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뛸 때도 신경 써야죠" 다시 온 러닝붐에 몸값 뛴 러닝화
즉각적인 건강관리 가능해 젊은층서 인기
40만~60만원대 고가 러닝화도 인기
호카, 온러닝, 뉴발란스 등 다양한 브랜드 관심
인스타그램서 런린이 해시태그 67만건
‘2024 러닝화 계급도’까지 등장
2010년 SBS 주말드라마 ‘시크릿가든’이 방영되자 러닝화(달릴 때 착용하는 운동화) 붐이 일었다. 남자주인공 현빈이 캐주얼 정장 또는 화려한 트레이닝복과 함께 나이키의 러닝화 모델인 ‘루나글라이드’를 착용했기 때문이다. 당시 루나글라이드의 전국 품절 사태로 쉽게 구할 수 없게 되자 일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정가를 웃도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 현상은 ‘루나 대란’으로 불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크릿가든’ 여자주인공 하지원이 착용한 아디다스 오리지널의 러닝화 모델 ‘ZX700’도 덩달아 인기를 끌었다. 러닝을 하지 않지만 일상에서 신는 러닝화는 하나의 패션 트렌드가 됐다.
러닝화가 14년 만에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소규모 달리기 모임, 마라톤 참가 등 다양한 방식의 러닝이 주목받자 성능에 초점을 맞춘 러닝화가 운동화의 주류로 올라섰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러닝화 계급도’까지 나왔고 인기 모델의 품귀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 비싸도 돼요, 러닝화 계급도까지
전 세계적인 유행이 된 ‘러닝붐’은 코로나19 이후 시작된 것으로 신발 한 켤레로 당장 시작할 수 있고 방역 규제 등으로 폐쇄되는 실내 운동과 비교해 야외 운동이 더 안전하다는 이유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스포츠 회사 런리피트(RunRepeat)의 러닝 관련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0%가 코로나19 기간 중 러닝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즉각적인 건강 관리 △개인 기록 도전 △스트레스 해소 등을 위해 러닝을 시작했다고 답했다.
국내에서는 아마추어 러너가 참여하기 좋은 러닝크루를 기반으로 시장이 커지며 러닝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젊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인스타그램에서 10월(가을) 기준 #런린이 해시태그는 67만 건(3월 대비 14% 상승), #러닝크루 해시태그는 61만 건(3월 대비 13% 상승) 등 러닝 관련 콘텐츠가 지속 확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러닝 인구는 10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러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2024 러닝화 계급도’도 등장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각 브랜드의 러닝화 모델을 가격, 성능 등으로 평가한 이미지다. 입문용부터 월드클래스까지 6단계로 나누어져 있는 이 계급에는 △호카 △뉴발란스 △아식스 △나이키 △아디다스 △써코니 △미즈노 △온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취미가 달리기인 창업자가 산을 빠르게 내려오기 위해 만든 ‘호카’와 은퇴한 트라이애슬론 선수인 올리비에 베른하르트가 ‘부상당하지 않고 뛸 수 있는 러닝화’를 시작으로 만든 ‘온’은 나이키의 대체재로도 불리며 젊은 러너들의 선택을 받는 브랜드로 꼽힌다.
가장 낮은 단계는 ‘입문용’이다. 호카 클리프톤9·본디8, 뉴발란스 프레시폼X 1080, 아식스 젤님버스26 등이 있으며 가격은 10만~20만원대다. 동네대표, 지역대표 등의 계급으로 올라갈수록 스포츠 전문가들이 착용하거나 가격대가 높아진다.
중간 단계로는 ‘지역대표’가 있다. 러닝크루 등 취미로 달리는 이들이 착용하기 좋은 제품이라는 의견이 있다. 뉴발란스 퓨어셀 엘리트, 호카 씨엘로, 미즈노 웨이브 리벨리온 프로, 온 클라우드 붐 에코 등이 있다. 퓨어셀 엘리트의 경우 뉴발란스 레이싱화 중 최상급 모델에 해당해 마라톤대회 기록 달성 등을 위해 착용하는 모델로 알려졌다. 이들의 가격대는 20만~30만원대다.
가장 높은 계급에는 아디다스 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 EVO(에보)1, 나이키 알파플라이3, 나이키 베이퍼플라이3 등이 있다. 이들 모델은 기록을 위해 착용하는 제품들로 최상급으로 분류된다. 가격은 30만~60만원대다.
특히 아디다스의 에보1은 브랜드 역사상 가장 가벼운 138g으로 제작됐으며 2020년 도쿄 올림픽 여자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페레스 젭치르치르 등 전문 육상선수의 피드백을 반영해 지난해 출시된 한정판 제품이다.
60만원에 달하는 판매가에도 출시 직후 품절됐고 크림 등 명품 중고거래 앱에서는 평균 20만원 이상 높은 금액에 거래되고 있다. 이 제품의 일부 사이즈는 한때 200만원을 웃돌았고 현재도 230mm 제품의 중고 거래 가격은 129만원(크림 기준)이다.
나이키 알파플라이3 역시 브랜드 역사상 가장 가벼운 제품으로 여러 엘리트 마라토너의 검증을 받았다. 개발 과정에서 나이키 운동선수이자 마라톤 세계기록 보유자 케빈 킵툼이 지난해 시카고 마라톤 결승선을 2시간 35초로 통과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 일상에서도 ‘러닝코어’
특히 나이키 하락세의 반사이익을 받는 브랜드로 꼽히는 뉴발란스의 경우 1~9월 러닝화 상품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0% 증가했고 러닝화 인기의 영향으로 올해 뉴발란스의 매출은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뉴발란스 관계자는 “마라톤 행사와 러닝 캠페인을 꾸준히 진행했고 동시에 기능성과 스타일을 갖춘 러닝화를 매년 개선해 선보이면서 러너들의 선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러닝붐이 생기면서 일상에서도 러닝화를 착용하는 ‘러닝코어’도 관심을 받고 있다. 달리기를 뜻하는 ‘러닝(Running)’과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하는 스타일인 ‘놈코어(Normcore)’의 합성어로 러닝을 하지 않지만 일상에서도 관련 제품을 즐겨 신는다는 의미다.
무신사 거래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올해 1~9월 러닝화 카테고리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40% 증가했다. 더위가 풀리기 시작한 9월에 접어들면서 러닝 수요가 더욱 늘면서 작년 동월 대비 80%가량의 연간 성장률을 기록했다.
무신사 월간 랭킹 신발 카테고리의 ‘스포츠화’ 부문에서도 상위 10개 브랜드 중에서 호카의 ‘오라 프리모’가 1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미즈노 MXR 등 러닝 마니아층 사이에서 새롭게 떠오른 러닝화 전문 브랜드가 10위권에 올랐다. 나이키 페가수스 41, 레볼루션 7, 보메로 17 등 나이키 상품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몸과 마음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취미로 러닝을 즐기는 2030 젊은층이 확산하며 무신사에서도 러닝화 전문 브랜드를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러닝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개인이 선호하는 스타일이나 니즈도 다양화되면서 러닝화 시장이 세분화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W컨셉에서도 올해 1~9월 러닝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6% 증가했다. 스위스 러닝화 브랜드 온러닝, 스포츠 브랜드 호카, 살로몬, 뉴발란스 등이 매출 상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W컨셉 관계자는 “MZ세대의 러닝 열풍으로 러닝화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30만~40만원대 온러닝, 살로몬 등 브랜드 수요가 늘었다”며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러닝화뿐만 아니라 애슬레저룩 시장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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