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C]'카카오 빅딜맨' 배재현, 커진 영향력 만큼 뒤따르는 부담감
카카오 내부에서 투자 부문을 총괄해온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 투자총괄대표(CIO)의 '역할론'이 부각되는 가운데, 내·외부 리스크에 대한 부담감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통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노렸던 카카오 입장에서 지난 2월 제기된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의혹은 해당 인수·합병(M&A)을 주도했던 배재현 CIO와 카카오에게 변수이자 신규 투자 집행에 대한 부담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득과 독 경계놓인 SM 인수
카카오에게 있어 SM엔터테인먼트 인수는 '신의 한 수'로 작용했다. 이는 단순히 멜론 사업부와의 시너지 효과를 넘어 실질적인 카카오의 수익성 확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카오는 올 2분기 SM엔터테인먼트 편입 효과에 힘입어 전분기 대비 매출, 영업이익이 각각 17%와 60% 늘었다. 해당 실적에서 SM엔터테인먼트 편입 효과를 제외하면 증가폭은 각각 4%와 42%로 줄어든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주도했던 배재현 CIO도 해당 성과에 힘입어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될 만큼, 카카오 내부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남궁훈 전 대표의 이탈로 발생한 이사회의 공백을 채우며, 배재현 CIO가 카카오의 핵심 인력으로 입지를 굳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에서 굵직한 M&A를 주도하고 대규모 자금조달에 기여한 배재현 CIO의 역량을 인정한 것으로 평가했다.
실제로 배재현 CIO는 2015년 카카오 입사 이후 투자를 담당하는 조직 '빅딜팀'에 소속돼 음원 서비스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주도했다. 당시 카카오는 1조9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들여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며 멜론의 운영권까지 확보했다. 이는 카카오가 본격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든 발판이 됐다. 그는 로엔엔터테인먼트에 이어 2021년 △래디쉬 △타파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작업도 진두지휘하며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사업 다각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SM엔터테인먼트 인수와 관련된 의혹이 최근 재점화되면서 배재현 CIO에게도 불똥이 튄 모습이다. 지난 10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거래 과정에서 제기된 주가 시세조종 관련 수사 범위를 확대했다. 앞서 금감원 특사경은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SM 사무실을 각각 압수수색한 바 있는데 금융당국은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주도한 배재현 CIO까지 수사대상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아시아파트너스, 무슨 관계?
이는 지난 2월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대량 매집한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와 배재현 CIO의 연관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측된다.
앞서 지난 2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가 IBK투자증권 분당센터에서 30억원에 달하는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매집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외 800억원 규모의 주식을 특수목적회사(SPC) '헬리오스제1호 유한회사'가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헬리오스제1호의 경우 원아시아파트너스가 기업 투자를 위해 설립한 △벨벳제1호 PEF △바이올렛제1호 PEF △가젤제1호 PEF △코리아그로쓰제1호 PEF와 같은 공유오피스에 입주해 있는 데다, 원아시아파트너스 공동 설립자인 중 한 명인 이정우 씨가 대표로 등재된 곳이다. <블로터> 취재 결과, 헬리오스제1호 PEF와 원아시아파트너스의 법인 등기부등본상 각각 대표로 등재된 이정우 씨가 동일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원아시아파트너스와 배재현 CIO간의 교감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은 김태영 원아시아파트너스 사장과의 인연이다. 업계에서는 배재현 CIO가 카카오 입사 이전 CJ그룹 미래전략실 재직 당시 김태영 사장과 상당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투자은행(IB)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몇 년 새 카카오와 원아시아파트너스간 거래가 활발했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8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그레이고가 진행한 유상증자에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관련 펀드(가젤제1호 PEF)가 참여한 이후 최대주주와 대표이사(김태영 원아시아파트너스 사장)가 변경됐는데,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아크미디어에 투자를 결정한 시기가 같은 해 9월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크미디어는 원아시아파트너스의 PEF 중 하나인 코리아그로쓰제1호 PEF를 최대주주로 한 드라마 제작사로, 원아시아파트너스의 김한상 사장이 공동대표로 재직중이다.
이에 앞서 2021년 당시 신생 PEF 운용사였던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쟁쟁한 후보군을 제치고 카카오VX에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한 것도 현 시점에서 재조명받고 있다.
콘텐츠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금융당국의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인 만큼 섣불리 결과를 예단해선 안 되겠지만 불공정거래 혐의가 확인될 경우 카카오에 다가올 후폭풍이 클 것"이라며 "특히 SM 인수를 주도한 배재현 CIO까지 수사 범위에 포함됨에 따라 카카오와 원아시아파트너스의 비즈니스까지 회자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