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자는 다이아몬드야말로 자연의 완벽한 창조물 중 하나라고 치켜세운다. 지구상 유일하게 탄소(C) 단일 원소로 구성된 보석광물이자 그들의 공유결합에 의해 가장 단단한 성질을 지녔기 때문이다. 수세기 동안 ‘정복할 수 없는 돌’로 추앙받으며 영원불변의 상징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랩그로운(Lab Grown) 다이아몬드는 자연의 숭고함에 인간의 지혜를 얹은 산물이다. 고압의 챔버 속 미세한 크기의 시드에서부터 자라나지만 결과적으로 천연 다이아몬드와 물리화학적 특성은 100% 동일하다. 비유하자면 외부의 고드름이냐 냉동고의 얼음이냐의 차이다.
송오성 서울시립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KDT다이아몬드 창업주 강승기 대표와 의기투합해 국내 보석 시장에 유의미한 족적을 남기고 있다. 지난 2019년 직접 발로 뛰며 세계 최대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생산국인 인도에서 기술 현황을 살폈고, 곧장 미국으로 넘어가 선진 장비와 공정을 들여왔다. 코로나19가 본격 창궐하던 시기 둘은 목숨을 건 베팅을 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송 교수는 당시 도전을 ‘신의 한 수’로 회상한다.
1987년 설립 이후 천연 다이아몬드를 주로 다뤄오던 KDT다이아몬드는 그렇게 2021년 말 국산 최초로 보석용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시제품을 내놓았다. 송 교수는 한 공정에 스톤 한 개 또는 가루로 만들어지는 게 부지기수였던 당시까지의 HTHP(고온고압법) 기술에 CVD 공법을 도입, 단번에 1캐럿 다이아몬드를 100개씩 키울 수 있는 수준까지 도약시켰다. 하지만 핵심은 여기서부터다. 가장 단단한 물질을 다루는 만큼 성장 이후의 가공 노하우가 기술을 가늠하는 잣대로 쓰이기 때문이다. 37년 업력의 KDT 다이아몬드 경쟁력이 십분 발휘되는 지점이다.
삼성전자 재직 시절 기계 내부에 탑재되는 반도체 소자 기술을 고민하던 송 교수는 오늘날 바깥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다이아몬드를 만들며 건강한 소비를 이끈다. 동일한 물성에 저렴한 가격은 물론, 자원고갈과 환경파괴 없는 생산 과정은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의 가치를 드높이기에 충분하다.
송 교수를 지난달 28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부총장실에서 만났다. 강 대표의 장남 강성혁 실장도 동행한 이번 만남에서 자연의 창조물을 완벽에 가깝게 구현하고 있는 주역들에게 물었다. 송 교수와 KDT 다이아몬드가 구상하는 넥스트 스텝은 무엇일까. 씨를 뿌리고 열매를 맺는 농업에 빗대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설명하는 송 교수의 눈에선 세공과 연마를 마친 보석만큼이나 여러 갈래의 광휘가 났다.

- KDT다이아몬드와 협력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개발하게 된 배경은?
(송 교수) = KDT다이아몬드 창업주 강승기 대표와 GIA 동문으로 연을 맺은 게 계기가 됐다. 1997년 IMF를 계기로 미래 비전을 고민하며 소재 전문가가 나갈 수 있는 길이 귀금속 소재나 보석 소재라고 판단하고 GIA 교육을 받았다. 이때 강 대표와 교류를 활발히 가졌다. 그러다가 5년 전 인도와 중국에서 수입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천연이라고 속여 싸게 판매하는 사례가 늘어나며 시장이 오염된 적이 있었다. 이때 강 대표님이 인도에 직접 가서 살펴보자고 제안을 주셨고, 함께 랩그로운 개발을 시작하게 됐다.
(강 실장) = GIA는 세계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이다. 송 교수님이 보석 감정사 자격증을 보유한 배경 덕분에 사실 KDT다이아몬드가 원활하게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통상적으로 이런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개발이나 반도체 개발 관련된 업무를 보시는 분들께서는 전체 보석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낮으신데, 송 교수님은 관련 기술은 물론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저희가 지금의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구현하는 데까지 훨씬 더 수월하게 올라올 수 있었다.
-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시장에서 KDT다이아몬드만의 경쟁력은?
(송 교수) = 보석용 다이아몬드의 핵심 기술은 ‘커팅’이다. 장비만 있어선 안된다.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이다 보니 시드를 키운 다음에 가공 기술을 어떻게 구현할 것이냐가 중요하다. KDT다이아몬드의 경쟁력은 (시드) 성장 기술뿐만 아니라 코팅 기술도 보유하고 있어 생산 전 과정을 커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공정 노하우나 무형의 가치는 단숨에 좇아올 수 없다.
2가지 다이아몬드의 물성이 동일하기 때문에 연마하는 공정은 기존 KDT가 보유한 기술과 100% 동일하다. 스톤이 만들어진 다음에 프레임을 짜는 세공 작업 역시 KDT다이아몬드가 1987년부터 구현해 온 기술이다. 그에 따라 축적된 디자인 기술도 풍부하고, 플라토늄이나 팔라디움 등 귀금속 소재를 자체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역량도 충분하다. 즉 KDT다이아몬드는 표준화가 가능하다. 품질의 표준화, 이후 컬러에 대한 표준화, 투명도를 뜻하는 클래리티(내포물) 표준화가 가능하다는 게 큰 파워다.
- 국내 주얼리 시장에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의 인지도는 어떠한가.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해선 마케팅이나 다양한 유통채널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은데, 이와 관련한 계획은?
(강 실장) =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의 인지도는 시작 단계다. 2023년 초부터 관심을 받았는데, 아직은 서울 지역에 특화돼 있다. 하지만 늦어도 2025년까지는 지방까지 랩그로운 제품의 인지도가 상승할 거로 보고 있다. 최근 이커머스 전용 사이트를 개편하고 있다. 천연 다이아몬드 제품의 경우 금액이 높아 직접 경험해 봐야하기 때문에 O2O(Online to Offline)에 국한됐다. 이와 달리 랩그로운 제품은 이커머스 마케팅 강화를 통해 수도권 외 지방이나 동남아 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또 백화점에서 합리적 가격으로 소비할 수 있게끔 준비하고 있다.
- 개발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송 교수) = 목숨을 2번 걸었다. 처음 인도에 방문했을 때 교통 질서와 도로 상태 등 환경이 너무나도 열악했고, 이후 미국으로 넘어가려는데, 이번엔 코로나 백신 수급이 안 됐다. 그래서 당시 ‘목숨까지 걸고 가야 하나’ 고민했지만 결국 지나고 보니 안 갔다면 후회했을 것이다.
- KDT다이아몬드의 기술력이나 제품의 품질은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했는지.
(송 교수) = 파일럿 기술은 거의 동등한 수준이지만, 합리적 가격에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양산 기술력이 문제다. 조만간 인도 현지 공장이 가동되면 인건비 메리트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종로에 위치한 귀금속 클러스터처럼 유기적으로, 효율적으로 생산망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KDT가 이러한 집적지로 가면 많은 시너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천연 다이아몬드와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의 차이가 있다면.
(송 교수) = 물성은 동일하다. 강 실장이 자주 사용하는 비유로 얼음이 얼 때 밖에서 언 것과 냉동고에서 언 것이 똑같은 얼음인 것과 같은 이치다. 다만 광학적 특성으로 구별 가능하다. 천연 다이아몬드는 질소를 100ppm가량 함유하고 있지만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의 경우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고순도 가스를 써 질소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질소를 잘못 넣었다간 까매질 수 있다. 따라서 질소가 들어있는 천연 다이아몬드에 자외선을 쏘면 많이 흡수하는 반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100% 다 투과시킨다.
- 향후 새로운 기술 개발 계획이 궁금하다. 주얼리 시장 외에도 다른 분야로 진출 가능성은?
(송 교수) = 현재는 CVD 챔버 내 플라즈마가 형성되는 존이 7.5cm다. 3인치인데, 시드가 최대 100개 들어간다. 그래서 현재 한 번에 만들 수 있는 다이아몬드가 100개라면 향후 6인치를 목표로 한다. 플라즈마 존이 20cm가 되면 최대 800개를 한 번에 만들 수 있다. 단가가 달라지는 셈이다. 여기에 다음 스텝은 한국형 장비 수출과 반도체 산업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 기억에 남는 고객의 피드백이 있다면?
(강 실장) = 천연 다이아몬드는 사실 가격의 허들이 높은데, 랩그로운은 라운드 커트뿐만 아니라 물방울이나 하트 등 디자인도 보다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일례로 천연 0.5캐럿 대신 랩그로운 1캐럿 짜리 귀걸이를 구매하신 경우도 기억에 남는다. 귀걸이는 보석이 두배로 들어가기 때문에 천연 다이아몬드로 하기 어려운데,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통해 지향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송 교수) = ESG경영에 걸맞게 가치소비가 가능한 점이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친환경적인 프로세스를 거치고, 공정무역을 통해 자체적으로 생산 가능하기 때문이다.
- 비전이 궁금하다.
(송 교수) = 지금껏 애벌레로 살아왔다면 이젠 나비로 날아가고 싶다. 애벌레는 하루에 큰 잎이라 해도 10cm 안에서 놀지만 10km를 날아가려면 변태를 해서 판을 바꿔야 한다.
공학자로서 하드디스크, 메모리 개발하는 데 열중했지만 사람들을 기쁘게 하진 않았다. 그런데 다이아몬드로는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얼마 전 송년회에서 다이아몬드 1캐럿을 경품으로 걸었는데 다이아몬드 받는 분 표정이 세상의 모든 걸 가진 듯 날아갈 듯한 표정이었다. 그래서 ‘다이아몬드 하길 잘했다’ 생각했다. 다이아몬드로 세상을 밝게 할 수 있는 나의 비전은 좋은 것 같다. 향후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메이드 인 UOS(서울시립대)가 목표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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