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핵심 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때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던 신흥시장에서 현지 브랜드와 중국 업체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상황이다.

▶▶ 인도 시장 점유율 12년 만에 최저치 기록
현대차는 2025년 1분기 인도에서 19만1700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시장 점유율이 14%로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4월 기준으로는 인도 현지 제조사인 마힌드라에도 밀려 4위로 주저앉았다.
인도 시장의 변화는 급격하다. 마루티 스즈키가 여전히 1위를 고수하고 있지만, 타타와 마힌드라 같은 현지 제조사들이 SUV와 전기차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며 중산층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현대차의 주력 모델인 크레타와 베뉴는 상대적으로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현대차는 본사 차원의 실사단을 급파했다. 판매, 마케팅, 재무, 상품개발 등 다양한 부서 직원으로 구성된 실사단이 인도 사업 전반을 점검하며 현지 브랜드 선호 증가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 베트남에서 토종 브랜드 빈패스트에 밀려
베트남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현대차는 1분기 1만1440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해 전년 대비 31.1% 급감했다. 한때 시장 1위였던 현대차는 3위까지 떨어졌다.
결정타는 베트남 토종 전기차 기업 빈패스트였다. 빈패스트는 1분기 3만5100대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시장 점유율 21.3%로 전체 시장 1위에 올랐다. 2024년 한 해 동안 97,000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약 3배의 성장을 기록했다.
빈패스트는 정부 보조금과 소형차 전략을 결합해 젊은층을 공략했다. VF 3, VF 5 같은 소형 SUV 모델이 실적을 견인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 코나 일렉트릭 등을 판매하고 있지만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현지 맞춤형 전기차가 없다는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 인도네시아에서도 일본 브랜드에 밀려
동남아 생산기지가 위치한 인도네시아에서도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2024년 현대차는 2만2361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37.42% 감소했다. 당초 목표였던 4만대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연간 판매 순위는 9위로 전년 6위보다 3계단 하락했다.
1분기 현대차의 판매량은 6958대, 시장 점유율은 3.4%에 머물렀다. 도요타, 다이하츠, 미쓰비시 등 일본계 브랜드가 상위권을 지켰다. 지난해 하반기 인도네시아 시장에 본격 진입한 중국 비야디는 5718대를 판매해 현대차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현지 친환경차 시장이 전기차에서 하이브리드차로 역전환되는 과정에서 현대차가 수요 확보 시기를 놓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 현지화와 전동화로 반격 준비
현대차그룹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인도인의 소비성향과 도로사정에 맞춘 전용 차량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델리에서 열린 '바랏 모빌리티 글로벌 엑스포 2025'에서 공개한 3륜 차량과 초소형 4륜 전기차 컨셉카가 대표적이다.
내년 초 현대차는 '크레타 EV'를 출시해 인도 전기차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한다. 크레타는 지난해 연간 15만대를 돌파하고 올해 초 누적 100만대를 넘어서며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과제도 만만치 않다. 인도의 전기차 인프라 부족, 베트남의 강력한 현지 브랜드 성장, 인도네시아의 일본 브랜드 독점 등 각 시장별로 다른 난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Copyright © 저작권 보호를 받는 본 콘텐츠는 카카오의 운영지침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