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혹한기 체감”…창업자 10명 중 7명꼴
"겨울은 계절로만 찾아온 게 아닙니다. 스타트업계는 이미 얼어붙었어요." (스타트업 관계자)
경기 한파에 직격탄을 받는 업종 가운데 하나는 스타트업입니다. 대내외 경제 영향으로 대기업마저 투자를 줄이고 사내 유보금을 쌓아두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자본은 적고 실험적인 분야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이야말로 맨몸으로 견뎌야 하는 시기인 겁니다.
이 같은 분위기는 통계로도 나타났습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오픈서베이와 함께 스타트업 생태계 인식 조사 결과인 '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2'를 오늘(22일) 공개했는데 '스타트업계는 지난해보다 더 혹독한 상황'이라고 응답한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9월 닷새에 걸쳐 진행됐으며 창업자 200명, 대기업 재직자 250명, 스타트업 재직자 250명, 취업준비생 200명이 각각 참여했습니다.
■ 올해 스타트업 생태계 분위기는 ‘54점'…경제 악화 우려 큰 창업자들
먼저 창업자들의 설문조사 결과입니다. 이들은 올해 스타트업 생태계 분위기를 100점 만점에 '54점'으로 평가했습니다.
또한, 설문에 응답한 창업자들의 82%는 지난해 대비 올해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위축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주로 경기침체, 투자 시장 위축, 금리 인상, 자금시장 경색 등으로 투자 유치가 더 어려워졌다고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창업자의 69%는 벤처투자 시장의 혹한기를 실제로 체감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투자 유치 단계별로 살펴보면, 시리즈 A 투자 이상 스타트업 창업자의 인지 및 체감 정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창업자들의 절반에 가까운 49.5%는 벤처투자 시장 혹한기 이슈로 인해 기업의 투자 유치 계획 일정을 앞당기거나 미루었다고 응답했습니다.
투자 혹한기에 대비하는 방법으로 창업자들은 비용 절감(52.0%), 흑자 사업 집중(48.5%), 투자 유치 계획 조정(43.5%), 매출 다각화 전략 마련(41.5%)을 준비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나름의 자구책을 찾고 있는 겁니다.
■ 스타트업 재직자 "근무 방식 만족하지만, 혹한기로 영향을 받을 것"
스타트업에 근무 중인 재직자들의 인식은 어떨까요?
조사에 응답한 재직자들의 절반에 가까운 49.2%는 스타트업 근무 방식에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 유연하고 빠른 의사결정 구조, 일과 삶의 균형 보장 측면에서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혹한기에 따른 우려도 동시에 나타났습니다.
스타트업 재직자의 58%는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지난해보다 위축되었다고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성장했다고 응답한 비율(9.2%)에 비해 6배 이상 많았습니다.
이 때문인지 스타트업 재직자 10명 중 4명은 벤처투자 혹한기 이슈로 인해 근무 지속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취업 준비생 절반 이상은 '창업 고려'
'위기는 곧 기회' 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준비생들은 여전히 높은 비율로 창업을 고려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설문조사에서 취업준비생들의 51%는 창업을 생각한 경험이 있고 10명 가운데 4명 꼴로 최근 1년 새 스타트업 취업을 고려했다고 답했습니다.
주로 콘텐츠·미디어, 패션·뷰티 등 창의적인 분야를 비롯해 농식품 업종 창업이나 관련 스타트업 취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응답이 많았습니다.
혹한기에도 불구하고 취업준비생들이 업무·커리어 개발과 함께 강한 성취감, 조직 문화의 유연성과 빠른 의사결정 구조란 점 때문에 스타트업이나 창업을 선호하고 있었습니다.
■ '자금 확보·투자 활성화' 시급…정부 지원 평가는 더 낮아져
이처럼 어느 때보다 스타트업 분위기가 냉랭하지만 그렇다고 육성을 게을리할 수는 없습니다.
창업자들은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에 있어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하는 것으로 ‘생태계 기반 자금 확보 및 투자 활성화(35.5%)’를 꼽았습니다. 지난해보다 19%p가 증가한 수치입니다.
다음으로 규제완화(18.0%)와 인수합병(M&A) 및 기업공개(IPO) 활성화 지원 (14.0%) 순으로 조사됐습니다.
정부의 역할에 대한 창업자들의 평가는 62.1점으로 나타났습니다. 작년 69점보다 다소 낮아졌습니다. 스타트업 육성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어떠한지를 가늠케 하는 부분입니다.
창업자들은 세제혜택·세금감면(7.4%), 금융 규제(6.4%), 노동·노무 관련 규제(6.4%) 완화 순으로 정부의 지원을 꼽았습니다.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창업자들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모델을 손보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스타트업들이 체력을 키워내고 정부가 이를 충분히 지원해 줄 때 겨울을 이겨내고 다가오는 봄을 맞이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김민아 기자 (km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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