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아연은 '더메탈스컴퍼니(TMC)'에 투자하면서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매수 권리가 발동되는 보조 장치를 해뒀다. 이러한 워런트는 일종의 보험을 들어놓은 것과 같은 심리적 효과를 노린 전략적 조치로 해석된다. 특히 고려아연의 워런트의 경우 행사 조건이 상당히 까다로워 '리스크 헷징' 차원의 성격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6월 TMC는 미국증권거래소를 통해 고려아연이 자사 지분 7.2%를 확보했다고 보고했다. 세부적으로는 보통주 1962만3376주(5.4%), 워런트 686만8181주(1.9%)를 취득했다. 엄밀히 따지면 고려아연이 당장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보통주에 해당하는 5.4%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TMC가 보유 지분율을 7.2%로 보고한 것은 워런트에 따른 잠재적 의결권까지 구속력 있는 지분으로 간주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고려아연은 지분 5.4%에 해당하는 약 8500만달러(1175억원)를 투자했지만 실질 영향력은 이보다 더 큰 셈이다.
워런트는 일종의 '신주인수권'으로 일정 요건이 갖춰질 경우에만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행사 가격은 현재 시세보다 높게 책정하는 게 일반적이어서 해당 기업의 장기 성장 가능성을 어느 정도 신뢰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는 고려아연이 전략적 투자자(SI) 자격으로 지분을 취득했음 암시하는 단서다.
실제로 고려아연이 취득한 워런트는 주가가 10달러를 넘어서면 3달러 할인된 7달러에 매입하도록 설계됐다. 미래에 유리한 가격으로 매입해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이러한 권리는 유명무실하다. 특히 이번 워런트는 TMC 주가가 20일 연속 10달러를 웃돌 경우에만 행사할 수 있어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앞서 TMC는 다른 기관 투자가에도 30거래일 연속 5달러를 초과해야 워런트를 행사하도록 제시한 적이 있다.
이처럼 까다로운 조건을 붙인 것은 외부 투자자의 지분 확대를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보이지만 주가 변동성이 큰 TMC의 경우에는 사실상 '안정망' 기능을 위한 장치다.
나스닥 상장사인 TMC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주가가 1달러 수준을 유지하다 올들어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TMC의 상업 채굴 허가권을 두고 미국 정부와 국제해저기구(ISA) 사이 힘 겨루기가 지속되면서 기대와 실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지정학적 변수에도 큰 조정을 겪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심해 광물 채굴을 촉진하라는 행정명령에 주가가 급등했지만 미국이 중국의 수출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 실망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고려아연이 투자한 직후 TMC 주가는 4달러~8달러 사이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위험성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해도 최소한 투자에 따른 손실 위험을 일정 수준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평가다.
고려아연은 "미래 가치가 높아지면 유리한 가격에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옵션일뿐 강제성은 없다"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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