인정신 고집이 되레 독으로
전자 장비 의존도 역시 치명적
영국차의 장인정신을 강조하는 제조 방식은 얼핏 대량 생산보다 높은 품질을 기대할 법도 하다. 하지만 수작업 중심의 생산 방식은 대량 생산 설비만큼의 정밀성을 따라잡기 어렵고 품질 균일화에도 불리하다. 이로 인해 동일 모델이라도 일명 '뽑기 운'으로 말할 수 있는 품질 차이가 생기고 소비자 불신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또한 고급차일수록 편의, 안전 장비에서 각종 센서와 전자식 시스템의 의존도가 높아지기 마련이다. 영국차는 그 점에서 특히 문제를 겪고 있다고. 복잡한 전자 시스템의 오류 발생률이 높아지면서, 차량 신뢰성, 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장 정상적으로 작동하더라도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한 유지보수와 관리가 까다롭다는 문제도 생긴다.


신뢰성 확보보단 디자인
사후 서비스 현실 이렇다
아울러 영국차 업계는 제품 설계에서 럭셔리한 감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실사용을 고려해 다양한 환경에서의 테스트, 충분한 개발 기간을 거치기보다는 고급 브랜드 이미지와 디자인 만족도를 우선시하다 보니 실제 운행에서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설계 철학은 정확히 반대의 길을 가는 일본차 업계와 대조된다.
부품 수급과 품질 관리 체계에서도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쏟아진다. 안 그래도 잔고장, 고질병이 많은데 부품 수급이 신속하게 이뤄지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서비스 인프라 역시 시장 규모에 비해 부족한 편이며, 예약도 쉽지 않아 사소한 고장일지라도 정비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건 흔한 사례다. 오죽하면 "영국 모 브랜드는 당장 타고 다닐 차, 서비스 센터에 맡길 차까지 최소 두 대가 필요하다"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다.


기대했던 신규 고객 실망감 커
재규어 리브랜딩 반응도 부정적
이러한 영국차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는 최근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1990~2000년대에 생산된 차량도 고장이 잦기로 악명 높았으며, 지금까지의 소비자 경험들이 누적되며 영국차에 대한 신뢰도는 꾸준히 내리막을 걷게 됐다. 그나마 골수팬들 사이에서는 높은 브랜드 충성도가 있으나 신규 소비자에게는 신뢰도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재규어, 랜드로버의 경우 전동화 전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브랜드 이미지 전환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전동화 흐름이 둔화되는 추세인 만큼 이러한 전략이 시장에 제대로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재규어의 작년 리브랜딩은 기존의 브랜드 이미지를 일제히 부정하는 방향성으로 전망을 더욱 암울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