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도 괜찮아” 외롭지 않았던 ‘나홀로 졸업식’[청계천 옆 사진관]
이한결 기자 2024. 2. 2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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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경상남도 밀양시 태룡초에서 1~5학년 동생들이 맏형이자 오빠에게 와락 안겨듭니다.
주인공은 김준호 군(13). 이날 학교에서는 오직 김군을 위한 졸업식이 열렸습니다.
지난 1년간 단둘이서 동고동락을 함께한 조래웅 담임선생님은 졸업식장을 나서는 김군의 옷매무시를 다듬으며 마지막까지 시선을 떼지 못합니다.
학교를 나온 김군은 나란히 선 동생들을 마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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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축하해! 잘 지내!”
21일 오전 경상남도 밀양시 태룡초에서 1~5학년 동생들이 맏형이자 오빠에게 와락 안겨듭니다. 주인공은 김준호 군(13). 이날 학교에서는 오직 김군을 위한 졸업식이 열렸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도서실에는 “준호야! 너의 행복한 미래를 응원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졸업생이 한 명인 이유로 다른 졸업식과는 달리 주인공의 이름이 적힌 것입니다. 천장에는 “졸업을 축하합니다”라고 적힌 풍선이 여기저기 걸려 도서실을 한층 밝게 했습니다.
김태영 교장 선생님이 호명하자 올해 유일한 졸업생인 김군이 긴장된 탓인지 어색한 표정으로 졸업장을 받아 듭니다. 장래희망이 헬스트레이너인 김군은 학교장상으로 체육상을 받을 때는 한층 밝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지난해 교육장기 초·중학생 종합육상경기대회에서 100m 3위, 800m 2위 등 우수한 성적을 거뒀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단장면 체육회로부터 장학금도 받았습니다.
이후 준호 학생이 갑자기 마이크를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김군이 부모님을 불러냈습니다. “항상 아낌없는 사랑으로 길러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이 상장을 드립니다”라며 ‘최고의 부모님 상’을 수여한 것입니다. 상장을 받아서 든 부모님은 김군을 와락 안으며 졸업식장을 감동으로 물들였습니다.
병설 유치원부터 8년간 태룡초를 다닌 준호 학생의 사진과 영상이 화면에 나오자 김군과 동생들은 활짝 웃었고 어머니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식순이 끝나고 졸업식 노래를 합창하자 선생님 중 한 분도 눈물을 훔쳤습니다. 그동안 김군과 쌓아온 추억이 스쳐 지나가나 봅니다.
졸업을 축하하며 떡케이크도 나눠 먹으니 마을 잔치가 따로 없습니다.
지난 1년간 단둘이서 동고동락을 함께한 조래웅 담임선생님은 졸업식장을 나서는 김군의 옷매무시를 다듬으며 마지막까지 시선을 떼지 못합니다. 숨겨진 선물인 졸업 축하 편지도 전달됐습니다. 전 재학생과 선생님들의 가슴 따뜻한 문구들이 담겨있습니다. “교과서를 들어주어 고마워”, “그네를 밀어줘서 고마워” 등 때 묻지 않은 귀여운 말들도 보입니다.
학교를 나온 김군은 나란히 선 동생들을 마주합니다. 운동장에 환호성이 울려 퍼집니다. ‘하이 파이브’를 하며 발걸음을 마친 김군에게 동생들이 와락 안겨듭니다. 그동안 혼자서 학교를 든든하게 지켜준 오빠이자 형에게 마지막으로 진한 포옹을 합니다.
조래웅 선생님은 정문 앞까지 김군을 배웅했습니다. 차량이 출발해 멀어지는 순간까지 계속해서 손을 흔들었습니다. 조 선생님은 “준호는 마음을 먹으면 끝까지 밀고 나가는 뚝심 있는 학생”이라며 “맏형으로서 오빠로서 동생들을 잘 이끌어줘서 든든했다. 성실하고 듬직하고 예의 바른 준호, 언제나 너를 응원한다”라고 마음을 전했습니다.
아버지 김성우 씨(52)는 “준호야 이제 시작이다. 졸업 축하해!”를, 어머니 한지숙 씨(43)는 “사랑해 준호야”를, 누나 김한미 양(16)은 “중학교 가서도 공부 잘하고 졸업 축하한다”라고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이날 준호 학생은 정문으로 향하던 중 뒤로 돌아 학교를 향해 “건강해라! 잘 있어라!”라고 소리쳤습니다. 8년(병설유치원 2년+초등학교 6년)이나 정이 든 학교인데 동생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못 한 것이 기억났다고 합니다. 선생님에게도 못한 말이 있다며 “사랑합니다”라고 조심스레 말을 했습니다.
도서실 한편에서 조그맣게 진행된 ‘나 홀로 졸업식’. 단 한명을 위한 졸업식이었지만 웃음이 끊이지 않는 ‘외롭지 않은’ 졸업식이었습니다. 졸업을 축하합니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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