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스트래픽이 도로·철도·자동요금징수(AFC) 등에서 쌓아온 교통 인프라 기술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스마트 교통 솔루션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 교통 인프라 구축부터 운영·유지관리까지 직접 경험해온 만큼 현장 데이터를 AI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도로·철도 전방위 AI 접목…현장 경험이 기술 경쟁력
에스트래픽은 고속도로 요금징수시스템(TCS)과 단차로 하이패스(ETCS), 다차로 무정차 요금징수(MLFF)를 비롯해 지하철 AFC, 철도신호·통신 등 교통 인프라 전반의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최근에는 이러한 기존 하드웨어와 시스템에 AI·데이터 기술을 결합하며 사업 영역을 한 단계 넓히고 있다. 교통 인프라 시장이 신규 시설 구축에서 기존 시스템의 지능화와 효율적인 운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AI 기술은 에스트래픽이 장기간 축적한 도로·철도 인프라 제어 시스템에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도로 분야에서는 딥러닝 기반 차량번호 인식 기술을 개발해 인식률을 99.9%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해외에서도 방글라데시 파드마대교와 N8 고속도로 전자요금징수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벵골어 번호판을 직접 학습시켜 현지 시스템에 적용했다.

국내에서는 AI를 사고 예방과 시설 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원주지방국토관리청 소관 국도 38호선에는 CCTV 영상을 AI로 분석해 역주행 차량 등 이상 징후를 탐지하고 주변 차량에 경고하는 시스템을 적용했다. 인프라 장애를 사전에 예측해 관리하는 AI 기반 ITS 원격 유지관리 시스템 구축도 진행하고 있다.

지하철 AFC에도 AI를 접목했다. 차세대 페어게이트에는 센서와 AI 영상 분석을 활용해 부정승차를 실시간으로 탐지하는 기능을 탑재했다. 샌프란시스코 BART와 LA, 뉴욕 MTA 등 북미 주요 교통기관으로 기술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철도통신 분야에서는 LTE-R과 스마트스테이션을 AI 기반 시스템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2027년 개통을 목표로 구축 중인 부산도시철도 5호선 사상~하단 구간에서는 LTE-R과 열차종합제어관리시스템(TCMS)의 데이터를 AI 서버가 실시간으로 분석하도록 할 예정이다. 고장 예측과 예지보전뿐 아니라 생성형 AI를 활용한 정비 기술문서 자동화와 질의응답 기능도 도입한다.
기존 교통 시스템을 직접 설계·구축해온 경험이 AI 사업에서는 강점으로 작용한다. 단순히 AI 기술을 별도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도로와 철도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활용해 현장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에스트래픽 연구소의 지난해 경상연구개발비는 53억원 규모로 집행됐다. 올해는 AI 기술 내재화와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위해 R&D 투자를 더 늘릴 계획이다.
조직 측면에서도 AI를 별도 성장축으로 키우고 있다. AX(AI Transformation)사업본부가 관련 사업을 전담하고 있으며 올해 1월 기준 43명의 인력이 소속돼 있다. AI 전문인력 확충과 기술 투자를 병행해 핵심 역량을 내부에 축적한다는 방침이다.
구축형 넘어 운영까지…AI로 사업 부가가치 높인다
에스트래픽은 AI 기술을 기존 시스템에 적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운영·유지보수 사업으로 연결해 프로젝트 중심의 수익 구조도 개선해 보완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대부분의 사업본부는 신규 시스템 구축이나 대규모 개량 프로젝트 수주에 매출과 수익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대형 프로젝트를 확보하면 외형이 크게 성장하지만 신규 수주가 지연되면 매출 변동성도 커진다. 유지보수와 소규모 개량사업이 안정적인 매출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아직 구축사업과 비교하면 비중은 크지 않다.
이런 체질 전환의 대표적인 분야가 AI 예지보전이다. 서울교통공사와 국가철도공단 등 국내 주요 철도기관에서 상태기반 유지보수(CBM)와 예측기반 유지보수(PdM)에 대한 수요가 나타나면서 관련 핵심 기술과 솔루션을 확보하고 있다. 설비가 고장난 뒤 대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데이터를 활용해 이상징후를 미리 파악하고 정비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XR 기술도 유지보수 효율화에 활용하고 있다. 실제 지하철 개찰구를 3D 가상환경에 구현해 현지 유지보수 인력이 장비 정비와 부품 교체를 훈련할 수 있는 XR 가상훈련 시스템을 개발했다. 향후에는 AI가 장비 상태를 분석해 고장 가능성을 예측하고 XR이 정비 방법을 안내하는 형태로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에스트래픽이 AI 사업에서 갖는 차별점은 도로·철도·AFC 등 실제 교통 인프라의 구축과 운영 경험이다. 이미 확보한 현장 데이터와 시스템 노하우에 AI를 더하면 신규 시장에 처음부터 진입하는 기업보다 빠르게 상용화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궁극적으로는 교통설비 공급업체를 넘어 시스템 구축부터 운영·유지관리까지 아우르는 AI 교통 솔루션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목표다. 확대되는 AI R&D 투자가 사업화 성과로 이어지고, 예지보전 등 신규 솔루션이 구축형 사업의 한계를 보완한다면 기존 교통 인프라 경쟁력에 AI라는 새로운 성장축을 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강기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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