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돗자리로 시작되는 명당 경쟁
서울 여의도 불꽃축제는 매년 수십만 명이 몰리는 대규모 행사로 자리잡았다. 그만큼 명당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한국에서는 하루 전부터 정해진 구역에 돗자리를 깔아두고, 그 위에 캐리어나 캠핑 박스를 올려놓고 자리를 확보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외국인들의 눈에는 이 풍경이 매우 낯설고 이색적으로 보인다. 남의 물건을 두고 자리를 맡는 행위 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공식 시스템이 아닌 ‘자율 규칙’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은 외부인들에게 충격처럼 다가온다.

이기적 행동인가, 문화적 합의인가
외신 기자들은 이 현상을 두고 양면적이라고 표현했다. 한편으로는 넓은 공간을 개인이 선점하는 모습이 주변인에게 불편을 끼치는 ‘이기적 행동’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아무도 그 자리를 함부로 침범하지 않는다는 점은 또 다른 차원의 합의와 배려 문화로 읽힌다. 돈이 될 만한 물건을 자리에 두고 떠나도 누구도 손대지 않고 그대로 두는 풍경은 외국인들에게 사실상 믿기 힘든 장면이었다. 따라서 이는 단순히 자리싸움이 아니라 한국식 ‘암묵적 사회계약’의 결과로 평가된다.

외국인들이 이해하지 못한 풍경
불꽃축제를 즐기기 위해 여의도에 도착한 외국인들은 곳곳에 깔려 있는 수천 개의 돗자리와 가방, 박스들을 보고 놀랐다고 전한다. 그들은 “이 정도 값어치가 되는 물건이라면 가져갈 법도 한데, 여긴 손대는 사람이 없다”라는 반응을 보이며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했다. 해외에서는 야외 행사장에서 자리를 맡으려면 줄을 서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무인으로 공간을 선점하는 문화는 드물다. 그 때문에 한국의 한강 풍경은 ‘이해 불가능하지만 존중되는 모순의 장면’으로 묘사되었다.

한국 사회 신뢰의 단면
이 기이한 풍경은 사실 한국 사회의 또 다른 특징을 반영한다. 바로 ‘높은 사회적 신뢰’다. 사람들은 자리 맡기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길 수는 있어도, 남이 먼저 펼쳐둔 돗자리와 물건에는 선을 긋고 손대지 않는다. 이는 법으로 규정되지 않았지만, 사회적 약속처럼 체화된 암묵적 합의다. 외국인들에게는 모순처럼 보이지만, 한국인들에게는 오래된 공공질서 경험에서 비롯된 문화로 여겨진다. 이것은 한국 사회가 지닌 집단적 신뢰와 규범적 행동이 동시에 표출된 사례라 평가할 수 있다.

자유와 규율이 공존하는 한국식 모순
한국 불꽃축제에서의 자리 경쟁은 한국 사회에서 자유와 규율이 동시에 작동하는 방식을 잘 보여준다. 개인은 스스로의 편의를 위해 돗자리와 물건을 사용해 자리를 선점할 자유를 행사한다. 그러나 그 행위로 인해 생긴 공간은 다른 누구도 침범하지 않는 규율 속에서 유지된다. 외신들은 이를 ‘배려 없는 행동 같지만 동시에 배려가 존재하는 이중 구조’라고 묘사했다. 한국 사회의 질서가 단순히 제도적 강제에 의해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 규범으로 작용한다는 점이 한강에서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문화적 자산으로 발전시켜 나가자
외국인의 시선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모순’처럼 보이는 한강의 풍경은 사실 한국 사회가 가진 독특한 신뢰와 공존의 산물이다. 물론 무분별한 자리 선점으로 불편이 커지는 문제를 제도적으로 개선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신뢰의 문화는 한국의 중요한 자산이기도 하다. 공공장소에서도 남의 물건을 존중하고, 보이지 않는 규범을 지키는 질서가 바로 그것이다. 앞으로는 문화적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하고, 불편을 줄이면서도 신뢰와 배려의 전통을 이어가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