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브라질은 친절 TOP 5, 한국은 47위?" 여행객 불만 쏟아진 불친절 국가

프랑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행을 완성하는 마지막 한 조각은 무엇일까. 누군가는 화려한 건축물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황홀한 자연경관을 말한다. 하지만 많은 여행자에게 진짜 기억에 남는 건 사람과의 만남이다.

현지인의 미소 한 번, 따뜻한 도움 한마디가 낯선 여행지를 추억의 공간으로 바꾸기도 하고, 반대로 차가운 시선은 잊고 싶은 기억이 되기도 한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회자되는 ‘친절·불친절 국가 순위’는 바로 이 지점을 건드린다. 그러나 그 순위 뒤에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문화적 맥락이 숨어 있다.

SNS가 지목한 불친절 국가

프랑스 파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야후 파이낸스 등 외신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 이용자들의 경험담을 모아 ‘여행객에게 가장 불친절한 국가’ 순위를 발표했다.

파리가 포함된 프랑스가 불명예스러운 1위를 차지했고, 모로코, 러시아, 중국, 터키가 뒤를 이었다. 공통점은 대부분 특정 대도시에서의 부정적 경험이 국가 전체의 이미지로 일반화되었다는 점이다.

러시아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문화 사회학자들은 이를 ‘인식의 함정’이라고 말한다. 파리 사람들의 직설적인 화법이나 공적 공간에서 거리를 두는 태도는, 스몰토크에 익숙한 영미권 여행자에게는 무례함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프랑스식 문화이지, 불친절함의 의도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결국 SNS에 기반한 순위는 ‘누군가의 경험’을 보여줄 뿐, ‘객관적인 지표’라 하기에는 한계가 크다.

데이터가 말하는 친절 국가

멕시코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보다 객관적인 데이터는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세계 최대 외국인 커뮤니티 InterNations가 발표한 2023년 ‘엑스팻 인사이더’ 보고서에 따르면, ‘현지인 친절도’ 1위 국가는 멕시코였다.

이어 브라질,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가 상위권에 올랐다.

브라질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가족과 공동체 중심의 문화, 그리고 관광 산업에 대한 높은 의존도다.

낯선 사람에게도 쉽게 다가가 도움을 건네는 친화적인 태도는 자연스럽게 여행자에게 ‘친절하다’는 인상으로 남는다.

흥미롭게도 이는 SNS 순위와 정반대의 결과로, 우리가 느끼는 친절과 불친절이 문화적 맥락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한국이 순위에서 보이지 않는 이유

대한민국 서울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불친절 국가’와 ‘친절 국가’ 순위 어디에도 한국의 이름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InterNations의 2023년 조사 결과를 보면 그 이유를 엿볼 수 있다.

한국은 ‘정착 용이성(Ease of Settling In)’ 부문에서 52개국 중 49위, ‘현지인 친절도(Local Friendliness)’ 세부 항목에서는 47위라는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 거주자가 겉으로는 친절함을 경험하더라도, 실제 깊은 교류와 우정을 맺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겉으로는 따뜻하지만 내면의 장벽이 높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태국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행지 친절도 순위는 단순한 ‘순위표’로 읽기보다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파리에서도 따뜻한 경험을 할 수 있고, ‘친절 국가’라 불리는 곳에서도 불쾌한 일을 겪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현지의 문화적 맥락을 존중하는 열린 태도다.

여행을 떠나기 전 그 나라의 기본적인 인사말을 익히고, 사회적 관습을 존중하려는 작은 노력이야말로 ‘불친절’의 벽을 낮추고 잊지 못할 만남을 만들어낸다.

Copyright © 여행한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