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노 필랑트 / 사진=르노코리아
르노코리아가 2026년 국내 자동차 시장에 던진 파격적인 승부수가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 1월 13일 세계 최초로 공개된 르노의 플래그십 쿠페형 SUV ‘필랑트’는 국산차에선 찾아볼 수 없는 독보적인 디자인으로 현대 팰리세이드와 싼타페의 아성에 정면 도전장을 냈다. 더욱 놀라운 건 가격이다. 4,331만원부터 시작하는 이 차는 5,000만원을 훌쩍 넘는 경쟁 모델들에 비해 최소 600만원 이상 저렴하다.
필랑트는 르노의 오로라 프로젝트 두 번째 모델로, 현재 판매 중인 그랑 콜레오스를 기반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단순한 파생 모델이 아니다. 전장 4,915mm, 전폭 1,840mm, 전고 1,620mm의 준대형급 바디에 쿠페형 루프라인을 접목해 완전히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특히 전고를 45mm 낮춘 날렵한 실루엣은 국내에서 유일무이한 존재감을 자랑한다. 측면에서 후면으로 이어지는 플로팅 리어 스포일러와 슬림한 리어 윈도우는 마치 유럽 프리미엄 쿠페 SUV를 연상시킨다.

르노 필랑트 실내 / 사진=르노코리아
파워트레인은 1.5L 가솔린 터보 엔진에 듀얼 모터 시스템을 결합한 E-Tech 하이브리드가 탑재된다. 시스템 합산 최고출력 250마력, 최대토크 25.2kg·m의 성능을 발휘하며 복합연비는 15.1km/ℓ에 달한다. 이 덩치에 리터당 15km가 넘는 연비는 동급 최고 수준이다. 100kW 구동 모터와 60kW 시동 모터가 협력하는 시스템은 일상 주행에서 전기 모터로만 움직이는 시간을 극대화해 연료비 부담을 대폭 낮췄다.
경쟁력의 핵심은 가격 대비 사양이다. 기본 트림인 테크노 모델(4,331만원)에도 12.3인치 듀얼 디스플레이, 하만카돈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파노라마 선루프, 전방위 주차 보조 시스템이 기본 탑재된다. 중간 트림 아이코닉(4,696만원)은 여기에 열선 시트와 통풍 시트, 전동식 트렁크, 어댑티브 LED 헤드램프가 추가된다. 최상위 에스프리 알핀(4,971만원)은 나파 가죽 시트, 헤드업 디스플레이, 마사지 시트, 빌트인 캠까지 제공한다. 1955대 한정 에스프리 알핀 1955(5,218만원)는 여기에 특별 디자인 패키지와 알핀 로고가 더해진다.

현대 팰리세이드 / 사진=현대자동차
현대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는 익스클루시브 2WD 7인승이 4,968만원부터 시작해 최상위 캘리그래피 AWD는 6,664만원에 달한다. 싼타페 하이브리드도 프레스티지 2WD가 4,373만원, 캘리그래피 HTRAC이 5,228만원이다.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 역시 노블레스 2WD가 4,289만원, 시그니처 4WD가 4,876만원 선이다. 필랑트는 이들과 비교해 동급 사양 기준으로 최소 600만원에서 최대 1,500만원까지 가격 우위를 점한다.
물론 팰리세이드나 싼타페와 달리 필랑트는 7인승이 아닌 5인승 구성이다. 하지만 타겟 고객층이 다르다. 대가족보다는 디자인과 주행 감성을 중시하는 30~40대 젊은 부부와 프리미엄 감성을 원하는 실속파가 주요 타깃이다. 실제로 사전예약 첫날부터 홈페이지 접속자가 폭주해 서버가 마비되는 등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3월 정식 출시 전까지 사전계약 물량이 조기 마감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내 공간 활용성도 뛰어나다. 쿠페형 루프라인에도 불구하고 뒷좌석 헤드룸은 965mm를 확보했으며, 트렁크 용량은 최대 1,720리터에 달한다. 뒷좌석을 접으면 대형 짐도 거뜬히 실을 수 있는 수준이다. 여기에 전동식 테일게이트와 스마트 리프트 기능까지 더해져 짐 싣기도 편리하다. 실용성과 감성을 모두 잡은 설계다.
안전 사양도 빈틈없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 차선 유지 보조, 전방 충돌 방지 보조, 후측방 충돌 회피 보조, 후방 교차 충돌 회피 보조 등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이 전 트림에 기본 적용된다. 특히 아이코닉 트림 이상엔 360도 서라운드뷰 모니터와 블라인드스팟 뷰 모니터가 탑재돼 좁은 주차 공간에서도 안심하고 주차할 수 있다.
르노코리아는 필랑트를 부산 공장에서 생산해 국내 시장에 우선 출시한 뒤 유럽과 중동, 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 수출할 계획이다. 한국에서 설계하고 한국에서 생산하는 글로벌 전략 모델로, 국내 자동차 산업에도 긍정적인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르노코리아는 지난 3년간 티볼리와 코란도 등 구형 모델 노후화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랑 콜레오스와 필랑트를 앞세워 본격적인 반등을 노린다.
업계 관계자는 “필랑트는 국내에서 유일한 준대형급 쿠페형 SUV로 차별화에 성공했다”며 “가격까지 4천만원대 초반으로 책정되면서 현대 싼타페나 기아 쏘렌토를 고민하던 소비자들이 대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디자인이 너무 예쁘다”, “이 가격에 이 사양이면 가성비 끝판왕”, “팰리세이드 대신 이거 살까 진지하게 고민 중” 같은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필랑트의 등장은 국내 SUV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예고한다. 그동안 현대와 기아가 양분하던 중형 이상 SUV 시장에서 소비자 선택지가 넓어진 셈이다. 특히 쿠페형 SUV라는 독특한 포지셔닝은 기존 박스형 SUV에 식상함을 느끼던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대안이 될 전망이다. 3월 정식 출시 후 판매 성적이 업계의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필랑트 출시를 계기로 2026년 연간 판매 목표를 전년 대비 30% 늘린 10만대로 설정했다. 2023년 7만대, 2024년 7.8만대로 정체됐던 판매량을 두 자릿수 성장으로 돌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여기에 하반기 예정된 신형 중형 전기 SUV까지 더해지면 르노코리아의 시장 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4천만원대 가격, 250마력 하이브리드, 국내 유일 준대형 쿠페형 디자인. 필랑트가 내건 이 세 가지 무기가 팰리세이드와 싼타페로 대표되는 국산 SUV 강자들을 얼마나 흔들어놓을지, 자동차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의 시선이 3월 정식 출시를 향해 집중되고 있다.