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너의 시간 속으로' 전여빈 "'상견니'와 또 다른 색깔 채웠죠"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원작과의 비교가 리메이크작의 숙명이라지만, 넷플릭스 시리즈 '너의 시간 속으로'의 어깨는 유독 무거웠다. '상친자'('상견니'에 미친 자)로 불리는 팬덤까지 보유한 대만 드라마 '상견니'가 원작인 만큼, 적잖은 부담감과 함께 출발해야 했기 때문이다. 주연을 맡은 배우 전여빈은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화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과 만나 "밑그림은 같아도 색깔은 다르게 칠할 수 있는 컬러링북처럼 원작과는 또 다른 색깔을 채워볼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너의 시간 속으로'는 1년 전 세상을 떠난 남자친구를 그리워하던 준희(전여빈)가 운명처럼 1998년으로 타임슬립해 남자친구와 똑같이 생긴 시헌(안효섭)과 친구 인규(강훈)를 만나고 겪게 되는 미스터리 로맨스를 그린다. 지난 2019년 방영돼 큰 인기를 모은 '상견니'에 한국적인 정서를 덧입힌 타임슬립 로맨스물이다.
"저는 좋아하는 걸 만나면 단순해져요. 사람이든 작품이든 마찬가지에요. '너의 시간 속으로'는 그때 제게 와준 작품 중 가장 만나고 싶었던 인연이었어요. 제가 '상견니'를 좋아하는 이유는 시간과 운명에 대한 메시지 때문이에요. '당신이 살아있는 동안 결국 그런 사랑이 찾아올 겁니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요. 다소 판타지 같지만 떠올리면 기분 좋고 나를 안아주는 듯한 기분이 들잖아요. 이미 원작을 향한 팬심이 컸고 한국식으로 각색된 부분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제게 다가온 행운을 기꺼이 거머쥐겠다고 선언했죠."

전여빈은 얼굴은 같지만 성격은 정반대인 준희, 민주로 1인 2역을 소화했다. 준희는 대학교 때부터 10년 넘게 사랑한 남자친구 연준(안효섭)이 세상을 떠난 이후 깊은 슬픔과 상실감에 빠진 인물이다. 어느 날 영문을 알 수 없는 사진과 카세트 테이프가 들어있는 소포를 받은 이후 1998년으로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 그리고 18세의 고등학생 민주로 깨어난 준희 앞에 그토록 그리워했던 연준과 똑같이 생긴 시헌(안효섭)이 나타난다.
"대본에서 느껴지는 인물의 음성, 동선, 표정, 리듬, 에너지를 상상하는 걸 좋아하는데 준희, 민주는 정말 극명하게 달랐어요. 그래서 오히려 연기하기 편했던 것 같아요. 준희는 준희대로, 민주는 민주대로 표현하려고 모든 감각을 열어두고 연기했죠. 둘의 감정이 마치 나무의 나이테처럼 섬세해서 그 결들을 하나하나 잘 찢어나가면서 표현하려고 했어요.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배우로서 체험하고 싶었던 과제였기 때문에 오히려 기뻤어요."
전여빈은 고등학생인 민주와 30대 직장인 준희 캐릭터를 구현하면서 외형은 물론 목소리까지 다르게 표현할 만큼 디테일에 공을 들였다. 이에 김진원 감독은 "한 명의 배우를 두 사람으로 보이게 연출해야 했는데 전여빈이 많은 준비를 해온 덕에 막상 현장에선 고민할 게 없었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텍스트 속 인물을 열심히 표현하는 건 배우로서 예의라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제가 그려내고 싶은 캐릭터의 농도를 정해두지만 현장에서 언제든지 감독님과 상대 배우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상태, 제 캐릭터의 반응을 바꿀 수 있는 용기를 가져가요. 그게 유연함이겠죠. 절대 대책 없는 상태로 현장에 가진 않아요. 최대한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어 가죠. 제 연기를 봐주는 첫 번째 관객인 스태프들에게 제가 준비한 캐릭터를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저 자신부터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전여빈과 안효섭, 강훈 세 사람의 케미는 '너의 시간 속으로'를 이끈 힘이었다. 시간대를 넘나들며 1인 2역을 펼친 전여빈, 안효섭과 애틋한 삼각관계를 형성한 강훈은 각자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사랑의 다양한 온도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서로 많은 의견을 나눴지만 그 밑엔 존중이 깔려 있었어요. 현장에서 주고받는 유기적인 감각들을 잘 캐치하려고 노력했고요. (안)효섭 씨도 워낙 준비를 철저하게 해오는 배우라 그 순간에 놓였을 때 그저 서로를 믿었어요. 효섭 씨, 강훈 씨 둘 다 예쁜 사람들이에요. 두 사람 덕분에 인물들이 더 빛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캐릭터마다 고유의 색깔이 있긴 하지만 그걸 플레이하는 건 배우니까, 배우의 퍼스널리티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둘의 결이 묻어나는 캐릭터들이라 좋았어요."
'너의 시간 속으로'를 통해 9월 넷플릭스의 흥행 문을 활짝 연 전여빈은 9월 27일 개봉하는 영화 '거미집'으로 다시 한번 관객몰이에 도전한다. 올 추석 기대작 '거미집' 역시 일찌감치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국내 영화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전여빈은 "주목받는 이 순간을 감사히 누리되 담담한 마음가짐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체 없이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 싫어서 늘 제 발을 땅바닥에 붙여놓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연달아 선보이는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서 감사하지만 제게 다가오는 일들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요, 차분한 기쁨으로 받아들이려고 해요. 결국 사람은 바닥에 발 붙이고 살잖아요. 꿈에 부풀기만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중심을 갖고 담담히 걸어가려고요."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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