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뿐인 외조카의 화려한 예식이 끝나고 하객들이 빠져나갈 즈음 형수님이 나를 조용히 불러냈다.
형수님은 주변 눈치를 살피더니 내가 축의금으로 냈던 하얀 봉투를 그대로 내 손에 쥐여주었다.
내가 당황하여 봉투를 밀어내려 하자 형수님은 내 손을 꽉 잡으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형수님은 수수한 차림으로 내 손에 들린 봉투를 바라보며 지난 세월의 고마움을 먼저 전했다.
돌아가신 형님을 대신해 집안의 크고 작은 일을 챙겨준 삼촌의 마음만으로도 충분히 넘친다고 말했다.
그녀는 힘들게 모았을 커다란 돈을 조카 축의금으로 다 넣어버리면 내 생활은 어쩌냐며 걱정했다.

머뭇거리며 봉투를 열어본 나는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을 확인하고 그만 놀라고 말았다.
100만 원 중 절반인 50만 원만 남겨져 있었고 그 옆에는 정성껏 써 내려간 손편지가 들어있었다.
조카가 삼촌에게 드리는 감사 글에는 그동안 받은 사랑을 잊지 않고 멋진 어른이 되겠다는 다짐이 적혀있었다.

형수님은 남은 돈으로 좋은 옷 한 벌 해 입으라며 눈시울을 붉힌 채 내 어깨를 다정하게 두드렸다.
화려한 예식장 조명 아래에서 형수님과 조카가 보여준 든든한 진심이 가슴 깊은 곳까지 전달됐다.
나는 매몰차게 거절하는 대신 형수님의 따뜻한 손길을 고맙게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먹었다.

식장을 나와 주차장으로 걸어가며 두껍게 느껴지는 50만 원과 편지를 주머니 속에 깊숙이 넣었다.
형님이 세상을 떠난 뒤 늘 외롭고 쓸쓸했던 내 삶에 오늘만큼은 더없이 든든한 가족이 곁에 있음을 느꼈다.
나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노을을 바라보며 조카의 앞날에 행복만 가득하기를 마음 깊이 진심으로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