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죄도시’서만 그런줄 알았더니...베트남서 총기 범죄? [신짜오 베트남]

영화 범죄도시2에서 마석도 형사가 한국인 범죄자 라꾸에게 권총으로 위협받고 있는 모습.

[신짜오 베트남-218]마동석·손석구 주연의 ‘범죄도시2’가 개봉된 이후 베트남 현지에서는 적잖은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실제 범죄도시2는 베트남에서 상영 금지 처분이 내려지기도 했죠.

표면적인 이유는 “영화에 지나치게 폭력적인 장면이 많다”였지만 속마음은 이와는 달랐을 것입니다. 호찌민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베트남 땅 안에서 일어나는 각종 범죄 장면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는 다양한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왔지만 주된 줄거리는 필리핀에서 벌어진 ‘필리핀 연쇄 납치·살인사건’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가져온 것으로 보입니다. 2008년 부터 2012년 까지 한인 3인조 범죄자가 관광객을 상대로 금품을 갈취하고 끝내 살인까지 저지른 사건입니다.

현지에서 관광객을 유치해 납치하고 한국에 있는 피해자 가족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수법이 영화와 현실간 상당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영화보다 더 잔인했다고 하는데요. 실제 사건 속 범죄자 일당은 필리핀에 휴가온 30대 A를 납치한 후 국내 가족에게 돈을 뜯고 A씨의 행방을 묻는 가족에게 “뼈라도 찾아가라”며 돈을 부칠 것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A씨는 마닐라에 있는 범죄자 일당 은신처 바닥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고 하죠.

범죄도시2 배경은 2008년 베트남을 배경으로 하는데, 필리핀에서 벌어진 사건을 주된 아이디어로 따왔기 때문에 영화와 현실간 약간의 괴리를 보이는 점도 있습니다.(하지만 범죄도시2는 코로나19 사태 등을 이유로 베트남에서는 아예 촬영을 하지 않았습니다. 베트남처럼 보이는 모든 공간은 한국에서 촬영한 내용에 베트남 배경 소스를 입힌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총기 관련한 이슈인데요. 마석도 형사가 베트남 내 카지노시설 현장을 급습할 당시 카지노를 관리하던 라꾸(우강민 扮)는 권총을 들이대며 저항한 바 있습니다. 이후 마 형사가 총을 뺏어버리고 총에 실탄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발견해 대노하는 장면으로 이어지죠.

이 장면만 보면 베트남이 총기 소지가 허용된 나라라는 착각을 할 수 있지만 현실과는 다릅니다. 베트남은 총기 소유가 엄격히 금지된 나라이며, 대도시 내에 일어나는 범죄에서도 총기 관련한 이슈가 불거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베트남 남부 관광도시 푸꾸옥에서 총기 관련 범죄가 일어나 베트남 전역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지난달 말 푸꾸옥 내 건물 공사장에서 십여 명의 괴한이 들이닥쳐 12발의 총격을 가한 것입니다.

이로 인해 주민 2명이 총을 맞아 즉사했고 4명이 크게 다쳐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습니다. 현지 공안은 조직 폭력배의 구역 다툼과 관련이 높은 것으로 이번 사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여름에는 베트남 중부 닥락성의 한 클럽에서 실탄이 장전된 총기가 공안에 의해 발각되는 일이 벌어졌고, 2019년엔 베트남 북부 응헤안성에선 30세 중반의 남성이 복부에 총을 맞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드물기는 하지만 베트남에서 심심찮게 총기 관련 중범죄가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베트남에서 어떤 경로로 총기가 거래되는지를 놓고서는 크게 두가지 설이 설득력을 얻습니다. 첫번째는 1970년대 베트남전에서 쓰였던 총기가 전부 수거되지 않고 어둠의 경로를 통해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전쟁이 치열했던 베트남 중부의 경우 시골집에 대대로 물려내려온 총기가 방치되어 있는 사례가 종종 나온다고 합니다. 이런 총기가 여러가지 사유를 통해 외부로 반출되면 범죄용도로 쓰일 수 있는 것이지요.

또 하나의 루트는 밀수입니다. 실제 지난 여름 닥락성 클럽에서 발견된 총기는 캄보디아 밀수품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캄보디아 역시 폴포트 정권 시절 ‘킬링필드’를 겪으며 시중에 유통된 총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홍장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