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술사야”
믿고 맡겼던 공사, 알고 보니 자격증까지 ‘가짜’

충북 청주에서 한 건설업자가 ‘기술사 자격증’을 위조하고 사칭하며 수억 원대 공사 대금을 가로챈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남성은 자신을 국가가 인정한 ‘공조냉동기술사’라고 소개하며 원전 공사 경험까지 언급해 피해자들을 안심시켰고, 공사비를 선입금 받은 뒤에는 공사를 지연하거나 연락을 끊고 잠적하는 수법을 반복했습니다.
피해자는 청주뿐 아니라 안양, 성남 등 전국적으로 10명 이상, 추정 피해액은 약 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명함에 새겨진 ‘기술사’ 자격 명칭 하나로 사람들의 신뢰를 사로잡은 뒤, 그 신뢰를 무기로 수천만 원을 가로챈 겁니다.
“기능사도 아니고, 기사도 아니고, 나 기술사야!”
해당 건설업자 A씨는 피해자들과의 통화에서도 “나는 기능사도 아니고, 기사도 아니고 기술사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자신의 전문성을 강조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는 단순한 과장이 아니라 ‘공문서 위조’ 및 ‘자격사칭’에 해당하는 범죄 행위입니다.
실제로 피해자들은 “A씨가 공조냉동기술사 명칭이 적힌 명함을 내밀며 계약금을 요구하지 않고 믿음을 준다”며 “기술사라면 검증된 사람이라 생각해 안심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공사는 미뤄졌고, A씨는 이의를 제기한 피해자들을 회피하거나 잠적했습니다.
기술사 자격증, 국가공인 최상위 자격… 그 신뢰를 악용하다
‘기술사’는 국가기술자격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전문 자격증입니다. 기능사, 산업기사, 기사 단계를 거쳐야 응시자격이 생기고, 해당 분야 실무경력 4~7년 이상이 요구되는 고난이도 시험입니다.
국가의 공신력을 기반으로, 기술사는 각종 설계, 감리, 감독 업무를 책임지는 고급 전문가로 간주됩니다. 특히 건설, 기계, 전기, 공조냉동, 화공 분야에서는 기술사 자격 보유 여부가 실무 능력의 지표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기술사’라는 이름 자체가 신뢰의 보증수표처럼 쓰이는 현실에서, 이를 위조하고 사칭한 이번 사건은 단순한 민사 분쟁을 넘어 사회적 공신력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자격증 위조는 ‘공문서 위조 및 행사죄’로 형사처벌 대상
이번 사건은 경찰 수사 외에도,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 신고가 접수되며 국토부와 고용노동부도 확인에 나선 상태입니다. 공익 신고 내용에는 무면허 건설, 임금체불, 공문서 위조 의혹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격증 위조’는 단순 사기가 아니라 형법 제231조 공문서 위조 및 행사죄에 해당합니다.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형이 가능하며, 실제 존재하지 않는 자격으로 사업을 운영하거나 대금을 챙긴 경우에는 사기죄와 병합 처벌될 수 있습니다.
자격증의 신뢰는 공공의 자산입니다
자격증은 개인의 능력을 증명하는 수단이자, 사회 전체가 ‘이 사람은 검증된 전문가다’라고 인정하는 제도적 장치입니다. 특히 기술사와 같은 고급 자격증은 기업뿐 아니라 일반 시민에게도 신뢰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집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신뢰’가 범죄 수단으로 이용된다면, 정직하게 공부하고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들조차 피해를 입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정부와 자격 관리기관은 단순 사법 처리에 그치지 않고, 자격증 진위 확인 시스템을 일원화하고, 사칭 행위에 대한 경고와 처벌을 강화해야 할 시점입니다.
자격증은 ‘사칭’이 아니라 ‘노력으로 취득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격증을 따기 위해 수개월에서 수년을 준비합니다. 기술사는 하루아침에 딸 수 없는 자격증입니다. 그 무게를 알기에, 이번 사건이 더욱 불쾌하고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이유일 것입니다.
이제는 자격증 하나에도 ‘검증’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진짜 전문가와 거짓 전문가를 구분하기 위해서라도, 자격증의 무게를 가볍게 여긴 사람에게는 반드시 그에 걸맞은 책임이 뒤따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