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부족 해결되는데…美선 합법, 한국은 불법인 ‘이 직업’

심희진 기자(edge@mk.co.kr) 2023. 3. 20.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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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업무 대신 맡는 PA간호사
종합병원들 속속 채용 늘려
일각선 “유사 의사” 불법 주장
정부 “4월 가이드라인 만들것”
[사진출처 = 연합뉴스]
의사 업무 일부를 대신 수행하는 진료보조인력인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가 늘고 있다.전공의의 지원 감소와 주 80시간 근무제 도입 등으로 의료 공백이 발생하자 각 병원은 원활한 운영을 위해 PA간호사 채용에 힘쏟고 있다. 다만 PA간호사와 관련된 현행법이 존재하지 않아 이들의 업무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책임소재는 어디까지인지 등이 불분명하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사각지대에 놓인 PA간호사를 투명화하기 위한 관리·감독 작업에 착수했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세브란스병원은 최근 소아청소년과(응급실), 소아신경과, 심장혈관외과, 방사선종양학과, 부인과 등 5곳에서 임상전담간호사를 모집했다. 업계에서 임상전담간호사는 PA간호사로 통용된다. 삼성서울병원은 방사선종양학과에서 1명을 충원한 바 있다.

관련 공고에 따르면 임상경력 3년 이상의 간호사는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충원은 쉽지 않다. 의사와 하는 일은 비슷하지만 처우가 열악하고 일부에서 이들의 존재를 불법으로 규정한 탓에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특히 세브란스의 심장혈관외과와 부인과, 소아신경과는 올초부터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없어 추가 모집을 진행하고 있다.

PA간호사는 수술 보조뿐 아니라 진단서 작성, 처방, 후처치 시술까지 사실상 전공의가 하는 일의 상당부분을 대신 수행한다. 수도권 소재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요즘 흉부외과나 소아비뇨기과 같이 전공의가 부족한 곳은 교수들이 PA간호사에 ‘우리가 봐줄테니 그냥 시술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PA간호사 수가 늘어난 데에는 전공의 부족이 영향을 미쳤다. 소위 기피과라 불리는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의 경우 전공의 지원이 매년 줄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가 있는 50개 대학병원 중 38곳은 올해 전공의를 단 한 명도 확보하지 못했다. 흉부외과 전공의가 아예 충원되지 않은 병원은 18곳, 산부인과는 16곳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의료 공백은 더욱 커졌다. 전문의와 교수가 모든 진료과정에 관여하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이들의 업무를 덜어줄 PA간호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수도권의 한 상급종합병원 외과 교수는 “전공의 수가 충분하면 PA간호사는 자연적으로 사라질 수 있지만 현재로선 PA간호사 없이 수술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PA간호사는 1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PA간호사가 현행 의료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간호사가 의사의 업무를 대신할 경우 불법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이에 PA간호사 문제를 양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령 인구가 많아질수록 의료서비스와 의료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PA간호사를 관리감독해야 하다는 설명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PA간호사는 이미 존재하는 직역이기 때문에 이를 부인하기 보단 단계적으로 업무 투명성을 높이고 이들의 법적 불안감을 해소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다만 직역 자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거나 법적으로 제도화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PA간호사 수가 늘어나는 문제는 의사 인력의 확충, 필수의료에 대한 적절한 보상 등으로 해결책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의사와 PA간호사 간 모호성 문제를 없애기 위해 이들에 대한 관리운영 체계를 만들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복지부는 윤석준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와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50여개 의료행위에 대해 의사만 할 수 있는 영역과 간호사에 위임가능한 영역을 구분지어 개별 병원에 통보한 바 있다. 복지부는 국내 8개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오는 4월까지 관리운영 체계에 관한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PA간호사에 대한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병원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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