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서 일어난 흉기피습…코인사기 때문이었다
'하루인베스트 코인 사기 사건' 공소장 입수
돈 불려준다더니 2019년부터 이미 자본잠식 상태
비트코인 100개 사라진 50대 남성
피고인들 보석 석방 후 처음 열린 재판서 흉기 휘둘러
▶ 글 싣는 순서 |
①법정에서 일어난 흉기피습…코인사기 때문이었다 (계속) |
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에게 흉기가 날아들었다. 흉기는 피고인의 목을 향했다. 피고인은 쓰러졌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다.
범인은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보고 있던 50대 남성 강모씨였다. 법적 처벌을 위한 형사재판을 무력화하고, 흉기로 사적 제재를 가하려 한 중대 범죄였다. 그는 왜 이런 일을 벌였을까?
비트코인 100개가 사라졌는데, 그가 웃고 있었다
2024년 8월 28일 오후 2시, 강씨는 서울남부지법을 찾았다. 그가 찾은 공판은 하루인베스트 가상자산 사기 재판. 강씨는 흔히 코인이라 불리는 가상자산 사기 피해자였다.
하루인베스트는 코인을 자신들에게 맡기면 10%대 수익을 보장한다고 홍보했다. 자신들이 찾아낸 투자기법으로 원금은 보장하며, 수익을 안겨준다고 자신들을 포장했다.
허상이었다. 고객들이 맡긴 코인은 공중분해됐고, 피해액만 1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강씨가 하루인베스트에 예치한 가상자산은 비트코인 100개. 최근 비트코인 시세가 떨어졌다고 해도 80억 원에 이르는 돈이다.
강씨가 법정을 찾은 이날은 특별한 날이었다. 하루인베스트 사기 사건의 주범들이 보석으로 풀려난 뒤 처음 열리는 공판이었다.
하루인베스트 대표 이모씨 등은 올해 2월 구속돼 재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구속 기한 만료일이 다가오자, 재판부는 7월 25일 거주지 제한 등의 조건을 달아 이들을 보석 석방했다. 구속 기한 만료가 다가온 피고인에게 재판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였다.
이씨 등은 그렇게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강씨는 그들을, 공판을 보기 위해 법정을 찾았다.
그런데 강씨는 공판 시작 20분 만에 이씨의 목을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강씨는 제압됐고, 이씨는 병원으로 옮겨졌다.
강씨의 분노는 복합적이었다고 한다. 지지부진한 재판, 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그의 삶은 이미 파괴된 상태였다는 것이 강씨 변호인의 말이다.
그러던 중 보석으로 풀려난 뒤 처음 열린 이날 공판에서 이씨가 순간 웃음을 보이자 강씨는 격분했고, 자신을 통제하지 못했다. 그는 즉시 흉기를 휘둘렀다. 이씨의 웃음이 트리거였다는 것이 강씨의 주장인 것이다.
'하루인베스트 코인 사기' 공소장 입수…"2019년부터 자본잠식"
CBS노컷뉴스와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실이 확보한 '하루인베스트 코인 사기' 공소장에 따르면 하루인베스트를 운영한 모회사 블록크래프터스는 이미 2019년 말부터 자본잠식 상태였다.
코인을 맡기면 원금을 보장하고,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을 만들어 주겠다는 하루인베스트의 홍보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모회사가 자본잠식 상태였음에도 하루인베스트는 2020년 3월부터 2023년 6월까지 계속해 △은행처럼 가장 쉬운 방법으로 가상자산을 맡겨두는 동안 수익을 창출해 돌려드린다 △고객이 예치한 가상자산의 원금을 보장하고 최대 16%에 이르는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률을 제공한다 △하루인베스트는 회사의 영업자산과 고객의 투자자산을 완전히 분리하고 있다 △하루인베스트의 서비스를 계속할 수 없는 경우에도 하루인베스트 고객의 자산은 각 고객에게 우선권이 부여된다 등의 홍보를 쏟아냈다.
하지만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모두 거짓이었다. 고객들이 맡긴 코인은 회사 운영 자금으로 쓰였다. 검찰은 공소장에 '하루인베스트 운영 법인인 블록크래프터스는 2019년 말부터 계속해 자본잠식 상태였고, 하루인베스트 운영 법인의 자산과 고객들로부터 예치받은 가상자산을 분리하지 아니한 채 혼화해 관리했다'고 적시했다.
이어 검찰은 '하루인베스트의 운용 수익으로 고객들에게 약속한 업계 최고 수익 지급 및 블록크래프터스의 운영 비용 지출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2020년 3월부터 하루인베스트 고객들로부터 예치받은 가상자산을 자본잠식 상태에 있었던 블록크래프터스 등의 직원급여 지급, 채무변제 등 각종 운영 비용 등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2023년 5월 31일까지 합계 약 419억원 상당의 고객 가상자산을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우수한 투자기법도 거짓이었다. 내부 운용팀의 실적은 부진했고, 고객들이 맡긴 예치금의 90%는 외부 운용사에 맡겨졌다. 심지어 외부 운용사는 자신들이 고객들에게 홍보한 기준에 미달하는 업체였다.
검찰은 'A사를 2020년 8월 7일 외부운용사로 선정해 고객들로부터 예치받은 가상자산(비트코인 90개) 운용을 위탁한 것을 시작으로, A사에 대한 위탁 운용 비율을 점차 증가시켜 2021년 11월 24일 비율이 약 79%(비트코인 2767개, 이더리움 1만 2900개, 테더 550만개)에 육박했다. 2022년 3월 29일 A사를 외부운용사로 (다시) 선정하고 약 94%에 해당하는 가상자산(비트코인 5천개, 이더리움 3만개, 테더 천만개)의 운용을 위탁했다'고 판단했다.
이외에도 이들은 마케팅 업체에 돈을 주고, 허위 홍보를 위한 질답을 꾸며낸 것으로도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이 이번 하루인베스트 코인 사기 사건과 관련해 공소장에 적시한 피해자만 1만 6347명이다. 이들이 받은 고객들의 코인만 비트코인 1만 9614개, 이더리움 14만 3308개, 테더 9941만개, 리플 7075만개였다. 이들이 취한 재산상 이익은 1조 3944억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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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송영훈 기자 0hoo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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