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K8이 현대 그랜저보다 판매량에서는 밀리지만, '자동차를 아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K8의 진짜 경쟁력은 뒷좌석에서 나온다. 축간거리 2,895mm로 만들어낸 공간은 그랜저는 물론 제네시스 G80와 비교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무릎 공간이 넉넉한 것은 기본이고, 시트백 각도와 헤드레스트까지 치밀하게 설계됐다. 뒷좌석 전용 공조시스템에 시트 열선·통풍까지 갖춰 고급 세단의 품격을 보여준다.

더 인상적인 것은 승차감이다. G80처럼 과도하게 부드러워 멀미를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노면 충격을 효과적으로 걸러낸다. 회사 임원용 차량이나 관용차로 인기를 끄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35마력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성능도 만족스럽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7.2초로 3.5L 그랜저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연비는 차원이 다르다. 공인연비 복합 16.1~18.1㎞/L에 실제 시내 주행에서는 18~20㎞/L까지 나온다. 고유가 시대에 이만한 경제성을 찾기는 쉽지 않다.

저속에서는 전기모터만으로 움직여 도심 주행이 조용하고 부드럽다. 신호 대기 때 엔진이 꺼져도 진동이 거의 없어 고급차다운 정숙성을 유지한다.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전장 5,050mm의 큰 덩치에 비해 외관 디자인의 임팩트가 아쉽다는 평가다. 실내 인포테인먼트는 현대차그룹 특유의 직관적 구성으로 음성인식 성능이 뛰어나 웬만한 수입차보다 편리하다.

가격은 4,206만 원부터 4,988만 원까지다. 풀옵션으로 가면 5,000만 원에 육박하지만, 적당한 옵션 구성으로는 가성비가 나쁘지 않다. 같은 돈으로 그랜저 최고급형을 살 바에는 K8 중급형이 더 합리적이라는 판단이다.

K8는 분명 '아는 사람의 차'다. 판매량으로는 그랜저가 압도적이지만, 자동차 본연의 완성도를 따지면 K8이 한 수 위다. 특히 뒷좌석 공간과 승차감은 국산 세단 중 최고 수준이다. 전기차 열풍이 한풀 꺾인 지금, K8 하이브리드는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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