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꼴찌 팀장이 최상위로… ‘자기이해’부터 출발하면 가능[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정신과 전문의… 경영 컨설턴트 경력
불안·번아웃 등 개인 심리 다루다… 관리자 정신건강 코칭으로 확대
대상자 분석 후 행동·사고방식 수정… “모두 ‘나’다움 발휘하는 일터 꿈꿔”
포티파이(40fy)는 불안과 우울을 겪는 개인들이 손쉽게 정신의학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비대면 서비스로 출발했다. 누군가 우울증 증상이 있다고 느끼더라도 병원 상담을 받으려면 2, 3개월은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없애려 만든 서비스다.
이후 이들이 겪는 많은 문제가 회사나 기관에서 일을 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조직 내의 개인이 더 안정적으로 일하면서 조직의 성과까지 높일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도 만들었다. 조직 진단에 초점이 맞춰진 경영 컨설팅과 달리 개인이 자기 이해를 바탕으로 조직 내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포티파이는 이런 방식의 접근이 탈진증후군(번아웃)이나 우울 등에 빠지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도 낸다고 여기고 있다.
정신의학과 의사인 문우리 포티파이 대표이사(39)는 경영 컨설턴트 경력도 갖고 있다. 7일 서울 강남 사무실에서 만난 문 대표는 “새 서비스는 기업이나 기관 내 리더급 임직원의 자기 이해 바탕의 리더십 정립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의 건강이 조직원은 물론이고 조직의 성과에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 대상자 파악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에 공력
포티파이는 2023년 초부터 ‘업피플’ 서비스를 새로 내놨다. 조직의 중간관리자 이상이 각자의 강점을 발휘하는 리더십을 갖도록 해 건강하게 조직의 미션을 달성토록 돕는 게 목적이다.
35세의 연구개발팀 리더였던 A 씨는 업피플의 직무 건강 상태 분석에서 효능감 저하와 번아웃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왔다. 그는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 출근할 생각만 해도 답답하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리더십 다면진단에서 팀원들은 팀장이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고 팀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끈다고 했지만 여러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다 보니 명확한 의사결정을 미루고,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지시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는 퇴근을 미루며 혼자 일을 처리하느라 지쳐 있었다.
그리고 변화시켜야 할 행동 또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파악한다. 이때 지금까지 축적한 2만여 사례를 바탕으로 만든 20가지 유형 중 하나를 찾아낸다. 다음은 근본 원인 파악 단계다. 대상자의 기저에 있는 생각, 신념이나 니즈를 파악한다. 개인이 속해 있는 조직 내의 요인까지 알아낸다. 포티파이는 리더가 어려움을 겪는 근본 원인을 200여 가지로 분류하고 관련 솔루션을 정립하고 있다.
문 대표는 “대상자 데이터 수집과 문제 정의, 근본 원인 파악 등의 단계는 기존의 여러 경영 컨설팅에서는 소홀히 됐던 부분”이라며 “2001년부터 서비스했던 개인의 우울과 불안을 다루는 ‘마인들링’ 서비스와 개인이 자기를 분석할 수 있도록 만든 ‘웨이마크’ 서비스를 통해 새롭게 구축한 포티파이만의 독자적인 능력”이라고 했다.
근본 원인이 파악되면 실무에 바로 적용 가능한 수준의 실행 과제로 대상자의 행동이나 사고방식을 3개월에 걸쳐 2주에 한 번씩 온라인으로 일대일로 점검하며 개선해 나간다. 이런 방식을 거친 A 씨는 ‘미움을 받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 관계 지향형’으로 파악됐고, 팀에 필요한 바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과제를 수행했다. 좋은 리더는 불편하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신뢰를 주는 사람이라는 내용으로 리더상도 재정립해 줬다. A 씨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꼴찌를 달리던 다면평가 결과는 최상위 수준으로 올랐다.
포티파이는 대부분의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대상자의 문제 유형에 맞는 전문 코치를 연결해서 진행한다. 국내 통신사와 주요 게임사, 헬스케어 분야 상장 스타트업 등 많은 기업들이 업피플 서비스를 이용했다. 문 대표는 “인사 담당자나 대상자들의 반응이 좋은 편이어서 같은 기업이 대상자를 넓혀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 ‘마인들링’과 ‘웨이마크’
2020년에 창업한 포티파이는 2021년 ‘마인들링’ 서비스를 내놓으며 온라인 심리치료 사업을 시작했다. 마인들링은 사용자가 자신의 마음을 돌보고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온라인 프로그램이다. 사용자의 성격적 특성과 스트레스 원인을 평가해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완벽주의, 자존감, 불안, 분노 등 심리적 문제별로도 솔루션이 제공된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정신과 진료를 했던 문 대표는 “멀리서 몇 시간을 들여서 온 환자들에게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5분이 채 되지 않아 안타까웠던 점이 창업의 씨앗이 됐다”고 했다. 그래서 진료실에서 전달해 주고 싶은 다양한 심신 안정 방식 등을 유형별로 나눠 앱으로 서비스를 만들었다. 그는 “16만 명 정도가 사용하고, 유료 가입자도 2만 명 이상”이라며 “‘매일 버스에서 앱을 켜고 불안감을 달랜다’는 사용 후기를 볼 때 뿌듯하다”고 했다.
마인들링 서비스 다음으로 내놓은 것이 직장인 커리어 진단 서비스인 ‘웨이마크’다. 직장인들이 자신의 성향과 강점을 파악하고, 더 나은 커리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다. 230문항의 심층 진단 검사로 성향과 강점을 파악할 수 있고, 온라인으로 전문가와 상담도 가능하다.
대부분의 서비스가 온라인으로 개발된 것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상담은 전문가가 일일이 개입해야 하는 노동집약적인 형태여서 시간을 아껴 효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 정신과 진료와 경영 컨설턴트 경험 결합
문 대표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후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공중보건과 경영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서울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에서도 일했다. 업피플 서비스는 이런 그의 경험이 다 녹아 있는 서비스인 셈이다.
하지만 도전도 만만치 않다. 서비스 특성상 객관적으로 어느 서비스가 우수한지 수요자들이 구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코치들이 각각 다른 경험과 성향을 가지고 있어 일관된 코칭 효과를 내는 것도 과제다. 이 때문에 포티파이는 자체 개발한 진단과 코칭 프레임워크에 대한 내부 교육을 중시하고 있다. 문 대표는 “인공지능(AI) 결합을 통해 서비스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이는 연구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업피플에 당분간 주력할 계획이다. 관리자가 건강하지 못하면 조직과 다른 구성원에게도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타인을 관리하려면 타인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타인을 이해하려면 자기 관리가 가능해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자기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모두가 ‘나’다움을 건강하게 발휘하는 일터와 그런 일터들이 모인 세상을 꿈꾼다”고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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