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다 죽어"…금투세 불확실성에 '흔들'[추석 후 증시]③
"큰손 떠나 시장 침체되고, 기업 자금융통도 문제"…24일 토론회 '주목'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걷겠다. 물론 좋습니다. 하지만 금투세가 개인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볼 수 있나요? 9월 말에는 밸류업 지수 발표하고 10월에는 금리를 내립니다. 이게 다 증시에는 호재 아닙니까. 그런데 지금 코스피 보세요. 외국인들은 빠지고, 3000은 커녕 2800도 못 갑니다. 금투세가 틀어막고 있는 게 아니면 뭔가요"(50대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A씨)
내년 1월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이 이제 넉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시행 여부를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과세 원칙에 따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금투세 시행 시 한국 증시가 고꾸라질 수 있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서는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유예나 폐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불확실성으로 투자자들이 이탈하고 있어 한국 증시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흔들리는 증시 속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며 울분을 토한다. 업계에선 준비 기간이 충분하지 않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면 자본시장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얻은 수익이 일정 수준(주식 5000만 원·기타 250만 원 등) 이상일 때 매기는 세금이다. 세율은 최대 25%(지방세 포함 27.5%)로 지난 2020년 도입된 뒤 유예 기간을 거쳐 내년 1월 1일에 시행될 예정이다.
우선 야권을 중심으로 금투세를 예정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한국예탁결제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투세 납세 가능성이 있는 5억원 초과 주식 보유 인원은 약 14만 명으로 전체 투자자의 1% 수준이다. 이들은 내국인 주식 보유 총액의 과반인 401조 원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금투세 유예·폐지는 '부자 감세'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금투세 시행을 반대하는 이들은 금투세 대상자인 '큰 손'이 시장을 이탈할 수 있다는 데 집중하고 있다. 내국인 부자 투자자뿐만 아니라 막대한 자금을 굴리는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를 떠나면 시장 침체로 소액 투자자까지 피해를 보는 것이 자명하다는 것이다. 올초부터 정부가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으로 자본시장 붐업에 힘쓰고 있었는데, 이를 물거품으로 만든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코스피는 지난 7월 11일 2896.43에서 이달 13일 2575.41까지 꾸준히 하락해 왔다.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 9조 170억 원어치를 팔고 시장을 떠났다. 시장 활력이 줄며 8월 초 글로벌 폭락장 당시 15% 급락한 코스피는 여태 지수 절반도 회복하지 못했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8월 폭락 이후 회복세가 다른 증시에 비해 지연된 데에는 금투세 도입 불확실성이 자리 잡고 있다"고 꼬집었다.
고태봉 iM증권 센터장은 "금투세 도입은 단기적으로 사모펀드의 과세 회피 매물 등 일부 개별종목의 매도세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단기 영향보다는 장기적인 영향이 더욱 우려되는데, 국내 증시에 투자할 매력이 과세 정도만큼 낮아지는 셈이라 장기 수익률이 악화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금투세 도입 유예는 특히 개인투자자 심리에 영향을 주며 연말 개별종목 반등 랠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도 준비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한다.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지난 7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만나 업계의 애로사항을 전달한 바 있다. △주식 입·출고 시 취득단가 미제공으로 인한 전산개발의 어려움 △2024년 말 보유분 의제취득가액 제도가 없는 채권에 대한 비과세 등 산정 기준 문제 △금융투자소득에서 배당소득이 제외돼 양도차손과 손액 상계 처리가 불가해 과세 형평성 논란이 있다는 점 등이 거론됐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세금 관련 편의성 때문에 대형 증권사로의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증시 외 자본시장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근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는 금투세와 관련해 "레고랜드 사태처럼 본드런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개인이 가진 채권 규모는 50조 정도로 투자 적격을 겨우 넘은 트리플 B급에 대부분 투자가 돼 있다. 이자 소득이 붙으면 개인 투자자들이 채권을 빼기 시작할 것이고, 기업이 개인들을 통해 자금을 융통하지 못하고 무너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증시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며 연일 거리로 나오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는 지난주 국회와 더불어민주당 당사를 찾아 금투세 폐지 주장 집회를 열었다. 이에 민주당도 24일 공개 토론회를 열고 금투세 시행에 대한 당내 의견을 수렴하기로 결정, 4분기 전 관련 결정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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