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제약 업계가 수개월간 줄다리기를 벌여온 제네릭(복제약) 약가 산정률이 45%로 최종 확정됐다. 보건복지부는 2036년까지 약가 조정안을 단계적으로 적용해 제네릭 난립을 막고 건강보험 재정도 연 2조 이상 절감할 것으로 본다. 업계에서는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48.2%에는 못 미쳤지만 40% 초반대까지 열어뒀던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45% 결론…정부 "수많은 논의 결과"

27일 복지부 등에 따르면 전날 서울 서초구에서 제6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45%로 확정했다. 현행 오리지널 의약품의 53.55% 수준인 제네릭 약가를 2036년까지 단계적으로 낮추는 내용이다. 주요국보다 높은 약가 구조를 손봐 제네릭 난립을 막고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모두발언에서 "(약가제도 개선안은) 건강보험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가입자인 국민에게 혜택을 넓히기 위해 많은 논의를 거쳐 마련한 것"이라며 "새 정부 국정과제로서 환자의 신약 치료 접근성과 보장성을 높이고 제약·바이오 산업 혁신을 촉진하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 차관은 이번 인하율이 각계각층의 의견을 검토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건정심에서 필요성을 보고한 뒤 산업계, 환자단체, 노동계 등 각계의 의견을 듣고 전문가 토론을 거쳐 세부 내용을 마련했다"며 "이번 개편을 통해 국민의 의약품 접근성은 높이고 약품비 부담은 낮추는 한편 혁신 신약 개발 역량과 산업 전주기 생태계를 강화해 제약·바이오 산업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길 기대한다"고 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11월 말 약가제도 개편 방향을 처음 공개한 이후 약 4개월간 후속 논의를 이어왔다. 국회 토론회와 산업계 간담회, 정책 심포지엄, 노동계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조율했다. 이 과정에서 약가를 일시에 인하하기보다 그룹별·단계적으로 조정하고 혁신형 기업 우대와 필수의약품 지원, 신약 신속 급여화 체계를 함께 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약가 체계 11년간 손질, 건보재정 2.4조 절감

기등재 의약품은 업계 충격을 고려해 한 번에 약가를 내리지 않는다. 정부는 2012년 등재 시점을 기준으로 약제를 그룹별로 나눈 뒤 11년에 걸쳐 연차별·단계적으로 조정할 방침이다. 이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는 1단계 연 1조1000억원, 2단계 연 1조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11년 뒤 연간 2조4000억원 규모의 건보 재정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약가 산정률 인하에 따라 소비자 본인부담금은 약 16% 줄어들 전망이다.
제네릭 난립을 막기 위한 장치도 강화했다. 지금까지는 동일 성분의 20번째 제네릭부터 계단식 약가 인하를 적용했지만 앞으로는 13번째 제네릭부터 적용한다. 동일 성분 제제 13개 초과를 유발한 품목에도 계단식 인하를 적용하는 '다품목 등재 관리' 제도도 새로 도입한다.
사용범위 확대 등에 따른 약가 인하 시기는 연 2회(4·10월)로 정례화한다. 급여적정성 재평가는 재검토 필요성이 확인된 약제를 중심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예측 가능성은 높이면서도 사후관리 기능은 유지하겠다는 취지다.

반면 연구개발(R&D) 역량을 갖춘 기업은 우대한다. 혁신형 제약기업과 준혁신형 제약기업의 약가 산정률은 각각 49%, 47%로 차등 적용한다. 특례기간도 각각 4년, 3년 부여한다. 여기에 혁신 노력에 대한 별도 보상체계도 마련했다. 혁신형 제약기업에는 최대 4년간 60%, 준혁신형 제약기업에는 최대 4년간 50% 수준의 약가 가산을 적용한다. 정부는 현재 48개인 혁신형 제약기업에 준혁신형까지 더하면 60여개 기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약과 필수의약품 지원책도 함께 담았다. 희귀질환 치료제의 건강보험 등재 기간은 올해부터 현행 최대 240일에서 100일 이내로 단축한다. 약가 유연계약제 적용 대상은 올 2분기부터 ▲신규 등재 신약 ▲특허만료 오리지널 ▲바이오시밀러 등으로 넓힌다. 퇴장방지의약품 지정기준과 원가보전 기준도 손질한다.
공급 비중이 높은 기업은 '수급안정 선도기업'으로 지정해 최대 4년간 50% 약가 우대를 적용할 계획이다. 생산기반 유지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약제는 68% 수준까지 약가를 우대하고 우대 기간도 10년 이상 보장한다. 필수의약품 공급망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다.
제약 업계, 즉시 비대위 꾸려 공식입장 밝힐듯

업계에서는 일단 최악은 피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당초 업계 안팎에서는 제네릭 약가 산정률이 40% 초반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거론돼서다. 하지만 정부가 최종적으로 45%를 제시하면서 충격은 일부 완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업계는 감내 가능한 약가 산정률의 하한선으로 현행보다 약 10% 낮은 48.2% 수준을 제시해왔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사실 40% 초반대로 결정될 거라 예상했다"면서 "최악은 면했다는 분위기"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다만 기등재 품목까지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구조여서 실제 영향은 앞으로 세부 시행안이 나와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도 즉답을 아꼈다. 이 부회장은 "아직 복지부 브리핑 전이라 내용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며 "이해관계자 입장인 만큼 지금은 공식적으로 사안에 대해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27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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