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12월 27일 KBS 1TV에서 방영한 특집 다큐멘터리 '낯선 땅, 새로운 희망'은 러시아에서 온 옥사나-숀 모자의 사연을 다뤘습니다. 러시아가 고향인 숀은 백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인데요. 하지만 하얀 피부가 대부분인 러시아에서 피부색이 다른 숀은 인종차별에 노출됐습니다.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은 예사였고 고의적인 방화로 집이 불타는 일도 있었습니다. 전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였죠. 어린 그에게 이런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다름 아닌 스킨헤드족입니다.
스킨헤드족은 1960년대 후반 영국에서 처음 등장한 말로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지칭합니다. 이들은 이민자들, 동양인, 흑인 등 소위 유색인종을 처단해야 할 존재로 삼고 폭력을 휘두르는 과격한 인종주의자들인데요. 스킨헤드라는 용어는 원래 머리가 짧은, 대머리라는 뜻으로 노동자 계급의 하부 문화를 가리키는 말로 쓰였는데 그들 상당수가 머리를 바짝 깎거나 삭발한 헤어스타일을 유지했기 때문입니다. 그 문화는 현재도 이어지고 있죠. 그중 특히 러시아 스킨헤드족이 악명 높은데 러시아인 중 약 5만 명의 스킨헤드족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10대와 20대의 젊은 나이로 각종 극우단체 등에 가입하거나 무리 지어 다니며 유색인을 위협하거나 폭행하는 등 각종 범죄를 저지릅니다. 숀 역시 등하굣길에 마주친 스킨헤드족 괴한이 휘두른 주먹에 맞아 입술과 이마 등이 퉁퉁 부어 집에 오기 일쑤였고, 고의로 집에 방화를 저지르는 등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 했습니다. 이렇게 상처로 점철된 러시아를 벗어나고자 모자는 세계여행을 떠났고 그 여정에는 대한민국도 있었죠.
한국에서 숀은 잊을 수 없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이상할 정도로 그에게 친절을 베푼 것인데 러시아와 달리 자신을 따뜻하게 바라봐 준 한국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한국 여행 이틀 차가 되던 날 엄마에게 한국에 살고 싶다고 고백했죠. 그의 어머니 옥사나는 그렇게 러시아에 남겨둔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고향 하바롭스크에서 1,400KM 떨어진 한국으로 이민 왔습니다. 아는 것이라고는 거의 없었지만 아들을 위해서, 정확히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한국을 선택한 겁니다.

실제로 언론 매체에서 30년 넘게 산 모국 러시아를 떠나 낯선 한국을 찾은 이유를 묻자 그녀는 살기 위해 왔다고 말할 정도로 심각했었습니다. 둘은 한국에서 정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며 또 한국에서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녀는 생계를 위해 피부 미용을 배웠고, 숀은 초등학교 입학하는 소식까지 방송을 통해 전해졌었습니다. 이것이 2016년의 일인데, 지금 현재 모자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큰 관심을 받았던 만큼 모자의 스토리는 언론을 통해 전해졌습니다. 2017년 한국 정부에 난민 자격 신청을 했으나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거부당했었지만 주변의 도움을 받아 다시 러시아로 돌아갈 수 없는 현실 및 한국에 정착하고 싶은 이유 등을 어필해 다음 심사에서는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이제 중학생이 된 숀의 이야기였는데요. 그냥 학생이 아니라 한 의류업체에서 어린이 모델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2018년에 엄마와 함께 드라마의 보조로 출연하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이것이 업체 관계자의 눈에 띄면서 캐스팅된 것이었습니다. 숀은 5년 동안 한국에 지내면서 가장 좋았던 점을 묻자 모든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한국에 푹 빠진 모습이었습니다. 그 중 특히 좋은 친구들, 게임, 축구와 농구 등의 스포츠, 음악, 한강의 풍경 등을 꼽으며 한국에서의 일상이 얼마나 만족스러운지를 표현했는데요. 첫 방송에서 모자의 모습이 공개된 뒤 이야기도 주목받았습니다.
방송 당시에는 사생활을 드러내는 것에 관해 부담을 느꼈다고 했지만, 방영 이후 많은 사람이 따뜻한 관심을 보여줘 오히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모든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2017년 정부에 난민 자격 신청을 했지만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당해 러시아로 돌아갈 뻔한 위기가 있었던 것이죠. 다행히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러시아로 돌아갈 수 없는 현실과 한국에 정착하고 싶은 이유 등을 정리해 재신청했고 다행히 다음 심사에서는 받아들여져 한국에 거주할 수 있게 됐습니다.

고향을 떠나 한국에 정착한 옥사나는 유일한 단점에 대해 슬픈 점은 고향을 찾는 게 힘들어졌다는 사실이라며, 러시아에 있는 부모님과 일가 친척을 향한 그리움이 밀려올 때 한국에서의 좋은 기억으로 덮고 살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단역 배우를 하면서 동대문 시장과 병원, 눈썹 관리 가게 등을 오가며 수많은 일을 하고 있다며, 고되긴 하지만 차별이 없고 더 큰 자유를 가지게 됐다는 점 때문에 정말 행복하다고 하는데요.
하루하루 행복하게 사는 게 꿈이라던 숀은 현재 서울 패션 위크, 대구 패션 페어 등의 패션쇼에서 활약하는 모델로 성장했고, '나인플러스', '뚝딱이의 역습' 등의 방송에 출연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단 한 번의 한국 여행에서 내린 결정으로 이제 숀은 스킨헤드의 인종차별 대상자에서 자유로운 모델로 성장했습니다. 천국에 살고 있는 것 같다는 그의 말이 충분히 이해됩니다.

최근 한국에서는 백인 뿐 아니라 흑인, 혹은 흑인 혼혈 모델이나 방송인이 늘고 있습니다. 콩고에서 어릴 적 넘어와 진짜 한국인이 되고자 군대도 가겠다는 방송인 조나단이나, 흑인 혼혈 모델이자 디자이너인 한현민, 모델 배유진, SNS에서 학교생활을 올려 엄청난 화제가 되었던 모델 제니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한국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이 한국에 살며 크고 작은 차별을 겪기도 했지만, 분명 우리는 변화하고 있으며 이는 큰 변화를 가져올 겁니다.
많은 이들이 한국의 인족차별을 거론하며 그 이유를 말합니다. 단일 민족에 대한 자부심, 잦은 침략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의식 등을 말이죠.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빨간색 피를 가진 동등한 존재입니다.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문화가 다르다는 이유로,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깎아내릴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죠. 물론 우리는 더욱 발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 꾸준히 발전하고 있으며 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오늘을 계기로 내 주위 이주민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가슴 따뜻한 한국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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