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 오이가 호불호 대명사가 된 이유

이 사진을 보라. 고수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동남아 여행 갈 때 입으면 제격인 ‘고수 빼주세요’ 티셔츠다. 이건 오이가 들어가거나 올라간 모든 음식에 모자이크를 하는 일명 오자이크. 오싫모(오이를 싫어하는 모임)들 사이에서는 사진으로조차 보기 힘든 오이를 모자이크하는 일종의 배려다. 이처럼 고수와 오이는 특히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식재료인데, 유튜브 댓글로 “고수와 오이가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게 유전자 때문이라던데 진짜인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 봤다.

고싫모와 오싫모들이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며 핏속부터 혐오감을 느끼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고 주장하는데 전문가에게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물어봤다.

정자용 경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맛에 대한 민감도가 유전적으로 사람마다 좀 다른 거는 그거는 맞아요. 맛을 느끼는 그 수용체가 혀에 있는데 그 유전자의 다양성이 있어가지고 사람마다 오이나 고수 같은 경우는 채소류여서 쓴맛에 대한 유전자가 있거든요. 그냥 이렇게 풍문이나 소문이 아니라 꽤 단단한 과학적 근거가 있는 이야기고요.”

미국 유타대학교 유전과학센터에서는 오이를 싫어하는 유전적 이유를 쓴맛을 구분하는 유전자 때문이라고 밝혀냈다. 7번 염색체에 존재하는 이 유전자는 쓴맛에 민감한 유형과 둔감한 유형으로 나뉘는데, 민감도가 최대 1000배까지 차이난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쓴맛 수용체가 특히 더 민감한 사람은 오이뿐 아니라, 같은 박과식물인 수박, 멜론, 참외 등에서조차 쓴맛을 느낄 수 있다. 정자용 교수는 채소류의 쓴맛 유전자에 민감한 사람의 경우 채소 섭취량을 줄인다는 논문도 있다고 소개했다. 

맛보다 오이 냄새나 고수 냄새 때문에 불호라고 말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건 후각 수용체가 민감하기 때문일 수 있다. 후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11번 염색체 유전자가 변형된 경우 고수 속 알데하이드 냄새를 감지해서 세제나 비누, 로션 같은 향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이 유전자는 고수 소비량이 높은 남아시아, 중동보다 한국이 포함된 동아시아인이 더 높은 비율로 가지고 있다. 

남보라 식품공학 칼럼니스트
“일단 고수를 잘 못먹는 사람들은 거기에서 샴푸 냄새를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오이에서 상쾌한 냄새가 나는 게 노나디엔올이라는 물질 때문인데 고수처럼 이 냄새를 맡으면은 좀 싫어하는 그런 변이가 있을 걸로 예상이 되고 있어요.”

취재 도중 이런 인터넷 게시글이 많이 보였는데, 내용은 한국인이 몸에서 냄새가 나지 않은 유전자를 얻은 대신 고수맛을 비누로 느끼게 만드는 유전자를 얻었다는 건데, 이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체취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는 ABCC11이고, A타입 유전자일수록 체취가 적은데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A타입 비율이 높은 나라다. 그러나 이 ABCC11 유전자와 고수를 비누맛으로 느끼게 하는 OR6A2 유전자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기에 체취 유전자 대신 고수 유전자를 얻었다는 말은 엄밀히 말하면 맞는 말은 아니다.

정리하면 고수나 오이같은 특정 채소를 싫어하는 건 거기 포함된 맛이나 냄새에 특히 민감한 유전자의 영향이 분명 있다는 것. 다만 이걸로 그 음식을 싫어한다고 단정짓기는 곤란한데, 사람의 식습관이나 환경적 요인, 개인의 노력으로 달라질 수 있는 부분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남보라 칼럼니스트는 오이의 경우 한번 안 먹으면 계속 안먹는 경우가 많은데, 고수의 경우엔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생각하면서도 먹다보면 적응의 범위가 넓어져서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긴다고 했는데 왱구님들 생각은 어떠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