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기술’ 삼성전자 ‘사무’…직원 주특기 딴판인 반도체 양대산맥

美공장 재직자가 직접 쓴 1위 주특기 TSMC 반도체 스킬, 삼성전자 MS오피스·엑셀
[사진=삼성전자]

최근 실적, 점유율, 경쟁력 등에서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가 인력 구성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TSMC는 기술 위주의 인력이 주를 이루는 반면 삼성전자는 사업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인력이 더욱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력 구성은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라는 점에서 향후 두 기업의 운명과도 직결된 사안으로 평가된다.

美공장 재직자 전공·특기 살펴보니…TSMC는 반도체, 삼성전자는 MS오피스·엑셀

르데스크가 다수의 미국 커리어 플랫폼을 통해 TSMC와 텍사스 삼성전자 반도체(Samsung Semiconductor) 재직자 3000여명의 자료를 취합한 결과, TSMC와 삼성전자 재직자는 지접 기재한 특기 부분에서 큰 차이점을 보였다. TSMC 재직자들이 직접 쓴 특기 스킬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반도체’(11.8%)였다.

이어 △IC(8.1%) △파이톤(7%) △Soc(6.9%) △Asic(6.8%) △MS오피스(6.8%) △리더십(6.5%) 등의 순으로 많았다. MS오피스와 리더쉽 제외한 대부분은 반도체 업무과 직결된 스킬들이다. ‘Soc’는 여러 시스템을 하나의 칩으로 압축하는 기법이며 ‘Asic’는 특정 용도에 맞게 반도체 회로를 설계하는 기술을 뜻한다. ‘파이썬’의 경우 반도체 공정 기술에 활용되는 대표적인 프로그래밍 언어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이에 반해 텍사스 삼성전자 재직자들이 쓴 특기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일반 직장인에게도 익숙한 ‘MS오피스’(11%)였다. 이어 △MS엑셀(9.9%) △리더십(8.6%) △프로젝트관리(7.6%) △소통(6.5%) △매트랩(6.1%) △엔지니어링(6%) △파워포인트(6%) 등의 순이었다. ‘매트랩’ ‘엔지니어링’ 등을 제외하곤 반도체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다소 떨어지는 스킬들이다.

두 기업 재직자들은 출신 대학에서도 다소 차이를 보였다. TSMC 재직자들 중엔 애리조나 주립대학교가 17.4%로 가장 많았다. 이어 △타이완 국립대학(13.6%) △국립 칭화 대학(9.8%) △국립교통대학(9.3%) △국립 쳉쿵대학교(8%) △캘리포니아대학교(5.5%) 등의 순이었다. 모두 공대 경쟁력이 높고 TSMC 공장 지근거리에 위치한 학교들이다.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경우 TSMC 미국 공장과 가까운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타이완 국립대학, 칭화대학, 교통대학 등도 TSMC 공장과 가까운 대만 신주 과학산업단지 부근에 자리하고 있다.

텍사스 삼성전자 재직자들의 경우 △텍사스 오스틴 대학교(20.4%) △텍사스 A&M 대학(20%) △오스틴 커뮤니티 칼리지(12.2%) △텍사스 테크 대학(8.4% △텍사스주립대(7.9%) 등 대부분 텍사스 대학 졸업자들로 이뤄져 있다. 해당 대학들도 공대로 유명한 명문대들이다. 다만 TSMC 재직자들이 졸업한 대학 중엔 반도체 분야에 특화돼 있는 학교가 많은 반면 해당 대학들은 공대로 유명하긴 하지만 특정 산업에 집중돼 있지는 않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평가다.

▲ 미국 TSMC 임직원 구성은 기술 전문 인력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반도체 연구원들 모습.(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미국반도체산업협회]

재직자들의 전공에 있어서도 TSMC는 전기·전자 출신이 많은 반면 삼성전자는 다양한 전공자들이 두루 포진해 있다. TSMC 재직자 중 전기·전자 공학 전공자 비율이 무려 33%에 달했다. 전기·전자 공학은 반도체 공학의 기본이 되는 학문으로 반도체 전문 기술과 가장 관련이 깊다. 그 밖에 △경영학(9%) △물리학(6%) △소재과학(6%) △컴퓨터과학(5%) △화학공학(4.5%) 등의 순으로 많았다. 삼성전자의 경우 기계 공학 전공자 비중이 19.7%로 가장 많았고 △전기전자공학(17.2%) △화학공학(13.6%) △컴퓨터과학(8.5%) 등이 뒤를 이었다.

임원 인사 앞둔 삼성전자…“사업지원 위주의 헤드로는 글로벌 강자들과 경쟁 어려워”

재계 등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안팎에선 인적쇄신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내부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신상필벌’을 통한 조직 쇄신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삼성전자 직원은 “쓸데없는 보고와 사내 정치질이 판을 치고 있어 혁신을 시도조차 할 수 없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며 “삼성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내부부터 송두리째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TSMC와 삼성전자 모두 재직해 경험이 있다는 본 로이 와너(Roy Waner·가명) 씨는 “TSMC의 경우 대만식 문화가 깊게 박혀있어 매일 야근을 밥 먹듯이 반면 삼성전자는 그런 문화가 없었다”며 “사실 직원 입장에선 삼성전자를 칭찬할 수 있지만 사업만 놓고 봤을 땐 경쟁업체가 죽을 듯이 일하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기조를 유지한다면 절대 이길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 TSMC는 파운드리 기술 경쟁력 측면에서 삼성전자에 비해 우위를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건설중인 TSMC 반도체 공장. [사진=TSMC]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TSMC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62.3%에 달했다. 삼성전자 점유율은 11.5%에 그쳤다. 두 기업의 파운드리 점유율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TSMC는 미국 시장 선점을 위해 애리조나 반도체 공장 가동 시기를 내년에서 올해로 앞당겼다. 반면 삼성전자는 텍사스 테일러 공장 가동 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미룬 상태다.

기술 격차 역시 조금씩 벌어지고 있다. TSMC는 최근 차세대 노광장비 ‘하이 NA EUV’를 도입하는 등 1나노 초미세공정을 준비에 돌입했다. 1나노대 양산 시점을 1년 앞당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1나노대 양산 시점을 2027년으로 설정했다. 두 기업 모두 차질 없이 계획대로 1나노 공정에 돌입한다 해도 최소 1년 이상의 격차가 존재하는 것이다.

실적 부분에서도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3조75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3개 분기 연속 적자다. 상반기 누적 실적까지 포함하면 올해 반도체 부문에서만 12조6900억원 적자가 발생했다. 반면 TSMC의 경우 올해 3분기 15조273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에 비해 58%나 증가한 금액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기술자 위주의 인사를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전자는 전체 인원중 40%가 지원·경영 인력인데 TSMC 기술 인력은 삼성전자의 2배가 넘는다”며 “삼성전자도 이공계 공대 기술자 중심으로 재편해야만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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