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한화손보만 '다양성' 챙기나…보험사 보장성상품 경쟁 과열 이유는
올해 생명·손해보험사가 선보인 신상품이 보장성보험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며 시장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특히 신회계제도 도입 이후 더욱 심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 기조는 적어도 올해는 바뀌지 않을 분위기다. 올 한해 영업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CEO 신년사에서도 보장성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고 한 곳이 많아 보장성보험 경쟁이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는 않다.
특히 올해부터 생보사도 '뇌·심장 신 위험률'의 적용이 가능해지며 건강보험 등 제3보험 영역의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상품을 시장에 출시하며 보장성보험 편중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생보사는 뇌·심장질환 관련 자체 위험률이 없어 손보사 대비 비싼 보험료를 적용할 수밖에 없어 건강보험 영역의 상품 출시에 적극적이지 못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올해도 상품의 다양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배타적사용권 획득 상품도 손에 꼽을 것으로 보인다. 배타적사용권은 신상품 개발 보험사의 선발이익 보호를 위해 일정기간동안 다른 보험사가 유사한 상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한 독점적 판매권한을 뜻한다.
보험사는 독창성은 물론 창의성·소비자 편익 등 까다로운 적격심사 기준을 통과해야 배타적사용권을 부여받을 수 있다. 신회계제도 도입 전인 2022년까지만 하더라도 생·손보사를 합산했을 때 30건 전후로 획득했을 정도로 활발하게 신청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이 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 데 이어 올해도 그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25일 생·손보협회 배타적사용권 신청현황에 따르면 1분기 생‧손보사에서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 상품은 2종류에 불과했다. 각각 3개월을 부여받은 한화손해보험의 '출산장려 가임력 보존 서비스 및 제도와 유방암(수용체타입) 진단비'와 롯데손해보험의 '주택 임차보증금반환 민사소송 및 강제집행 변호사선임비용 보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보험계약마진(CSM) 확보가 화두인 만큼 배타적사용권을 염두에 둔 상품개발에 많은 공을 들이긴 어려울 것"이라며 "CSM 확보에 용이한 보장성보험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세부 특약 조정을 통한 상품 차별화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중 고객 니즈가 가장 높은 암보험의 경우 지난달에도 특약 범위의 미세한 조정, 한도 확대 등 각자의 방법으로 과열된 경쟁을 보였다. 또 상급병원 입원일당을 비롯해 뇌·심장 담보 등에서도 진단코드 범위, 연령, 유병력 기간 등을 두고 약간씩의 변화를 주는 등 큰 틀에서의 변화는 지양하고 있다.
보험사가 상품군의 다양화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데는 영업현장의 목소리도 영향을 미쳤다. 매달 거둔 영업실적이 곧 다음달의 급여가 되는 설계사 수수료 구조상 판매수수료가 높은 보장성보험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보험대리점(GA) 지사장은 "같은 금액의 계약이라고 가정했을 때 보장성보험과 저축성보험의 판매수수료 차이는 최소 5배 이상"이라며 "일반보험이나 화재보험의 경우에도 보장성보험을 판매할 때와 확연한 차이가 있어 보장성보험 판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동안 금융당국에서 불완전판매로 지적받아왔던 종신보험을 저축성보험처럼 판매하려는 영업행위도 판매수수료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신계약 CSM배수가 높은 보장성보험 판매가 수익성 측면에선 더 유리할 수 있다. 신계약 CSM배수가 높다는 것은 같은 보험료를 받아도 판매이익이 더 높아 효율이 좋다. 실제로 2023년 결산 공시만 보더라도 신계약 CSM배수가 높았던 보험사일수록 확보한 기말CSM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영업현장에서 많이 찾는 상품을 개발해야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는데도 수월하다"며 "보장성보험 상품이 CSM확보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당분간은 보장성보험 위주의 상품 출시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